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야기』가 내게로 온 이야기
정기용 선생의 건축을 처음 접한 것은 10여 년 전 방문했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서였다. 그때 추모 전시회에서 선생의 작품을 접하고 저서를 읽어야지 했는데 읽지 않은 채 세월이 가고 말았다.
그러다 얼마 전 브런치 작가 '베리티'님의 글(https://brunch.co.kr/@myeun27/240 참조)에서 선생의 이름을 다시 접했다. 작가는 글에서 선생의 저서 『서울 이야기』의 일부를 인용하며 나무들의 정직함을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였다. 동서네 책장에 꽂힌 『서울 이야기』에 눈길이 간 것은.
"『서울 이야기』가 있네."
나는 책을 뽑으며 부엌에 있는 동서에게 말했다.
"그거 형님이 추천해서 산 거예요."
오잉?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책을 추천해 준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읽지도 않은 책을 내가 추천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서울 이야기』를 언급한 기억이 없었다. 그러다 무릎을 쳤다. 제목에 '서울'이 들어간 책을 추천한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 책은 『서울은 깊다』였다. 『서울은 깊다』는 국사학자 전우용 선생이 쓴 책이다. 서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동서와 나눴던 기억이 났다. 출간 연도가 비슷(두 책 모두 2008년에 출간되었다)해서 아마도 동서가 헷갈린 모양이었다.
"빌려 갈게."
책을 빌려 가겠다는 내게 동서가 말했다.
"형님 가지세요."
10여 년의 세월을 지나 『서울 이야기』는 그렇게 내게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