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궤적은 삶을 향해 구부러져 있다

by 기묭



나는 누군가 지나간 궤적을 따라 걷는다. 궤적은 삶을 향해 구부러져 있다. 이 궤적을 지나간 사람들이 궤적에 이름을 붙였다. 이 궤적의 이름은 사랑이다. 사랑은 삶은 향해 구부러져 있다. 나는 이 궤적을 따라 걷는다. 고개를 숙이면 셀 수 없이 많은 발자국들을 볼 수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발자국으로 미루어 짐작 건데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 궤적을 따라 걸었으리라. 나는 궤적을 따라 걷는다. 실제로 이 궤적이 삶에 가 닿는지는 알 수 없다. 구부러져 있는 방향을 보고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나는 삶은 사랑할 수 있는 것이라 미루어 짐작한다. 계속 걷기 위해선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다. 믿어야만 한다. 나는 종교를 믿지 않는다. 대신 믿음이라는 종교를 가지고 있다. 나는 믿음이라는 종교를 안고 수없이 많은 의심까지 품은 채 이 궤적을 따라 걷는다.

주위에 발자국들을 보며 나는 틀리지 않았다 다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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