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브런치 알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루 조회수가 1만을 넘긴 것이다. 블로그를 10년 넘게 했어도 하루 조회수가 100을 넘긴 적이 없는데 1만이라니... 처음 겪는 일이어서 얼떨떨하고 조금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왜 갑자기 조회수가 올랐을까?
조회수 폭발은 '에어 프라이기가 내게로 왔다'라는 글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해당 글을 처음 발행했을 때의 제목은 '밥 짓기의 지겨움'이었다. 글을 발행하고 10여분 후 누군가가 '라이킷'을 눌렀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주 이상한 글은 아니구나! 그렇게 '밥 짓기의 지겨움'은 브런치의 아홉 번째 글이 되었다.
글을 발행할 때마다 처음 '라이킷'을 눌러주는 작가분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발행한 글이 이 세상에 존재해도 좋다는 허가증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남은 글은 웬만해선 수정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특히 제목은 더 그러하다.
그런데 '밥 짓기의 지겨움'은 좀 달랐다. 심정적으로는 밥을 짓는 지겨움에 더 큰 무게를 두며 쓴 글이었는데 하루가 지나 글을 다시 읽어 보니 밥을 짓는 지겨움에 대해 이야기한 글이라기에는 그 지겨움이 생생하지 않았다.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을 언급했으면서도 거기에 대적할 만큼의 처절함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말하자면 제목에 비해 글은 너무 가벼웠다. 밥을 짓는 일에 부당함을 느끼거나 우울감을 느끼는 이들이 제목에 이끌려 글을 읽는다면 우롱당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난감했다. 글을 내려야 하나 내용을 다시 써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글을 다시 찬찬히 읽었다. 밥을 짓는 지겨움을 토로하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글이었는데 지겨움을 덜게 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에어 프라이기 덕분에 밥을 짓는 일이 수월해졌다는 이야기가 두드러져 보였다. 결국, 글을 고치는 대신 제목을 수정했다. '에어 프라이기가 내게로 왔다'로(https://brunch.co.kr/@jejenanal/70). '밥 짓기의 지겨움'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발행한 지 이틀만의 일이었다.
제목을 고친 다음 날 바로 조회수가 폭발했다. 아마도 요리 관련 글로 분류되어 일어난 일인 듯했다.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카카오톡을 통한 유입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그랬다. 그런데 엄청난 조회수에 비해 '좋아요'는 여섯 늘었을 뿐이다. 브런치에 입문한 뒤 처음으로 댓글도 달렸지만 그것도 제목과는 상관없는 내용이었다(아니 님!https://brunch.co.kr/@@4R8x 감사해요!). 이러나저러나 글의 제목과 내용이 그다지 조화롭지 못한 모양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하루였다.
하루 조회수 1만을 경험한 후 좀 더 숙고하고 글을 써야겠다는 교훈 하나를 얻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려요. 특히 '밥 짓기의 지겨움'으로 글을 접하신 분들은양해바랍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