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을 나서다 발에 차인 페트병 하나 굴러간다
내리막길 따라
여름 뙤약볕에 정장 입고
작은 수레 이고 다니는 할아버지 버스에 오른다
할아버지는 내게서 페트병을 받아
수레에 담는다
나는 약속에 늦어 개찰구를 나오자마자
뛰어서 계단을 오른다
두 계단씩 오른다
출입구에 서서 내미는
할머니의 전단지를 빠르게 낚아챈다
뛰다가 뛰는 걸 번복하고 걷다가
걷다가 걷는 걸 번복하고 뛰다가
서울엔 사람이 너무 많아
아니 강남에 사람이 너무 많아
고등학교를 졸업하곤 성당을 다니지 않게 된 나는
하느님 대신에 타노스에게 기도를 하다가
아차 늦잠을 잤기 때문인 걸
페트병을 주우러 가지 않았다면
버스를 놓치지 않았을 텐데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잠시 멈춰 숨을 고르다
물이 없었더라면 페트병을 주우러 가지 않았을까
페트병에 담겼던 물은
땀이 되어 눈가에 흐른다
눈을 비비며 나는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