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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May 07. 2019

[배또롱 감귤농장] 작물 다양화로 이루는 농업혁신




오길원 대표의 ‘배또롱 감귤농장’은 제주에서 스마트팜 선도 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게으르게 살기 위해 스마트팜을 들였다 말하지만, 농사일을 제외한 그의 모든 시간은 스마트팜 교육과 아열대 작물 실험으로 촘촘히 꾸려져 있다. 자기계발에 여념 없는 주인 덕에 그의 농장도 매일 한 뼘씩 성장 중이다.


스마트팜이란 농작물 재배 시설에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해 빛과 온습도, 이산화탄소, 배양액 등의 생육 환경을 제어하고 관리하는 형태를 말한다. 노동 효율성과 생산 편리성은 물론 양질의 작물 재배가 가능해 안정적인 공급을 이룰 수 있다. 운영 체계만 파악하면 매우 편리하지만, 오랜 시간 전통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지어온 농민에겐 더없이 복잡하고 생소할 수밖에 없다. 몸소 기후를 읽어내 농사일을 이어왔기에 기계가 만들어내는 얄팍한 수치를 믿지 못하는 마음도 있을 테다. 

아버지의 감귤 농장을 이어받아 2016년에 스마트팜을 들여놓은 오길원 대표도 주변 농민들에게 ‘쓸데없는 짓 한다’며 비난받았다. “제가 만들어낸 물량이 일반 농장과 비슷하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얘기죠. 하지만 상품성과 인력 면에서 제가 훨씬 앞섭니다. 500평(약 1650m2) 정도의 농장 4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저 혼자 농장을 관리하고 과일을 수확해요. 안정적인 소득을 위해 작물의 수확 시기도 달리했습니다. 1월에는 황금향, 2월은 천혜향, 5월은 블루베리, 8월은 황금향, 12월은 노지 감귤을 수확해요. 태블릿 PC를 들고 다니며 실시간으로 농장 내부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하니 양질의 과일을 얻을 수 있고요. 일반 직장인처럼 ‘9시 출근, 6시 퇴근’을 사수하려고 스마트팜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10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합니다.”


스마트팜에 창의력 더하기 

오길원 대표는 지난 4년간 스마트팜으로 한라봉, 천혜향, 황금향, 레드향 등의 만감류를 키워왔다. 복합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팜을 설치하고 싶었지만, 귤에 관한 기존 데이터값이 없어 환경 제어 적용이 불가능했다. 하는 수없이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정만 가능한 단순 제어 시스템을 들였다. “1세대 스마트팜의 작동 원리는 이런 거예요. PC로 설정값을 맞춰두면 보온 커튼, 난방기, 유동 팬, 배기 팬 등 다양한 기계가 자동 개폐기 형태로 움직여요. 하지만 설정값으로만 움직이지 복합적 환경 요소가 주어지면 반응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일일이 수동으로 설정값을 조정해가며 귤 생육 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열심히 쌓았어요. 데이터가 누적되면 인공지능으로 복합 제어가 가능한 2세대 스마트팜을 도입할 수 있으니까요.”그러한 노력 덕분에 현재 배또롱 감귤농장에는 1, 2세대 스마트팜 기계가 함께 설치돼 있다. 특히 2세대 스마트팜은 다각도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 내부의 건구, 온습도는 물론 상대 습도까지 잡아낸다. 온실의 높이와 땅의 깊이마다 온도가 다른데, 상부 온도는 최대 3단계, 하부 온도는 최대 5단계까지 측정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팜 내부에는 오길원 대표가 응용력을 발휘해 만든 자체 관측기와 제어기도 있다. 교통 정보 관제 카메라는 병해충 관측과 과실 상태를 예찰하는 기기가 됐다. 열 감시용 카메라와 자동 확산 소화기도 달아뒀는데, 최근에 황금향 농장에 화재가 발생했단다. “농장에 설치해둔 여러 장치가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해 불길을 빠르게 진압했어요. ‘화재가 났는데 피해가 왜 이것밖에 안 되냐’며 농업기술원에서 화재 진상 조사를 나왔을 정도였죠.” 오길원 대표가 이루어낸 스마트팜 활용의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저는 기술자가 아니라 전문적인 기계를 만들어낼 순 없어요. 하지만 누구든 스마트팜 작동 원리만 알면, 생활용품을 응용한 간단한 제어장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원리를 몰랐다면 큰돈 주고 샀을 기기지만, 알고 나면 1만~2만 원 선에서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죠.”

땅의 하부 온도를 최대 5단계까지 측정하는 지온계.


스마트파머의 시간 활용법

스마트팜을 도입하고 나니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휴식을 취하기보단 스마트팜 관련 교육을 받으러 다니는 등 

자기계발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공공 기관에서 운영하는 스마트팜 관련 수업도 듣고, 한국폴리텍대학에서 농업 전기 교육도 받아요. 도내 스마트팜 청년 농업인이 모여 만든 ‘제주ICT협동조합’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함께 도내외로 견학을 다니고, 머리를 맞대 스마트팜에 필요한 장비를 제작하기도 해요.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듣거나, 우리가 만든 결과물에 대해 조언을 구하지요. 그리고 이번에 우리 조합이 지역 경쟁력 강화를 돕는 ‘2019 읍·면·동 지역 균형 발전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어요. 이 사업에서 교육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빠르면 4월부터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스마트파머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를 공유하면서 큰돈 들이지 않고 스마트팜을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알려드릴 거예요.” 

스마트팜 관련 활동 외에 오길원 대표는 홀로 아열대 작물을 실험하며 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년 전부터 가까운 곳에 농장을 얻어 열대 작물인 불수감, 바나나, 무화과, 클레오파트라, 레몬, 블루베리 등을 키워보고 있어요. 만감류를 대체할 작물을 연구하고 실험해보기 위해서예요. 이제는 대체 작물을 선택할 시기로 보고 있는데, 저는 레몬을 선택했어요. 병해충 관리와 꽃을 피우는 부분이 귤나무와 비슷해 접근이 꽤 수월해요. 또 세 번의 수확이 가능해 수익성도 있죠.” 아열대 작물 실험실이 없어지는 게 내심 서운하다 말하니, 그는 “그만큼 헛돌았으면 됐죠. 이제 투자는 그만할래요”라고 웃으며 답한다. 그동안 살뜰히 움직인 결과물이기에 오길원 대표의 얼굴에는 헛헛함보단 묵직한 확신이 서려 있었다.

레몬은 1년에 세 번 꽃을 피우기에 세 번의 수확이 가능하다. 아열대 작물 실험실은 곧 레몬 농장으로 바뀔 예정이다. 





* J-CONNECT 2019년 봄호(Vol.9)를 온라인에 맞춰 수정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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