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잇플레이 최원규
[요즘 교육 혁신가들]
게임의 몰임감을 적용해 차원이 다른 학습으로 빠져드는가 하면 지역 청년 스스로 지역을 자원 삼아 창업이나 다른 활동을 위한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강남 대치동의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명문대 교사에게 지도받는 채널이 등장했다. 좋아하는 일을 다른 이와 공유하는 취미 학습 플랫폼의 출현 역시 100세 시대에 맞는 '평생 교육'의 행보다.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 같던, 보수적이기로 알아주는 교육 패러다임에 혁신의 흐름이 일어나고 있다.
2016년 제주에서 설립한 캐치잇플레이는 국내외 학습과 게임 전문가가 모여 만든 에듀테크 기업이다. 주력 서비스는 학습에 게임 기술을 접목한 개인화 기반 언어 학습 앱 ‘캐치잇 잉글리시’와 ‘캐치잇 코리안’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제주테크노파크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캐치잇플레이는 지난 7월 KDB산업은행, 한화투자증권, SV인베스트먼트에서 3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캐치잇플레이의 최원규 대표는 ‘게임 문제아’였던 학창 시절을 지나 줄곧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게임을 매개로 오늘날 언어 학습 앱 서비스 캐치잇플레이를 운영하고 있다. 그이는 2000년부터 게임 개발자의 길을 걸었고, 소프트맥스와 엔씨소프트에 몸담은 동안 창세기전 시리즈, 테일즈위버 등 유수의 게임을 론칭했다. 그리고 2012년 4월 넥슨 지주사인 NXC에서 시행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사내 벤처 형태로 회사를 설립했다. 2016년 4월, 캐치잇플레이의 시작이었다. “게임이 아닌 분야에서 ‘게임의 몰입’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 산업은 분명 매력적인 분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소비되는 측면이 있지요. 과도한 몰입이 낳은 몇몇 사회적 이슈를 경험하기도 했고요. 리니지 게임을 개발할 당시, 대낮에 동시 접속자가 30만, 50만 명이 몰리는 현상을 보면서 개발자로서 의문이 들었어요. 여기에 대해 파고들었고, 대학원에서 연구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뭔가를 이루려면 그에 상응하는 시간을 투자해야 해요. 하지만 현실은, 특히 현대의 성인에게는 물리적으로 시간을 할애할 여유는 없죠. 흔히 ‘교과서 100번 보면 서울대 간다’지만, 현실적으로 교과서를 100번 읽을 시간이 우리에게는 없잖아요. 그렇다면 학습 상황에서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게임적 요소가 자전거의 보조 바퀴처럼 기능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최원규 대표는 엔씨소프트 재직 당시 영어 교육용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개발 프로젝트 팀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게임과 학습의 융합 콘텐츠를 구상했다. 그때 자신이 중학생 시절 게임하듯 공부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단어 암기를 위해 연습장에 빽빽하게 몇 쪽씩 쓰고, 어학 테이프 코스를 끝낼 때마다 점수를 매겨 친구들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공부했다. 세 달간 1등을 놓치지 않은 그이에게 이 게임 메커니즘을 적용한 학습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그이는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했고, 기능성 게임과 게이미피케이션의 개념을 정의할 수 있었다.
캐치잇플레이는 현재 첫 서비스이자 영어 학습 프로그램 ‘캐치잇잉글리시’, 외국인 대상의 한국어 학습 서비스 ‘캐치잇코리안’을 안드로이드와 iOS용 모바일 앱으로 배포하고 있다. 언어 학습에 게임이 주는 몰입감을 접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레벨이나 아이템 요소를 활용하는 데서 나아가 게임의 세계관을 부여했다.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단기(칼질 등)-중기(성장 등)-장기(커뮤니티 등)에 이르는 3단계 피드백으로 이어지는데, 캐치잇플레이가 구현한 세계 속에서 언어를 잘하면 이른바 ‘셀럽’이 될 수 있고, MMORPG처럼 성장에 따른 보상이 확실히 주어진다.
학습인 만큼 반복이 중요한데, 최원규 대표는 이 단계에서 게임의 몰입감이 작용하는 데 초점을 맞춰 설계했다. 이외에 퀘스트나 순위, 이용자 간 대결, 길드 등의 요소도 있다. “초기 버전을 선보였을 때만 해도 사용자에게 항의 전화를 받는 일이 더러 있었죠. 그러다 얼마 전에 부산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G-Star) 당시에 ‘번개’가 열린다고 공지했더니 파주에 사는 사용자가 부산을 찾아온 일이 있어요. 심지어 가족이 상을 당한 직후였는데 그럼에도 참석했던 거예요. 학습의 틀 안에서 만나서 경쟁만 하는 게 아니거든요. 서로 독려하는 건설적인 몰입감으로 에너지를 쓰고 있어요. 커뮤니티나 길드 시스템의 성과는 게임을 개발했을 때부터 익히 알고 있던 부분인데, 이 정도의 결속력이나 소속감을 공유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연대의식이 학습과 맞물리면서 활성화되는 것이죠. 앞으로는 이들을 오프라인으로 어떻게 불러낼까, 그걸 궁리합니다. 몇 시간을 달려서 밋업에 나오는 사용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긍정적인 자극, 참신한 자극을 서비스하고 싶습니다.”
최원규 대표에게 현재는 제2의 산업혁명 시대로 봐도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그 폭이 크다. 또 앞으로 일어날 10년, 20년 사이의 변화는 지난 30년과 40년 동안의 변화보다 훨씬 빠르고 클 것으로 본다. 물론 교육은 변화를 수용하는 데 있어 유독 보수적인 섹터다. 그러나 현재를 살아가는 학습자는 저마다 다르고, 학습 시장 또한 천차만별이다. 최원규 대표는 학습은 달달 외우고 그것을 평가받는 것을 떠나 지식 습득 과정을 즐겁게 느끼기를 바란다. 과정이 다소 느리게 진행된다고 해도 즐겁고 중요한 단계인 것을 학습자가 알 때까지 기다리고 이끌고 밀어주고 싶다. 이 여정 끝에 진짜 학습이, 한 사람이 성장과 성숙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올해 뉴스면을 장식한 투자 유치 이슈를 비롯해 캐치잇플레이는 창업 이후 부쩍 성장하는 시간을 보냈다. 2020년에는 그 성장을 가시적인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캐치잇플레이의 글로벌 론칭은 가속화 단계에 들었다. 올해 하반기, 1차로 일본과 영미권에 서비스를 론칭했으며, 일본 시장의 경우 앱 교육 카테고리 부문에서 3위에 진입했다. 새해에는 동남아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K팝 시장의 진화를 보면서 동남아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실패를 참 많이 경험했어요. 투자 유치와 관련해 데이터 지표를 보고하거나 공유할 일이 잦은데, 이런 자료를 모아 보면 90%는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성공에 해당하는 건 5~10% 정도일 거예요. 스타트업을 본궤도에 올려놓는다는 건 중력가속도로 대기권까지 뚫고 나가는 일이나 마찬가지예요. 회사를 경영한 지 7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상품 하나를 두고 완성도를 추구하면서 매달려 왔어요. 업계에서는 가히 괴짜로 불릴 만한 일이에요. 은사이자 바람의나라 게임을 만든 넥슨의 김정주 회장님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회사를 운영할 때 위기 상황이 참 많았는데, 그 일을 계속하면서 필드를 지켰더니 경쟁자가 없어지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했더니 독특한 게임으로 평가받았다면서요. ‘운명은 주어진 상황에 반응하는 내 모습’이라는 명언을 자주 되뇌곤 합니다. 저는 늘 실패를 생각하면서 그럼에도 희망을 찾아내고 최선을 다한다면 실패가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믿어요. 최선을 다하는 자세라면 성공에 가 닿는 확률을 0.0001%라도 올려줄 수 있다는 것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