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by 기묭



네가 먼저 맞아서 나는 아파할 자리를 잃었다

다음에 만날 땐 내가 먼저 맞아야지

너를 만나러 가기 전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기 전에 잠깐

멈춰서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왼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삑

계단 위에서 기다리던 너는 깜짝 놀라

무슨 일이야 하고 내게 묻지

별일 아니야 괜찮아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가 봐

그럴 듯 하지

너는 헤어지기 전까지 내내

내 표정을 살펴 나는

내 표정을 살피는 너의 표정을

아차, 저질러 버렸다

가끔은 괜찮지 않을까 후후

너는 모르는 비밀

혼자 지키는 밸런스

맞고 안 맞고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따라오는 반성

미안,

나는 괜찮아서

미안


















시 혹은 짧은 이야기, 매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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