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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Nov 22. 2018

여행과 호스텔, 스테이
지역을 담아내는 디자인 호스텔3

지역을 담아낸 세계의 디자인 호스텔3



호스텔이란?


국내에서 호스텔이 가진 이미지는 기숙사에 가깝습니다. 방 안에 가득 찬 이층 침대, 공용 부엌과 화장실이 떠오르지요. 호스텔의 보다 정확한 의미는 '여행객들을 위한 저렴한 숙박 시설로, 문화/정보 교류 시설 등을 갖추고 있으며 대부분의 공동 침실에서 여러 명이 투숙하고 주방과 샤워실을 공유한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더 쉽게 말하자면 호텔과 게스트하우스의 중간 정도 되는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나라에 따라서는 게스트하우스와 호스텔을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여행과 스테이의 관계


호텔과 콘도, 모텔 정도가 숙박 시설의 전부였던 국내에 차츰 다양한 규모와 개성의 스테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의 형태가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경기 침체로 인해 국내 여행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정부의 지원 정책과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맞물려 기차나 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더욱 힘이 실렸습니다. 두 번째로 개별적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체험하기 원하는 개별 여행 관광객이 증가했습니다. 이들은 홀로 여행하기를 선호하며 여행지에서 다른 여행객을 만나 동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체험 중심 관광을 지향하는 트라이투어슈머(trytoursumer)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경험과 정보들을 어렵지 않게 공유하고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런 형태의 여행객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국내에는 아직 호스텔이 흔하지 않습니다. 유사한 형태의 숙박 시설로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제주도의 올레길이나 지방의 '내일로 기차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호황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여행객들에게 게스트하우스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조금 외롭고, 호텔은 조금 과합니다. 그렇다고 아무데서나 묵고 싶지는 않지요. ‘고된 여행의 끝에 취하는 휴식이 기분 좋게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이런 니즈를 관통하는 디자인 호스텔이 지난 2015년, 순천에 문을 열었습니다. 
 
지금은 순천의 랜드마크이자 대표적인 지역 혁신 사례로 손꼽히는 바구니 호스텔과 더불어 가까운 아시아 국가들의 디자인 호스텔은 여행객들에게 어떤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지, 각 지역의 문화와 특징을 담은 디자인 요소와 서비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세심한 감동을 가득 담은 순천 바구니 호스텔


순천은 전라남도 동부에 위치한 도시로,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과는 다른 곳이니 헷갈리면 안 됩니다. 낙안읍성, 송광사, 선암사 등이 관광산업에 일조하고 있으며 특히 순천만 갈대밭이 사진작가들을 중심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대표 관광지가 되어 생태도시, 정원도시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습니다. KTX가 개통되면서 서울과의 거리가 2시간 30분으로 축소되어 접근성이 높아졌고, 호남지방과 영남지방을 연결하는 교통의 결절부에 있다는 메리트 덕분에 내일로 기차 여행객의 성지라고도 불립니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오일장인 아랫장이 순천에서 열리는데, 바구니 호스텔은 바로 이 장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바구니 호스텔은 '담다, 드리다, 함께 쓰다'의 의미를 가진 바구니를 모티브로 호스텔 불모지인 국내, 특히 지방 중소도시에 새로운 스테이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건축에서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인 브랜딩을 위해 국내 각 분야의 실력파들과 손잡은 부분이 인상적인데, 건축은 지랩, 침대는 카레클린트, 조명은 라이마스, 철제 가구 및 소품은 레어로우, 투숙객 소품은 쿨 이너프 스튜디오와 협업했습니다.

동천이 내려다보이는 조곡동에 위치한 바구니 호스텔은 건물 외관에서부터 직조한 바구니의 형태를 닮았습니다. 지붕은 주변 산의 형태를 반영하였고, 객실 뷰에 따라 가격대를 달리하는 대신 모든 객실에서 동천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세심함이 돋보입니다. 어떤 방을 배정받더라도 뷰에 있어서는 아쉬울 부분이 없는 셈입니다. 원한다면 층마다 있는 테라스에서 언제든지 야외 경관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리셉션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을 가득 장식하고 있는 밝은 색의 철제 바구니들과 마주합니다.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제작한 바구니인데, 체크인과 동시에 이 바구니에 베딩, 수건, 여행 책자 등의 어메니티를 담아서 줍니다. 침대에 바구니를 걸쳐 놓으면 투숙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지요. 침대 역시 폭 담긴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과 제작에 신경 썼고, 청결과 편리함을 위해 침구마저도 따로 제작할 정도이니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객들의 경험에 얼마나 마음을 썼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바구니 호스텔의 아이덴티티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무채색 톤의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노란색을 키 컬러로 활용했는데, 인테리어 소품부터 사이니지 등 구석구석에서 노란색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호스텔만의 향도 제작하여 후각적 경험 또한 놓치지 않았습니다.

 
가장 차별화된 서비스는 코인 서비스입니다. 통인시장 엽전 도시락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했다는 이 서비스는, 체크인 시 복주머니에 담긴 다섯 개의 노란 코인을 받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한 개의 코인은 천 원의 가치를 하는데, 호스텔에서 지정해놓은 서비스를 코인으로 교환해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친구나 숙소에서 만난 다른 여행객에게 양도도 가능하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불우이웃 돕기에 기부할 수 있습니다.
 

 
1층의 바스터즈 카페 앤 펍은 투숙객뿐 아니라 순천 시민들에게도 오픈되어 현지를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되곤 합니다. 이곳에서 순천의 로컬 브랜드들을 위한 팝업스토어가 열리기도 하고, 호스텔에서 직접 제작한 여행 지도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 지도는 지역과의 연계를 통해 검증된 정보를 담아,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의 순천 여행을 제시합니다. 이처럼 바구니 호스텔은 단순히 숙박 시설에서 그치지 않고속한 지역의 관광안내소와도 같은 역할을 하며 지역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호스텔과 매우 가까운 곳에 50년이 넘은 양곡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청춘창고'라는 청년 창업공간도 생겼다고 하니 디자인 호스텔로 접근한 스테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진 제공 : 바구니호스텔 www.bagunihostel.com
 


전통과 현대의 세련된 만남, 도쿄 언플랜 호스텔


언플랜 호스텔은 도쿄역과 신주쿠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카구라자카역과는 걸어서 3분 거리에 있습니다. 카구라자카는 '도쿄 속 교토', '도쿄의 서래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지역으로, 프랑스인들이 거주하면서 프렌치 상점들과 일본의 전통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밤늦게까지 화려한 도쿄의 번화가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골목 사이사이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국적인 요소가 많지만 에도시대 400년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여 개발 대신 원형을 보존한 훌륭한 재생 사례로 꼽힙니다.
 


언플랜 카구라자카는 토모로 아이다가 이끌고 있는 아이다 아틀리에에서 건축을 담당했습니다. 아이다는 현지의 특징을 디자인에 담기 위해 삼나무에 은칠을 하고 철을 검게 산화시켜 마감했습니다. 이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가옥의 다소 어두침침한 문과 울타리의 이미지를 반영한 것입니다. 아이다는 주변 도시 형태를 모방하여 1층 공간의 레이아웃을 구성하면서 개방성을 강조했습니다. 리셉션 데스크는 벽 쪽이 아닌 공간 한가운데에 크게 자리하여 한쪽에서는 체크인을 하고 다른 쪽에서는 방문객들이 책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확장시켰습니다. 리셉션 공간은 카페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야외 테라스까지 이어집니다.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이 공간은 로비보다 라운지를 지향하며, 호스텔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목재로 만든 2층 높이의 침대는 캡슐 호텔 구조를 갖습니다. 독립된 벽채를 갖고 호스텔 건물에서 분리된 형태로 설치되어 있는 침대 모듈은 각자 작은 건물과도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이런 구조는 유리 창문과 간격을 두어 온도 조절에도 용이하며 공기와 빛의 순환이 원활합니다. 패브릭 디자이너 요코 안도와 협업한 커튼은 커다란 유리창으로 이루어진 남향에 설치되어 창가 쪽에 자리한 이용객이 자유롭게 여닫을 수 있으며, 침대 모듈과 함께 파사드에 리드미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주말에는 Language Exchange라는 프로그램이 있어 입장료를 내면 음료 쿠폰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방문한 여행객들의 친목 도모 시간을 호스텔이 주도하는 셈이지요. 관광 서비스로 여행 정보와 패키지를 소개하는 컨시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언플랜 오리지널 버스 투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호스텔에서 출발하는 후지산 버스 투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아사쿠사 투어도 운영하여 아사쿠사의 명소 여섯 군데를 돌아보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투어프로그램 참조: https://unplan.jp/tour#
 사진 제공 : 언플랜 호스텔 unplan.jp
 


동남아의 공기가 물씬 느껴지는 나트랑 C카사 호스텔


베트남 발음으로 ‘냐짱’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해양 도시 나트랑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시대에 리조트 지역으로 개발되어 현재까지도 관광산업이 꾸준히 발달하고 있습니다. 7km에 다다르는 냐짱 해변은 베트남에서 가장 유명하며 연중 날씨가 좋아 여름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지역입니다. 섬이 많아 아일랜드 호핑 투어를 할 수 있으며 다이빙 명소로도 유명하지요.
 

 
해변에서 걸음으로 5분 거리에 C카사 호스텔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스튜디오 TAK Architects가 설계한 이 호스텔의 가장 큰 특징은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 올렸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 누구나 하나의 가족처럼 연결될 수 있다는 모토를 갖고 설계된 C카사 호스텔은 베트남 전통 가옥인 마당 있는 집의 구조를 따서 가정집과 같이 기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컨테이너는 침실, 루프탑은 놀이방 역할을 하며 거실과 주방은 공동으로 사용됩니다. 전체 공간은 서빙 블록, 취침 블록, 워싱(세탁, 샤워 등) 블록 등 총 세 구역으로 나뉩니다.
 
C카사 호스텔은 구역마다 색깔 차이를 두어 구분하고 있습니다. 서빙 블록이라고도 불리는 공동 공간의 기본 구조는 검은 철 프레임과 철판으로, 취침 블록인 컨테이너 박스는 룸 타입에 따라 빨강, 파랑, 노란색으로, 워싱 블록은 벽돌과 콘크리트가 하얗게 마감되어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블록들은 탁 트인 공동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베트남 전통 바구니와 재활용한 나무 창문으로 세운 벽체가 현지 느낌을 극대화시킵니다. 여행객 간의 소통에 중심을 둔 호스텔은 공동 공간을 최대한 넓고 개방적으로 지은 반면 침실은 최소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컨테이너 안에는 일반적인 이층 침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대신 바닥을 장식하는 타일이 동남아의 화려함을 전달합니다. 침실로 향하는 복도 또한 완전히 개방된 철제 다리로 연결되어 있으며 넝쿨식물 등이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설치물이 있어 언제나 자연과 어우러집니다. 이런 식물의 활용은 장식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햇빛을 차단하는 역할도 합니다. 루프탑에는 그물로 짜인 커다란 해먹이 설치되어 나트랑의 맑은 하늘을 보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워싱 블록의 벽체는 구멍이 뚫린 패턴의 콘크리트 타일로 지어 공기 순환이 잘 이루어지고 외부와 연결되도록 했습니다. C카사 호스텔은 산업 소재와 자연의 어우러짐을 적극 살렸으며 지역 날씨와 기온의 장점 또한 백분 살린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제공 : C카사 호스텔 www.ccasa.vn
 


이처럼 잘 만들어진 스테이란 단순히 짐을 풀고 식사와 잠을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특징과 나라의 문화를 녹여내고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곳입니다. 여행객에게는 여행지의 첫인상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숙소에 도착하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건물의 형태, 마감, 사이니지 등의 시각적 인풋에서 가장 먼저 디자인적 감각과 취향을, 그리고 차차 귀에 들려오는 배경의 소리, 식당과 침실의 냄새,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등을 통해 여행지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서비스의 범위 또한 단편적이지 않습니다. 숙소 운영자의 관점에서 여행 코스를 추천하거나 여행자들의 네트워킹을 도모하는 등 가이드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숙박을 넘어선 체험적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는 책임감을 안고 운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어쨌거나 여행지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지도에서 찾는 것은 앞으로 묵게 될 숙소이고, 숙소에 잘 도착했을 때에 느껴지는 안도감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본 여행의 한 조각일 테니까요.
 


글  서호영
기획·편집  김인경
교정·교열  윤정아
발행  어떤생각이든 연구소
총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혁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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