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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Jun 22. 2020

혁신 생태계 속 업스타트

업스타트(upstart)는 기존 질서에 대항해서 새롭게 출현해 성공을 거둔 사람이나 기업을 뜻한다. 전통적인 규제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성장한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바로 그 선례다.

브래드 스톤의 책 <업스타트>는 우버와 에어비앤비, 두 회사가 설립 이후 8년간 걸어온 여정을 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고조돼 미국 내 경기가 침체된 시기에 시작했다. 사용하지 않고 주차해 놓은 차, 사용하지 않는 빈방 등 잉여 생산물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면서 사회적 관계도 형성하는 공유경제 개념을 적용해 과거의 규제를 지속하는 것이 대중의 이익을 보호하는 규제의 본래 목적에 맞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양식을 구현해갔다. 


한편 빠른 속도와 확장력을 통해 유니콘으로 성장한 이들 회사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창업 초기에는 공유경제의 특성을 내재하고 있었을지라도 지금은 수수료를 떼가는 온라인 중개업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에어비앤비에 집을 등록한 사람들을 보면 자기 집을 숙박업소로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문적으로 숙박업소를 운영하거나 부동산 사업자인 경우가 많고, 심지어 실제 호텔사업자도 있다. 우버 운전자들은 사실상 자영업자인 독립 계약자로 계약되는데, 많은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이 차량공유 시장에 편입되면서 결국 보호받지 못하는 임시직이 대거 양산됐다.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는 우버 운전자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를 회사와 계약을 맺은 개인 사업자가 아닌, 회사에 속한 근로자로 보고 보험 혜택, 최저임금 보장, 초과 근로 수당 등 직원으로서의 권리를 부여하는 규제법안(Assembly Bill 5)을 통과시켰고, 다른 주(州)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급감해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스타트업들이 경영 위기에 직면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각 주가 독립적인 입법제도를 갖고있는 연방국가 미국에서 두 스타트업이 대립하는 이해관계자 집단의 강력한 저항 속에서 규제당국자와 입법의원들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열성적인 고객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여러 도시에서 차례로 규제 공세를 헤쳐나간 점음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택시면허는 20세기 초 정부가 공급량을 조절해 교통정체가 심한 도심거리에 자동차가 과도하게 늘어나느느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반면, 우버는 많은 사람들이 기존 택시보다 쾌적한 상태로, 필요할 때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요금 지불도 편리한 새로운 운송수단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 시도를 통해 확인했다. 토지이용제한법은 주거지내에서의 영리활동을 금지해 주택 공급을 원할히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반면 에어비앤비는 여행자들이 기존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특에 박힌 관광이 아닌, 현지인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지역 고유의 감성을 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버는 자사의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 지역과 특정 사회 집단을 선별해 그들이 좋은 경험을 하고, 이를 주변 사람에게 알려 이용하도록 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를 통해 우버의 서비스를 사랑하는 열성적인 고객층을 확보해나갔다. 우버는 워싱턴 DC에서 택시법과 관련한 복잡하고 모순적인 규제 사이의 빈틈을 파고들어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영업을 시작했고, 매달 30~40%씩 성장했다. 워싱턴 DC의 규제 당국과 시의회는 우버의 법적 상태에 대해 명확하게 하기를 원했고, 우버는 이들과의 대하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우버의 서비스에 높은 기본 요금을 부과해 시장 수요를 제한하려는 반대 입장에 부딪치자 고객에게 지지를 호소했고, 고객들은 불과 24시간 만에 시의원들에게 5만 통에 달하는 이메일과 해시태그 ‘#UberDCLove’가 붙은 3만7000개의 트윗으로 열성적인 지지를 보냈다. 결국 워싱턴 DC는 ‘교통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개념을 부여해 우버의 합법적 영업을 허용한 첫 도시가 됐다. 이후 진출한 케임브리지, 매사추세츠, 필라델피아, 시카고 등지에서 같은 규제 논란에 휩싸였을 때도 우버는 고객들의 변호를 받았다. 


에어비앤비는 자신들을 대표해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집주인들을 의회와 규제 당국자가 모이는 회의에 적극 참여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이들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남는 방 또는 휴가 때 자신들의 집을 빌려주며 추가적인 소득을 올리는 것은 물론 주택 담보 대출금을 갚을 수 있다는 것과 현지 중심의 여행자 증가에 따른 지역 소상공인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를 통해 포틀랜드는 에어비앤비와 단기 임대 허용에 합의한 첫 번째 미국 도시가 되었다. 에어비앤비는 고객의 지지를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각 주, 시 정부와 협력해 단기 임대 숙박에 대한 지방세 징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카고, 워싱턴 DC, 피닉스,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차례로 합법화 기회를 얻는 합의를 체결했다. 


전통적인 규제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간 우버와 에어비엔비의 사례는 규제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점, 필요할 때는 규제 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무엇보다 고객이 사랑하고 고객이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할 때 이 모든 과정이 가능하며, 기존 질서에 대항한 새로운 성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글 이정원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전략팀장, 참고 <업스타트>, 브래드 스톤, 21세기북스, 2017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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