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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유쾌한 부부 이야기

by na지윤서

아들이 저녁을 먹으며 무언가를 재미있게 보고 있어 무얼 그리 재미있게 보느냐고 물었다.


"응, 부부가 일상을 녹음한 거."


자신이 보던 영상을 보여주는데 화면에 부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린다.


https://youtube.com/shorts/dKgTGPMoprY?si=qSnY4KLxmTgK-YZi


몇몇 영상을 더 보고 내가 말했다.


"남자는 엄청 다정하고 여자는 엄청 유쾌하네."


내 말에 아들이 말했다.


"사람들이 이거 보고 결혼 장려 영상이라 그래."


그럴 만하다 싶었다. 부부의 일상이 이렇듯 다정하고 유쾌하면 누군들 결혼하고 싶지 않을까.


영상을 보며 댓글도 클릭해 읽었다. 그러다 <오징어땅콩...>에 달린 댓글이 눈에 띄었다. 비난과 무시만 가득했던 부모의 삶이 떠올라 울었다는 댓글이었다.


https://youtube.com/shorts/gYvVr-G2R_w?si=-ITGjsbuEKRAGIPH


문득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어떤 부부로 비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막내가 '진지충'을 언급한 적이 있으니 아마도 우리는 '유쾌'와는 거리가 먼 진지하기만 한 부부일 테지.


그 생각을 하자 아이들에게 미안해졌다.


가장 인상적으로 본 영상은 <폰 없던 시절, 이러고 놀았음>이다. 이 영상을 보니 다정과 유쾌는 그냥 나오는 게 아니지 싶다. 작은 물방울을 뭉치며 노는 아내도, 작은 티클 하나로도 게임을 즐기는 남편도 달관과 관조의 태도가 몸에 밴 듯하다.


https://youtu.be/Q7Rj3qNOWqQ?si=BlzYd1Cac9cefJaD


아이들을 키우며 어떤 '부모'로 여겨질까에만 골몰했는데 영상을 보고 나니 이제라도 유쾌하고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여전히 진지하네ㅠㅠ).


이제부터 다정하고 유쾌하기로 한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1OU9eIk4JGnh9DN1yxwW9A


ps.

유튜브 영상에 관한 글이 오마이뉴스에서 최고 등급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어렵게 쓴 글도 아니고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는 글도 아니어서 채택만 되어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덜컥 '오름'을 받았네요. 아마도 편집부에서는 화제성이 있겠다 판단한 모양입니다.


https://omn.kr/2b2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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