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가 간 뒤 나에게 스치듯 지나간
영화하는 오빠,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생의
뜻밖의 고백(?)을 뒤로하고 어김없이 가게에서 12-13시간을 보내며 혼자 분주하게 보냈다.
일을 마치고 혼자 있는 시간에는 과거를 왔다 갔다 혼자 분노했다 그리워했다 반복하며
전 남자 친구의 잔재를 부숴놨던 블록을 다시 끼워 맞추듯 보냈다
오로지 한 사람만 그리워하고 싶어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와의 추억은 차곡차곡 차분히 쌓여만 가는데
비워야 할 때면 급하게 쏟아내는 압박이 오는 걸까.
그래서 한번 사귀고 헤어지면 다시 누군가를 만나는데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린다.
나도 모르게 전 사람의 잔재를 새로운 사람과 함께 채워나가진 않을까 두려움이 앞서서.
추운 겨울은 지나갈 줄 모르고 하루도 못 쉬며 일하다 설날을 핑계 삼아 가게 문을 닫았다.
오랜만에 쉴까 했지만 이내 엄마와 가게에 나와 대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둘이 감당하기엔 넓었지만 내가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엄마가 귀신같이 찾아
장작 여덟 시간을 청소를 하고 엄마와 배고픔을 달래러 문을 잠그고 나왔다.
왠지 삼겹살을 먹어야 될 것만 같아 근처 삼겹살 집에 고기를 먹던 중 문자가 왔다.
'ㅇㅇ씨 세상에 있는 복 다 받아가요' 그 남자였다.
하며 이틀 전부터 유행같이 돌았던 이모티콘 사진 10장을 보내기 시작했고
난 아직 부산은 복이 부족하다며 업그레이드된 사진을 보냈다.
그 남자는 자기가 졌다고 설날인 테 뭐하냐 물어보는 식상한 물음을 보내왔고
여차저차 하다 보니 집에 와 씻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는 순간까지 문자를 주고받았다.
반년을 넘게 제대로 못 쉬고 일을 하다 보니 쉬는 날이 금 같이 소중했다.
하루가 남았는데 뭘 할까 고민 고민 끝 혼자 웃으며 잠이 들었다.
세밀히 계획하기 보단 일단 해보는 추진력 강한 내 성격이 얼른 시동을 걸라며
재촉하듯 마음속을 쿵쿵 거리고 있었다.
그리곤 기다렸던 아침을 맞이하고 분주하게 나와 기차역으로 갔다.
부산행 ktx를 타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