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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누 Apr 22. 2024

오마이뉴스 인기기사 1위로 시작한 월요일

첫 끗발은 정녕 개끗발이었던가!!!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되는 일도 하는 일도 마음대로 안 돼서 푹 가라앉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조울증처럼 아무것도 아닌 일에 깔깔거리다 이유 없이 화를 내는 나를 나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브런치 글을 읽으며 마음을 달래던 중 문득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에 오마이뉴초밥민기자단을 신청했다. 윤아람작가님의 브런치글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브런치에 올린 글 중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것으로 기사작성을 했다. 




블로그에 일상글을 올린 후, 브런치에 올리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약간의 수정이 들어간다. 블로그 글이 생각나는 것을 그대로 받아쓰는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라면, 브런치의 글은 한번 더 읽어보고 두 번 정도 수정해서 올린다. 즉, 블로그에 먼저 글을 쓰고, 브런치에 옮길 때 살짝 수정한다. 내가 올리는 글을 꼼꼼히 읽어주는 친한 언니가 있는데, 왠지 브런치에서 읽으면 다른 느낌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정확히 봤다. 




그런데 오마이뉴스에 올리는 글은 또 다른 성격을 띤다. 내가 작성한 글의 제목은 "방심"이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에 나온 내 글의 앞에는 "남자들이 부러워할 몸이네요." 헐.. 난 여잔데.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처음에 낯설었다. 제목만 바꿨는데, 내 글 같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단에 가입하고 '사는 이야기'에 글을 올리면, 원고료를 준다. 기사 내용에 따라 잉걸 2,000원, 버금 15,000원, 으뜸 30,000원, 오름 60,000원이다. 잉걸부터 기사로 실린다. 내가 처음 쓴 기사는 으뜸이어서 30,000원이었다.  일주일에 4번만 으뜸 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다음 기사를 작성했는데, 웬걸. 야심 차게 올린 글은 잉걸이었다. 2,000원을 받았다.




그렇게 주말 동안  글을 써서 32,000원을 벌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오마이뉴스 메인에 내 글이 떡하니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인기기사 1위에.




신기했다. 브런치에서 종종 다음메인에 노출돼서 조회수가 폭발한 글이 몇 편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진 않았다. 기분이 좋아서 빨간펜으로 밑줄 긋고 사진 찍고, 기록으로 남긴다.



요즘 이래저래 힘들었는데, 그래도 살아가라고 이런 이벤트가 일어난 것 같다.  내가 글 쓰는 걸 먼 산 바라보듯이 하던 남편이 옆에서 이런 것도 써 봐라. 저런 건 또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훈수를 둔다. 배고프다고 했더니 내가 좋아하는 짬뽕집에 가자고 하는 남편님. 감사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지만, 매일 글을 쓴다. 이걸로 뭘 어떻게 해 보겠다는 욕망은 가득하지만, 정작 노력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늘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다. 물건을 쌓아만 놓고, 쓰지 않는 것처럼 나는 글을 쓰기만 할 뿐 엮지 않고 있다. 글들이 쌓이면서 점점 무겁게 나를 누른다. 어느 순간부터 글은 짐이 되기 시작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단은 그런 나에게 어떤 글을 써야 독자에게 닿을지를 말해주는 좋은 지표가 될 것이다.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독자들이 읽고 싶은 글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연습을 한다. 흥미를 끄는 제목을 정하고, 공감되는 글을 읽기 쉽게 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 나는 블로그와 인스타, 브런치에 이어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린다. 내 글을 누군가 읽는다. 좋아요를 누르고 하트를 날린다. 댓글을 달고, 감사합니다 인사한다. 통장에 돈이 찍히진 않지만,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 글 쓰는 게 좋다. 글 쓰는 사람인 게 좋다. 나는 내가 참 좋다.



사족 : 주말에 글 두 개가 오마이뉴스에 올랐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할 일을 제치고, 브런치에서 글을 찾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보냈다. 이번에는 얼마를 받을까? 잔뜩 기대하며 종일 오마이뉴스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했다. 그리고 방금 쪽지를 받았다. 편집기자님이 보내신 쪽지에는 엉망진창인 내 글을 점잖게 꾸짖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얼굴이 빨개졌다. 황소 뒷걸음치다가 쥐를 잡은 형국이었는데, 그건 아무 때나 일어나는 행운이 아니었다. 어쩌다 얻어걸린 걸 가지고 일희일비하는 내 꼴이 우습다. 어떤 글은 술술 나오고, 또 어떤 글은 신경 쓰며 써도 빈틈투성이다. 글이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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