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맛

by 기묭


이것이 올해의 마지막 비행입니다. 여기가 한국의 알프스라 하는데 나는 알프스를 가본 적이 없어 이곳을 하동이라 부릅니다. 하동에 최참판댁이란 곳 근처에 적당한 크기의 감나무 밭이 있습니다. 수확철이라는 것입니다. 키가 닿는 곳은 전정가위로 따고 키가 닿지 않는 곳은 가위가 달린 장대로 땁니다. 장대로 따는 것이 재미가 있어서 키가 닿는 곳도 장대로 따었습니다. 감도 따고 여기저기 초대를 많이 받아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었습니다. 이것이 사는 맛 아니겠습니까.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음식은 수북하고 술잔은 제자리에 붙어 있지를 못하지요. 이것이 사는 맛 아니겠습니까. 누구는 사는 맛이라 카고 누구는 죽는 맛이라 카니 잘 알다가도 모르겠는 고것이 또 사는 맛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이 사는 맛이라면 죽고 싶어져 버렸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존대를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질 것 같아 그렇습니다. 고칠 수가 없는 것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지만 무엇이 고장 난 것이고 무엇이 고칠 수 있는 것인 지를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알아보고 싶지도 않았다는 것에 수긍을 할 때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입니다. 세상이 미워지는 것입니다. 피하면 그만이지요. 저는 떠나면 그만이지만 그럴 수 없는 얼굴들을 보면 숙연해지는 것입니다. 감사하는 것입니다. 내가 아니라는 것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다들 그리 산다는 말에 간사해지려는 차에 다시 감사해지는 것입니다. 그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세상만사 모든 일에 당신이 참여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생각이라도 참여할 생각 마십시오. 자리를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그 자리 그대로 지키고 있다가 내미는 손 저버리지 말고 잡아주십시오. 참여하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 지키고 있다가 피하지 말고 고마 손 한번 잡아주이소. 그것이 사는 맛 아니겠습니까. 차라리 그것이 사는 맛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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