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에 나는 계속해서 계속해서 멀미를 했다. 멀미를 숨기기 위한 멀미를 곰곰이 생각하다 진짜로 멀미가 나버렸다. 멀미는 여행 중에 나를 계속해서 계속해서 괴롭게 했다. 멀미가 나는 걸요. 멀미약 남은 것 있으세요. 아니. 없어도 괜찮아. 어차피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닌 걸.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 괜찮아요. 아니야, 그럴 땐 창 밖 먼 곳을 봐. 그런 멀미가 아니라니까요. 아니, 사실 이제는 정확히 어떤 멀미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나는 아주머니의 말대로 창 밖 먼 곳을 바라봤다. 들리는 소리는 어떻게 해요. 이어폰을 두고 오지 않았더라면 괜찮았을 텐데. 그래서 나는 속으로 노래를 불렀다. 내가 아는 가장 신나는 노래를 머릿속에서부터 울려 퍼지도록 머리로 불렀다. 노래는 머릿속에서 귓구멍으로 뻗어나갔다. 귓구멍에선 소리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치치치치치. 그 소리는 괜찮았다. 그런데, 그러다, 누군가 말을 걸어오게 되면 어느새 노래는 멎고 멎은 듯했던 멀미는 아직 멎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는데. 지금, 이제 다시 멀미를 하자 나는 다시 창 밖 먼 곳을 그곳을 집중해서 바라봤다. 그렇게 한참을 창 밖을 바라보다 갑자기 터널이 나왔는데 그래서 갑자기 창 밖이 어두워지자 유리창에 얼굴이 창가에 그 언뜻 비치는 나의 얼굴에서 나는 나의, 형의 아버지. 어머니의 남편의 얼굴을 봤던 것이었다. 누군가 말했다. 사진으로 보니 확실히 가족이네. 뜨끔. 한 번도 닮았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데. 그게 내 든든한 기둥 중 하나였는데. 여행 중 언젠가 사진을 보고 누군가 내게 그런 말을 해버려서 나는 알아차려버렸다. 나는 사진을 보면서 정말 그렇네 가족이네 라고 생각했다. 그때 문뜩. 나는 속에서 살의가 이는 것에 조금 놀랐는데 그것은 분명 여행 전에 마침 이방인을 읽었던 터라 그런 것일 뿐인 것이라며 나는 애써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던 것이었다. 터널은 꽤 길었고 나는 계속해서 계속해서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봤다. 창가의 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나는 지금의 아버지를 생각하고 젊었을 때의 아버지를 생각하고 어렸을 때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나는 창가에 비친 내 얼굴에 비추어진 아버지의 시대를 아버지의 세계를 보면서 아버지가 같이 오지 않은 이유를 생각했다. 멀미를 한다는 아버지의 멀미가 사실은 내가 지금 무엇을 겪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되기 전에. 멀미를 숨기기 위한 멀미를 곰곰이 생각하던 때에 숨기려 했던 그 멀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내 얼굴에 비추어진 아버지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 우리의 혹은 나의 혹은 아버지의 멀미가 그 멀미의 원인이 사실은 말들이라는 것을. 텅 빈. 빈 말들이 버스 안을 가득 메워 허공에 떠도는 것을. 떠도는 말에 말이 닿을 수 있도록 말을 올려 보내려면 나도 가볍게 텅 비워 내어야 한다는 것을. 그럴 때면 나는 잔뜩 가벼워져 두웅하고 떠오르게 되는데 그때의 그것이 비행기가 하늘에 떠오를 때의 그것 보다도 메스껍다는 것을. 그 모든 것을 알기에 아버지는 멀미로 멀미를 숨겨 둔 채 집에 고이 모셔둔 채 그렇게 나오지 않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내 얼굴에 비추어진 아버지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터널을 따라 계속해서 계속해서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러다, 그런 생각을 골똘히 하다 보니 어느새 터널은 지나가 버렸고 어느새 아버지의 얼굴도 사라져 버렸다. 사라져 버린 아버지의 얼굴이 여행 중에 다시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버스가 위아래로 출렁대자 나는 정말로 멀미를 했다. 구토를 하고 내려서 멀미약을 샀다. 귀 밑에 멀미약을 붙이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멀쩡해졌다. 멀쩡해진 내 얼굴이 어딘가에 또 다른 터널을 지나갈 때에 버스 창가에 비추어졌을 때 나는 내 얼굴을 한 번 보고 지갑을 열어 사진을 한 번 봤다.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사진을 한 번 더 보니 갑자기 아버지의 얼굴이 너무나 낯설어졌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 같은 걸. 사실 지금에 와서 이제야 제대로 아버지의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다시 창가를 보고 다시 사진을 보니 그냥 모르겠다는 걸. 보면 볼수록 드는 생각은 모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날 모르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