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봐 이럴 줄 알았다니까. 내가 이렇게 항상 신경 쓰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어? 신경질을 부리는 것 같지만 너는 미소를 머금고 있다. 너는 주로 인터넷으로 장을 보는데 상품이 오면 하나하나 꼼꼼히 유통기한을 체크한다. 많은 경우에 유통기한은 기한을 넘기지 않은 채 도착한다. 그러다 가끔 기한을 하루 혹은 이삼일이 지난 상품이 도착하는데 너는 기한을 넘기지 않은 채 도착했던 상품들에게서 느꼈던 기미를 가리기 위해서(합리적인 의심이 들 정도로)인지 과하게 너스레를 떤다. 이런 상황이 있기 때문에 그런 날들이 있는 것이라고. 나의 이런 불안은 충분히 유용하다 -라고 말하는 듯하다. 유통기한이 절대 먹어선 안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는다. 그러게 너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냐. 그렇지? 응.
고맙다. 다음에도 부탁해. 나는 메시지를 보낸다. 네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패턴이 읽히지 않게 일정을 조율한다. 나는 오늘이다 싶은 날, 너를 지켜보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지금 이 금액 건이야. 응, 이삼일 정도 지난 걸로 부탁해. 컴플레인은 걸지 않으니까, 응. 고마워.
너는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받고 자신을 긍정한다. 너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나는, 마음에 적는다.
적고 있구나. 나는 마음에 적는 너를 문틈 사이로 지켜보고 있다. 휴대폰의 화면이 번쩍인다. 나는 답장을 한다. 매번 고마워. 응, 한동안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기록이 남아서 계속해주기엔 내가 좀 곤란해. 미안, 몇 번만 더 부탁할게. 네가 거실로 나온다. 나는 과장된 몸짓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쓰레기통에 던진다. 너의 눈치를 살피며. 너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할 수도 있지, 마음 넓은 네가 참아 - 라며 내게 말한다. 나는 씩씩거리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너는 내 곁으로 와 내 등을 쓸어내리며 위로한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며 네게 입을 맞춘다. 입을 맞추며 나는, 너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마음에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