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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May 21. 2024

나의 반려 텀블러

어느 블로그에서 텀블러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길을 걷다 손에 텀블러를 쥔 사람을 보면 마음속으로 엄지 척을 날린다는 내용이었는데 자신의 텀블러에 '텀텀이'라는 이름을 짓고 '반려 텀블러'라 부르는 게 인상 깊었다. 


'반려'라는 단어에는 이상한 마력이 있다. 동물에게든 식물에게든 사물에게든 '반려'라는 호칭을 더하면 각별해지는 감정이 든다. 내가 밥벌이를 책임지고 있는 컴퓨터에게 '요미'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반려컴'이라 부르는 것도 그래서이다.    


반려 텀블러에 관한 글을 읽고 선반에서 잠자고 있는 텀블러들을 떠올렸다. 선물로 받거나 기념품으로 받거나 아이들이 구입한 것들인데 단 한 번도 그들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반려'라는 단어 하나를 붙였을 뿐인데 그들이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다. 


부엌으로 가 선반을 열고 텀블러를 찬찬히 훑었다. 그중 하나만 고르려다 셋을 골랐다. 큰아이가 캐나다에서 사용하던 것 하나, 표준협회에서 받은 것 하나, 동서에게서 선물로 받은 것 하나. 고르고 보니 색상이 마치 어느 나라의 국기 같다. 


반려 사물이니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무얼로 할까 생각하다 '시간'을 떠올렸다. 내게 중요한 시간은 언제나 '지금'이니 각각 '오늘', '하루', '나날'이라 부르기로 했다. 


내게 소중한 이들의 흔적이 묻은 텀블러 셋이 그렇게 '반려'라는 호칭을 달고 내게로 왔다.  



ps.

반려 텀블러가 생기고 '탄소중립포인트 녹색생활실천'이라는 사이트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에 관한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기고했습니다. 혹, 관련 글이 궁금하다면 아래를 클릭하세요! 


https://omn.kr/28qh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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