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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May 26. 2019

[해녀담따] 진행중인 또다른 혁신

해녀와 로컬 푸드와 공연, 아이덴티티를 동력 삼은 수산업 혁신

이제 농업 혁신을 한층 확대해 보다 확장된 영역에서 볼 차례다. 농업과 더불어 오름세를 보이는 수산업과 축산업의 혁신 콘텐츠가 바로 그것이다. 





해녀담따, 김하원


종달리 ‘해녀의 부엌’에서 해녀가 되어 무대에 서고, 해산물 이야기를 들려주며 홀을 누비는 김하원 대표의 ‘해녀담따’의 전신은 센터 4기 입주기업 ‘제주달리’다. 이들은 최근 JDC의 제주 사회적경제 소셜벤처 지원사업인 낭그늘에서 보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해녀의 부엌 웅장한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쪽 벽면에는 테왁이 빼곡히 걸려 있고, 가까이서 보면 저마다의 이름이 써 있다. 고개를 젖히면 천장에는 설치 작품을 방불케 하는 초대형 어망에 감싼 조명이 드리운다.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는 사이, 해녀 복장을 한 이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손님과 눈을 맞추고,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한 후 자리로 안내한다. 해녀 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를 걷다 보면 해녀 작업장에 온 듯한 착각이 인다. 20여 년 전 종달리 해녀들이 잡은 생선과 해산물을 경매하는 활선어 위판장이던 공간은 판매가 저조해지면서 오랫동안 창고로 방치되었다. 시간이 멈춰버린 생선 위판장의 문을 새로이 연 이는 해녀담따의 김하원 대표다. 


헤녀담따 김하원 대표

김하원 대표에게 종달리 앞바다와 해녀는 불가분의 관계다. “한동안 종달리에서 해산물 경매에 관한 일을 했던 부모님을 돕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제주 해녀가 채취한 자연산 해산물이 양식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정말 말이 안 되는 현실을 제대로 보게 되었죠. 수온 이상 등 바다 환경문제는 물론이고, 해녀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자연산 해산물 개체수는 줄어들고 있잖아요. 그럼에도 이런 날것의 현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어요. 해녀와 로컬 푸드를 접목한 수산업 분야 스타트업을 생각해낸 가장 큰 동력은 바로 이 현실이에요.”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해 무대에 서는 일이 일상이 된 김하원 대표는 자신의 장기를 발휘했다. 사람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을 기획하며, 실제 해녀의 옛이야기를 극으로 옮겼다. 그리고 여기에 로컬 푸드 다이닝을 접목했다. 종달리 해녀들이 물질해온 생선은 날마다 철마다 어종이 바뀌니 이보다 생생하고 풍성한 콘텐츠는 없겠다고 판단했다. 외국 여행에서 경험한 공연을 보면서 식사하는 프로그램을 제주에, 고향 종달리에 선보이기로 했다. 그렇게 해녀, 로컬 푸드, 공연의 삼박자가 서로 어우러졌다. 공연과 식사 모두 고객의 수준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직접 발로 뛰었다. 셰프를 찾아가 메뉴와 차림새에 대해 컨설팅을 받았고, 몇 차례쯤 메뉴를 엎고 다시 설계하기는 예사였다. 종달리 부녀회와 협업해 요리부터 플레이팅까지 모든 과정을 배우고 익혔다.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무대에서 동고동락하던 동료들과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무대를 설계했으며 공연용 음악과 조명 등 꼼꼼히 채워나갔다. 배우, 특히 종달리 해녀를 섭외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1시간 반가량 소요되는 다이닝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1부는 해녀 봉순이 첫 물질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10여 분간의 연극이고, 2부는 연극 속 실제 주인공 봉순 해녀가 등장해 해산물을 보여주며, 잡는 요령부터 맛있게 먹는 비법을 알려준다. 이때 낯선 제주어가 들리는데, 통역과 진행을 겸하는 김하원 대표 덕분에 수월하다. 한예종에서 동고동락해온 아티스트 팀이 시나리오부터 음향, 조명, 안무 등을 맡았으며, 정기적으로 구성과 내용을 변주한다. 3부는 본격 다이닝으로, 뿔소라구이와 젓갈, 군소샐러드, 깅이(게)튀김 등 뷔페식으로 자유롭게 즐긴다. 견과류톳밥과 보말바릇국이 기본으로, 디저트로 청귤푸딩이 나온다. 제철 해산물과 제주 음식을 차린다는 원칙 아래 계절마다 메뉴를 달리한다. 4부는 봉순 해녀와 함께하는 문답 시간으로, 손님들이 써낸 질문에 대한 제주 해녀의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종달리 해녀에게서는 앞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이야기를, 타지 해녀들에게서는 잘한다는 후기를 듣게 되어 벅차다는 해녀의 부엌은 봄부터 토요일에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주말로 확대한다. 


해녀의 부엌 바로 가기     http://www.haenyeo.space/



*J-CONNECT 매거진 2019년 봄호(Vol.9)를 온라인에 맞춰 수정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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