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라고 상관, 나랑 뭔데

by 기묭



송송한 뭉게구름에 가려진 외나무다리

내 발 딛고 서있는 곳

때아닌 돌풍에 구름이 걷혀

걸어온 길 뒤돌아 보니 외나무다리라

한 걸음만 잘못 내딛어도 죽었구나

가슴이 내려앉는다

가야 할 길 바라보니 가슴은 또 답답해서

발걸음은 떼기가 어렵다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영영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서

조금씩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한참이 지났을까 벌써 몇 해 전 일인지,

꼼지락꼼지락 한걸음을 떼는데 돌풍에

그것도 때아닌 돌풍에 몸이 펄럭하고

기울었다 아뿔싸 죽는구나

억울하다

죽음은 억울하다

눈을 감는데 털썩

하고 팔꿈치와 정강이가 시리다

눈을 떠보니 외나무다리라

아하 걸음 내딛는 곳이 다리라

아잇 억울하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한참이 지났을까 몇 해 전 일인지,

넘어지지 않으면 누가 알겠냐고

치사하다

너무 치사해서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때아닌 돌풍은 언제 부는가

그것은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라고

그런 나, 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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