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뉘어진 개가
더욱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기 전에
나는 가져다가 땅에 묻었다
땅에 묻으며 가슴에도 묻겠다 다짐했다
나는 여행을 마치고 세계로 돌아왔다
다짐은 함께 오지 못했다
다짐은 세계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다짐은 세계의 벽 너머에서
크게 울부짖었다
큰 소리로 울부짖었으나
세계 안에선 다짐의 목소리가 옅었다
땅에 묻었던 개가 되살아나
이번엔 차가운 전골냄비 위에 뉘었다
나는 친구와 막걸리 잔을 나누며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땅에 묻었던 개는 되살아났으나
다짐은 되살아나지 않았다
다짐은 묻힌 적이 없어서
되살아나지 않았다
다짐은 아직 세계의 벽 너머에서
큰 소리로 울부짖고 있었다
세계 안에선 여전히
다짐의 목소리가 옅었다
아버지가 개를 묻었다
묻는 건 보지 못하였으나
들어서 알았다
지금까지 세 마리의 개를 묻었다고
나는 들었다
그리고 내 손으로 묻은 개가
세 마리나 되었다
들어서 묻고 내 손으로 묻은 개가
여섯 마리나 되었다
마지막으로 묻었던 개는 덩치가 컸다
구덩이를 크게 파야 하는데
땅이 거칠어 쉽지 않았다
약속에 늦을까 나는 적당히 구덩이를 파고
사체를 욱여넣었다
흙을 덮고 표면을 다졌다
혹여 되살아나기라도 할까 단단하게 다졌다
땅에 묻었던 개가 되살아난다
곳곳에서 되살아난다
나는 세계의 벽 너머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이번엔 가슴에도 묻겠노라고
다짐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가슴에 구덩이를 파 다시 묻는다
살을 덮고 말로 다진다
말로는 부족해 시를 쓴다
단단히 다지기 위해 쓰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