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프레소 이종흔과 이용재
[요즘 교육 혁신가들] 게임의 몰입감을 적용해 차원이 다른 학습으로 빠져드는가 하면, 지역 청년 스스로 지역을 자원 삼아 창업이나 다른 활동을 위한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강남 대치동의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명문대 교사에게 지도 받는 채널이 등장했다. 좋아하는 일을 다른 이와 공유하는 취미 학습 플랫폼의 출현 역시 100세 시대에 맞는 '평생 교육'의 행보다.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 같던, 보수적이기로 알아주는 교육 패러다임에 혁신의 흐름이 일어 나고 있다.
2019년 4월 25일 자 ‘벤처스퀘어’ 신문에는 일본 구글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교육 부문 1위에 오른 `콴다'의 기사가 게재됐다. 콴다는 AI 수학 풀이 검색 서비스로, 2018년 실시간 질문에 답변하는 문제 풀이 앱이다. 에듀테크의 한 갈래로, AI 기술과 플랫폼 활용의 상용화 사례가 된 콴다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이자 이종흔과 이용재 대표가 이끄는 매스프레소의 작품이다. 콴다가 등장한 이후 강남 대치동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앱 검색을 통해 명문대 선생님의 지도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용 방법은 이러하다. 콴다 앱을 켜고 수학 문제를 촬영해 사진을 올리면 곧바로 해설을 받아볼 수 있다. 사용자가 답을 찾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초. 매달 전 세계 학습자 170만 명이 콴다에 접속하며, 매일같이 약 100만 건에 이르는 수학 문제를 풀이한다. 콴다의 누적 해결 건수는 3억을 돌파했다.
이종흔 대표는 대학 재학 시절 과외 교사로 활동하며 지역 교육 격차를 경험했다. 강남에서는 학생 1명당 과목별로 여러 명의 과외 교사를 통해 배우는 데 반해, 수도권에 사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선생님을 통해 공부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종흔 대표는 인천과학고 동기인 이용재 대표와 머리를 맞댔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모르는 수학 문제를 교사에게 질문하고 답을 얻는 서비스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후 2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2017년 10월 콴다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 콴다는 국내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교육 부문 1위 앱에 올랐다.
이듬해인 2018년 콴다로 일본에 진출했으며, 학생들이 문제 사진을 업로드하면 도쿄대, 교토대, 도호쿠대 등 검증된 명문대 선생님이 실시간을 답을 제공했다. 올해 3월, 국내 사용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수학 문제 풀이 검색 기능을 일본에 출시했고, 이전에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서비스에 사용자들이 즉각 반응했다. 면대면으로 질문하기를 어려워하는 일본 사람들의 정서에는 스마트폰으로 문제에 대한 답을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가 주효했던 것이다. 같은 해 6월에는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했으며, 3주 만에 앱스토어 교육 부문에서 1위를 달성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는 문제 풀이의 범위가 초·중·고교가 아닌, 대학교 수준의 공학 수학과 대학 물리로 확대하는 등 에듀테크 스타트업의 대세다운 행보를 보였다. 콴다의 폭발력과 함께 에듀테크계의 샛별로 떠오른 매스프레소는 AI 기반의 검색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삼성벤처스와 소프트뱅크벤처 등에서 약 230억 원을 투자받았다.
콴다(Qanda)의 영문 철자를 보면 회사나 서비스의 성격을 알 수 있는데, 질문과 답변을 뜻하는 ‘Q&A’를 영문 그대로 풀어쓴 것이다. 그동안 많은 교육 회사가 훌륭한 강의와 문제집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면, 매스프레소는 양질의 콘텐츠를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따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종흔, 이용재 대표가 생각하는 콴다의 경쟁력은 뭘까. “학생들이 네이버 지식인이 아니라, 콴다에 질문하는 이유는 문제의 사진을 찍어 올리면 해답과 풀이 과정을 곧바로 검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학은 텍스트가 아니라 수식이나 그래프가 주를 이루죠. 텍스트 검색보다 이미지 검색이 훨씬 잘 맞는 과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스프레소의 광학 문자 인식(OCR) 기술은 수학 문제에 포함된 문자와 수식, 그림의 공간적인 구성을 파악하고 글자를 인식합니다. 또 사용자가 사진을 찍을 때 얼마든지 동시다발로 발생할 수 있는 낙서나 회전, 그림자 등 왜곡에 따른 비정형적 데이터라도 글자를 인식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로써 현재 2억 건 이상의 데이터가 구축되었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사용자의 질문 중 99%는 이미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나머지 1%는 콴다에서 활동하는 튜터들이 직접 문제를 풀며 바로 답을 제시해주죠.”
국내에 서비스를 선보인 직후 일본과 싱가포르에 진출해 거둔 성과를 보면 진격의 교육 혁신이라고 할 만하다. 더욱이 등장과 함께 한국의 수험생이라면 한 번쯤 해보는 말인 ‘수포자(수학 포기자)’의 구원자에 등극했으니 말이다. 콴다 운영 초기, 이종흔과 이용재 대표는 질문이 올라오면 당번을 서가면서 끊임없이 문제를 풀어 올렸단다. 요즘은 많은 학생이 수학 문제를 풀다가 모르면 네이버나 구글 검색 대신 콴다를 떠올린다. 매스프레소는 앞으로 문제의 답과 풀이 과정을 제공하는 데서 진일보한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현재 대부분의 교육 콘텐츠는 공산품처럼 한 학기 단위로 만들어지고 공급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문제집을 한 학기 내용을 통째로 묶어서 판매할 필요가 없어요. 개인의 학습 상태와 수준에 맞게 문제를 골라주고 이것을 체화하는 편이 훨씬 학습 효과가 좋아요. 1:1 과외나 개인 강사가 교육 시장에서 꾸준히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도 여기 있고요. 학생의 수준을 파악하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역할이 필요할 겁니다. 그런데 막상 이런 구조는 사교육 시장의 한 축을 지탱해왔어요. 매스프레소는 콴다에 쌓이는 학생들의 데이터베이스에 여러 기술을 접목해 온라인에서도 양질의 맞춤 교육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미디어 산업을 생각해보죠. 공중파라고 하는 소수 방송사와 몇몇 엔터테인먼트업체가 독점하던 형태에서 지금은 아주 많은 채널로 다변화되었죠. 이제 교육 시장도 수요와 목적에 따라 세분화, 고도화될 겁니다.”
이종흔과 이용재 대표는 에듀테크의 무궁무진함을 주목한다. 또 한국 교육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면 게임과 문화 콘텐츠처럼 교육도 세계 시장을 리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콴다에는 명문대 학생 2만여 명이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더러는 수학 문제 풀이가 아닌 입시 정보를 묻는 학생도 있다고. 수험생에게 건강한 자극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콴다의 실제 튜터를 학교에 파견해 학생들과 함께 대학 투어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매스프레소는 점진적으로 과외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구상할 계획이다. 콴다는 국내 기준으로 하루 평균 70만~80만 건의 수학 문제가 검색된다. 중고교생들의 시험 기간이면 검색량이 100만 건으로 증가한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학생들의 공부 의지를 알 수 있다고.
“시험 기간 중에 일부는 정답을 베끼려고 사용하는 이들도 간혹 있어요. 하지만 모르는 문제를 빨리 체크하고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학생이 훨씬 많죠. 수학 공부에 애를 먹는 학생들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두룩해요. 기술과 플랫폼이 발전할수록 교육 콘텐츠를 수출하기가 쉬워질 겁니다. 이제 중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에도 저희 콘텐츠와 기술로 세상의 많은 ‘수포자’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싶습니다. 매스프레소의 비전은 평등한 교육 기회를 만드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