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짝

그을

by 기묭






세수를 하려고 거울을 보다 너무 놀라 그만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꿈일까? 천천히 일어서는데 온 몸이 심장으로 가득 찬 것처럼 두근거렸다. 침을 한 번 삼키고 다시 거울을 봤다. 얼굴이 사라졌다. 정확히 표현하면 얼굴의 피부 가죽이 떨어져 나갔다. 어떻게 된 일일까.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방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시뻘건 혈관과 근육들이 노출되어 있는데 아프진 않았고 피도 흐르지 않았다. 누웠던 자리를 보니 베개피에 내 얼굴 가죽이 붙어있었다. ‘엎드려서 자서 그런가?’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고 그런 생각을 했다는 자신이 우스웠다. 아무튼 일단은 진료를 받아봐야 할 것 같아 병원으로 걸음을 뗐다. 후드티를 입고 일할 때마다 쓰려고 조수석 수납칸에 넣어놨던 방진 마스크를 꺼내 써 얼굴을 가렸다.

병원에 도착해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렸다. 차례가 되어 번호표를 들고 간호사 앞에 가 마스크를 살짝 벗은 채 현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얘기했다. 간호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문서답이 오고 가 답답함에 결국 후드를 걷고 마스크를 벗어 모두에게 내 얼굴을 보여줬다. 모두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함을 느껴 휴대폰 화면에 내 얼굴을 비춰 봤는데 아침에 봤던 얼굴과 다르지 않았다. ‘지금 이 얼굴이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가?’ 생각지 못한 반응에 당황한 나는 바로 병원을 빠져나왔다.

자고 나면 아픈 게 나을 거라는 어린 시절에 많이들 품었던 근거 없는 낙관을 품고 하루를 온전히 꿈속에서 보냈다. 다음날 아침. 휴대전화를 보니 부재중 전화 한 통 없었고(그럼 그렇지) 난 언제나 괜찮을 거라는 친구들의 믿음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가늠해 보면서 화장실 문을 열었다. 떨리는 손으로 불을 켰고 바로 끄고 방으로 돌아왔다. 변한 건 없다.

병원에서의 일이 생각나 바로 친구를 만나러 갔다. 똑같은 반응. ‘나 달라진 거 없어?’ 그래, 오늘따라 더 못생겼다고. 고맙다. 이상할 노릇이다. 내 눈에는 문제가 가득한데 다른 사람들은 아니라고 한다. 난 내 얼굴이 흉측해 쳐다볼 수 조차 없는데 왜 남들은 괜찮다고 하는 거지? 내가 드디어 미쳤나 보다. 아니면 세상이 미쳤거나.

그래서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사람들이 괜찮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걸까. 내가 괜찮지 않아도?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니까? 그래 그렇게 양보해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자.


그럼 내가 혼자 있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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