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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Aug 01. 2019

지역 문화와 여행을 연결하다
<왓집 + Lab.왓>

왓집+Lab.왓(이하 랩왓)은 지역의 문화·역사·자연, 인물 이야기를 아카이빙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문화 예술 프로젝트를 이끄는 지역 아카이빙 그룹이다. 문화 기획자 문주현, 예술 상점 ‘꺄르르'를 운영하는 윤선희, 건축 아카이브를 공부 중인 김정희로 구성된 팀으로, 문화 실험 공간 왓집을 운영하며 아트 마켓, 전시, 네트워킹 파티, 아카이빙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문화 예술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랩왓의 시작은 칠성로에 자리했던 문화 실험 공간이자 카페 ‘왓집’이다. “셋 다 건축과 문화 기획에 관심이 있었어요. 재미있는 무언가를 해볼 생각으로 모였고, 2012년 12월 25일 왓집을 오픈했습니다.” 2016년까지 운영했던 카페 왓집에서는 오메기떡으로 만든 ‘오메기 빙수’, 제주 전통 음료 ‘쉰다리’ 등을 내는 한편 아트 마켓(맹그렁 폴장), 네트워킹 파티(초면 파티), 제주 아티스트 전시와 공연 등 도민과 여행자가 어우러지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꾸렸다. 새로운 재미를 찾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왓집이었다. “여행자가 홀로 카페에 오면 윤선희 씨는 제주 아티스트가 만든 제주 여행 지도를 펼쳐요. 그러고는 여행 스타일에 맞게 코스를 설계하죠. 예술 거리는 이쪽으로 가고, 맛집은 어디 있고 하는 식으로 ‘혼행족’에게 1:1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죠.” 문화 공간 왓집은 시끌벅적하게 재밌는 사람이 모이는 공간, 진짜 제주를 여행하는 방법을 알 수 있는 공간으로 소문났다. 여행자 중에는 제주에서 가장 먼저 왓집을 찾는 이도 많았다.



로컬의 이야기까지 담은 칠성통 지도


왓집의 첫 작업물은 동네 지도인 ‘칠성통 지도’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멋스러운 골목길, 맛있는 식당을 소개하기 위해 문주현, 윤선희, 김경희, 세 사람은 직접 골목골목을 누비고 보고 들은 내용을 지면에 담았다. 여행 스폿 외에 응급 상황이 벌어졌을 때 갈 만한 병원, 약국 등 실용적인 정보도 넣었다. 여기에 외국인을 위한 영문 표기도 추가했다. “왓집 카페를 운영할 때 외국인이 많이 찾아왔어요. 여행자들이 많이 물은 내용이 약국과 은행이 

어디에 있느냐는 거였어요. 사용자에게 진짜 필요하고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칠성통 지도는 5쇄를 찍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네의 풍경은 달라졌고, 칠성통 지도에는 매 쇄 다른 이야기가 담겼다.


랩왓은 칠성통 지도 외에 제주 곳곳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했다. 마을의 이야기를 발굴해, 아카이빙하고 해당 내용을 토대로 이야기 지도와 책을 만드는 ‘공간 프로젝트’, 로컬 맵 ‘페이퍼 왓Paper What?’, 지역 활동가와 산책하며 동네의 매력을 찾아 나만의 지도를 만드는 ‘마을 매력 지도 만들기 투어’가 그것이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칠성통 지도, 삼도2동과 용담1동의 공간 책과 이야기 지도를 비롯해 애월, 대정, 저지, 수망, 제주시 원도심을 소재로 동네 매력 지도 책을 펴냈다. 



원도심의 역사, 문화, 공간을 아우르는 제주시 원도심 로컬 맵을 포함해 총 4권의 책과 9종의 지도를 완성했다. “지도는 한 장의 이미지로 보이지만, 사실 책만큼 그림과 텍스트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예요. 한 장이면 마을 전체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죠.” 가장 최근에 제작한 제주시 원도심 로컬 맵에는 문화 기획자로서의 경험과 왓집에서 만난 인연으로부터 얻은 인사이트, 여행자가 되어 타지를 여행할 때 느낀 점 등을 집대성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여행 스폿을 찾을 때 지도가 발휘하는 힘 또한 강력해요. 도보 여행 시에는 마음껏 쉴 공간이나 예술 거리처럼 관심 있는 분야의 정보를 먼저 찾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런 정보는 주요 관광지만 표기한 (기존의) 지도에서는 알기 어려워요. 직접 동네를 걸어 다니면서 찾은 장소와 그곳의 특징을 지도에 넣었지요.” 제주시 원도심 로컬 맵에는 관덕정, 제주읍성 등 역사적인 장소, 전시와 커뮤니티 공간, 도서관 같은 문화 공간은 물론 주민 추천 장소, 뷰포인트, 도심 속 휴식 공간, 예술 거리 등 로컬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를 꼼꼼히 담았다. 걷고 즐기고 먹고 마시는 원도심에 대한 모든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셈이다.

지역이 품은 이야기를 읽기 쉽게 풀어낸 점도 주목할 만하다. 관덕정, 제주중앙성당 같은 곳의 역사 비화를 읽다 보면 전에 몰랐던 원도심의 매력이 다시 보인다. 



이야기로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법


칠성로의 왓집 시즌 1이 카페 혹은 문화 실험 공간적 성격이 강했다면, 삼도2동으로 옮긴 시즌 2는 동네 안내소이자 아카이빙 라이브러리의 성격을 띤다. “왓집에서 여러 실험을 하면서 지속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했는데, 결론은 아카이빙이었어요. 제주 사람이지만, 제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거든요.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는 제사 ‘포제’처럼 제주에서 사라지는 것들, 마을에서 발견하지 못한 이야기를 모으고 콘텐츠화해서 도민과 육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삼도2동 왓집으로 이사한 후 ‘랩왓’이라는 새 이름을 추가한 이들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을 아카이빙하고 제주 지역과 사람들을 연결하는 방법을 궁리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제주를 기록한 책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아카이브 라이브러리 프로그램, 왓집 방문자를 대상으로 살고 있거나 살았던, 여행했던 마을의 매력을 소개하는 설문지를 모아 이를 마을별로 아카이빙하는 활동이 포함된다. 부지런히 수집한 제주 책과 동네별 폴더가 

왓집의 벽 한쪽을 가득 메웠다. “우리는 연결하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그리고 시간과 시간을 연결하는 일. 그 중심에는 아카이빙이 있고요. 원도심에는 다양한 시간이 있어요. 일제 강점기를 만날 수 있고, 1960년대와 2000년대가 혼재하는 풍경도 있죠. 켜켜이 쌓인 시간과 시간이 만나 변화하는 모습을 꾸준히 기록하고, 이를 연결하는 시도 또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랩왓이 만드는 연결은 지역에 자연스럽게 여행자가 스며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지역과 여행자를 연결하는 주체로서의 랩왓을 더욱 기대해본다.



왓집 / 064-755-0055 / @spacewhat_jeju / @culturalwhat




*J-CONNECT 매거진 2019년 여름호(Vol.10)를 온라인에 맞춰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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