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by 기묭



너에게 내 비밀을 얘기해주었지.

매 강의시간 맨 앞자리에서 매의 눈으로 내 강의를 경청하던 네가 퍽이나 맘에 들어 너에게 내가 숨기고 있던 사실을 하나 얘기해주었지. 사실 내 강의 내용은 전부 거짓이란 사실을 얘기해주었지. 강의 내용과 달리 인생은 제로썸 게임이 아닌 게 아니라는 사실을 얘기해주었지. 네가 성공하려면 누군가가 실패해야 한다. 이게 현실이고 세상의 진실이다. ‘윈윈’은 없다고 얘기해주었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얘기를 듣다 너는 내게 물었지. 근데 왜 그런 강의를 하느냐고 내게 물었지. 그리고 나는 내 비밀을 얘기해주었지. 조금 어렸을 때였지. 삶은 경쟁이고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다는 것은 내가 경험했던 현실이었지. 세상의 진실이었지. 세상의 진실을 알고 있던 나는 다른 사람에게도 이 사실을 얘기해주어야 하나 고민했었지. 깊은 고민이었지. 그러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지. 내가 진실을 폭로해 모두가 알게 되어 다들 나와 같은 위치가 된다면 내가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지. 여기저기 베여가며 애써 칼을 만들었는데 아주 좋은 칼이라고 모두에게 권하며 나누어주는 건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 제로썸 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숨겨야만 하지. 비밀을 지켜야만 하지. TV에 나가서 본인이 옳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토론하는 사람들은 모두 바보들이지. 본인이 옳다고 여기는 걸 타인에게 강요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답해하는 건 아주 바보 같은 짓이지. 꼭꼭 숨겨야 하지.

너에겐 내 비밀을 얘기해주었지. 퍽이나 맘에 들었나 보다 하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지. 너는 모든 얘기를 들었지. 너는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오므려 삐죽 내민 채 한참을 생각했지.

그리곤 내게 물었지.


외롭지 않으세요?


나는 너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 말없이 가만히 앉아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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