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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화면을 두 번 두드린다. 화면이 밝아지고 시간이 보인다. 9시다. 언제면 이야기가 끝이 날까.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도통 일어날 생각들을 하지 않는다. 10시가 조금 넘자 마지막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하는 둥 마는 둥 작별인사를 하고 먼저 집으로 돌아간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간신히 침대에 올라 그렇게 누워 곧 죽을 사람처럼 잠에 든다.
첫 번째 알람 소리에 잠이 깼다. 두 번째까지는 괜찮다. 살아 움직이는 세 번째 알람이 울리기 전까진 아직 한 번의 기회가 있다. 하지만 왠지 평소보다 몸이 무거워 두 번째에도 일어날 수 없었고 결국 문을 두드리며 울리는 세 번째 알람이 울리고 말았다. 잔소리는 덤.
갈수록 몸이 무거워져 큰일이다. 얼른 털어내고 가벼워지고 싶다. 그래서 누군가 나눠갈 사람이 있나 싶어 모임에 나갔었던 건데 없는 건지 내가 알아보지 못한 건지 모르겠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켰다. 이대로 가다간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날 누르는 무게감에 옴짝달싹 못하는 날이 와버리진 않을까. 솔직히 조금 걱정이 된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이 되고 또 올해가 작년이 되고 내년이 올해가 되어도 털어내지 못한 채 주렁주렁 매달고 다닐 것만 같아 조금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