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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Jun 14. 2024

꿈의 요람

쇼핑을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게 쇼핑을 즐기는 곳이 있다. 바로 서점이다. 서점에 가면 책을 읽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책장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저자와 출판사 이름에 눈을 맞춘다. 그러다 생소한 이름을 만나면 앞날개를 들춰보고 판권을 들여다본다. 서점을 즐기는 나만의 쇼핑 방법이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교지편집실 문을 두드렸다. 1년에 두 권씩, 여섯 권의 교지를 만들고 나니 졸업학년이 되었다. 


졸업을 하고 자연스럽게 출판사에 취직했다. 박봉이고, 야근도 잦았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나자 의구심이 똬리를 틀었다. 세상에 내놓아도 좋을 책을 만들고 있는 건가. 


끝내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사표를 썼다. 그리고 잡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방송 관련 기사를 주로 다루는 잡지사였다. 연예인을 만나고 촬영 현장을 드나드는 일은 의구심을 만들지 않았다. '밥'이라고 여겨 자위가 불가능했던 단행본과 달리 잡지는 '풍선껌'이라 여기며 자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행본에 관한 한 지나치게 엄숙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 생각을 여전히 떨치기 어렵다. 책의 종말을 얘기하는 시대에 책을 내는 출판사들이 여전히 건재한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으면서도 출판 행위 자체에는 그다지 감동하지 않는 이유다. 


좀 더 신중하게, 좀 더 진실되게, 좀 더 가치롭게. 그런 안목을 키우기 위해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리고 그런 책을 구경하기 위해 서점에 간다. 


내게 책은 여전히 꿈의 요람이다. 



ps. 

서점에서 책을 접하면 저자뿐만 아니라 출판사에도 관심을 가집니다. 그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출판사에 대한 이야기를 써 오마이뉴스에 기고했습니다. 혹, 관련 글이 궁금하다면 아래를 클릭하세요!


https://omn.kr/28y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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