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자라면 그것도 자란다

by 기묭


돌을 주웠다

돌은 은은한 빛을 두르고 있었다

나는 이름을 물었고 돌이 대답했다

저는 해입니다

해는 따듯했다

나는 해를 손안에 품고 다녔다

시간이 갈수록 날이 갈수록

해가 갈수록

해는 조금씩 자라났다

손에 품기엔 벅차 나는 바라보기로 했다

해는 자라면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해는 눈부셨다

해가 눈이 부시기 시작하면서

내 등 뒤로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해가 자랄수록 발붙인 그늘도 자라났다

점점 짙어졌다

나는 그늘을 가리기 위해 집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해는 문을 두드렸지만

나는 열어주지 않았다

해는 몇 날을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듯했다

기척이 사라진 어느 날

나는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다

해는 보이지 않았는데

주위가 따듯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는 하늘에 떠있었다

나는 그늘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숨을 곳은 있었지만

언제까지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

나는 고민했다

내가 자라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해를 손안에 품을 수 있을 만큼

내가 자라면 되겠다

그 뒤로 나는

닥치는 대로 먹었다

말도 먹고 글도 먹었다

그러나 마음만은 먹지 못했다

닥치는 대로 먹던 나는

탈이 났고 아파서 신음했다

나는 아픈 모양 그대로 그늘진

나의 그늘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오만하다는 생각을 했고

마음을 먹었다

그늘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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