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을 받고 나니 마냥 슬프지만은 또 않더군요. 그게 또 그렇게 되더랍니다. 돈이 생기니 좋더라구요. 장바구니에 넣어만 두었던 책도 사고, 부모님에게 용돈도 드리고, 사랑하는 이에게 줄 선물도 사구요. 솔직히 말해서 뭐 일 때문만은 아니었죠. 그렇지 않습니까? 제 경우엔 말입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아야겠습니다. 지난날, 20대의 중반까지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더 심도 있게 들어가자면 불과 몇 달 전까지라고 확대할 수도 있겠습니다. 고개를 돌리고 마주치지 않은 채 계속 지냈다면 지금도 괜찮을 테지만요. 근데 그 고개를 붙잡고 마주 보도록 돌리는 손이 타인의 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손이 되었을 때는 시인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마음속 깊이, '너는 시인이 아니다'라고요. 그게 또 시인이라면 시인이라고 시인할 수도 있겠지만 너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시인은 될 수가 없는 애초의 망상에서 비롯된 형상에서 비롯된 망상이기 때문에 망상을 목표로 삼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이었는지를 과연 시인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말장난이네요. 농담입니다. 지난날이 마치 잘 꾸며낸 농담 같습니다만 사실 알고 있지 않았습니까? '앎'이라는 단어를 여기서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겠네요. 어렴풋이 짐작은 하지 않았겠습니까? 당장 눈앞에 하루를 돌아보더라도 짐작되지 않겠습니까? 여러 가지 갈래들을 틀어막으며 한 곳으로 향하도록 유도하지 않았나요? 당신이. 몇 달 전 당신은 지금의 나를 상상하지 못했습니까 휴먼? 느끼고 있었을 걸요? 어렴풋이 스쳐 지나가는 망상 속에서 다시 이렇게 될 수 도 있겠다; 라고. 하지만 당신은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았습니까? 가만히 놔두면 그리로 향할 것을 알면서도 붙잡지 않지 않았나요? 당신은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힘이 드니까요. 그렇다고 시인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것은 더욱 좋지 않네요. 당신은 선택하지 않음을 선택함으로써 안락함을 향유했다는 점, 그 지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은 그 당시의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인과의 흐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그 순간에 고개를 돌렸을 때 지금 저는 고개를 돌리고 있는 과거의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쉽지가 않네요.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묵묵히 일하고 있었는데요. 한 달간 소식이 없다고 브런치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요즘 만족스럽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직 무리 없이 몸을 가눌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모를 일이지요 어딘가 병이 나고 있을지도. 그것은 또 그것대로 그때 가서 생각해 볼일이기 이전에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마음을 써야겠습니다. 중간중간 놓치는 때가 있겠지만 다시금 주섬주섬 도시락을 싸고요. 가능한 집밥을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고요. 채소와 과일을 곁들여서요. 술은 가끔만 마시구요. 한 달에 3~4번이면 족할 듯합니다. 당일 컨디션 보아가면서 요가도 꾸준히 하면 좋겠고요. 그림도 물론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채워나가면 좋겠습니다. 어떤 커다란 목표는 잃어버렸는데요. 그런 거 있잖아요. 예를 들면 그. 빙하긴데. 세상이 차가운데 따스함이 필요해서 멀리 빛이 비추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요. 빛이 보이지 않으면 곧 얼어 죽을 거 같았는데 알고 보니 쫓아 움직이느라 열이 나서 살고 있었다는 거.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런 거. 아무튼 지금은 그런 시기였다고 나중에 쓰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