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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Jun 24. 2020

제주의 휠러 딜러스
탄생을 꿈꾸며

자주 시청하는 해외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히스토리 채널에서 2018년 방영을 시작한 <러스트 밸리 브러더스>와 디스커버리 채널의 <휠러 딜러스>입니다. 

두 프로그램은 빈티지카 혹은 클래식카를 기존 프레임을 기반으로 마치 새로운 차로 복원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러스트 밸리 브러더스>는 폐차 직전의 올드카를 도로에서 달릴 만한 수준으로 작업하고, <휠러 딜러스>는 이따금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을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교체합니다. 차를 복원하는 환경은 대개 작업장 인근에 올드카의 오리지널 부품을 고를 수 있는 매장 혹은 야적장이 모여 있습니다. 


그들에게 올드카와 빈티지카를 복원할 수 있는 에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 성공적 비즈니스를 위한 핵심 경쟁력이죠. 


2019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한 ‘테슬라’의 ‘모델3’ 열풍이 뜨겁습니다. 지난 1분기 4070대를 팔아 국내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판매 3위, 전체 전기차 판매의 50%를 차지했죠. 테슬라는 2016년 태양광업체인 솔라시티를 인수해 모델3 부품과 에너지 저장 장치를 만드는 기가팩토리를 운영, 옥상 태양광발전, 배터리 보관, 전기 자동차 충전 등으로 구성된 포괄적인 에너지 솔루션 에코 시스템 구축을 했습니다.


2019년 8월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튜닝 활성화 대책을, 2019년 11월 규제자유특구위원회는 제2차 규제자유특구 선정 결과를 발표, 자동차 튜닝 활성화 대책에는 그간 세부 기준이 없었던 전기장치 튜닝 기준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전기차와 마니아층의 증가로 내연기관을 전기차로 튜닝하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천시와 경상북도, 한국교통안전공단은 튜닝카 성능·안전시험센터를 2023년 건립할 예정이고,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자동차 튜닝 활성화 추가대책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제주는 제2차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됐습니다. 지역이라는 공간적 단위에서 핵심 규제를 패키지로 완화해 비수도권 지역의 신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전략이죠. 제주는 규제자유특구 선정 당시 충전 인프라 고도화 실증, 이동형 충전 서비스 실증, 충전 인프라 공유 플랫폼 실증, 충전 데이터 기반의 전기차 특화 진단 서비스 등 4개 규제특례를 인증받았습니다. 2012년 5월에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계획을 발표, 2030년 전력 수요 100% 대응 신재생에너지 설비 도입(4085MW), 최종 에너지 원단위 0.071 TOE/백만 원 실현, 에너지 융·복합 신산업 선도, 도내 등록 차량 50만 대 중 37.7만 대(75%) 친환경 전기차 대체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 산업 거점 기관 지원 사업에 선정돼 작년 6월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를 개소했죠. 이 밖에 한국과학기술원 친환경스마트자동차연구센터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주혁신성장센터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전기·자율주행차 사업을 담당하는 등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며 전기자동차 메카로 거듭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전진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튜닝 시장은 2017년 3.8조 원으로 주요 자동차 생산국인 미국의 39조 원, 독일의 26조 원, 일본의 16조 원과 비교해 규모가 매우 작습니다. 아직은 자유롭지 못한 규제, 튜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우리나라 자동차 튜닝 시장을 형성하는 데 장애물이 됩니다. 서두에 언급한 <러스트 밸리 브러더스>와 <휠러 딜러스>, 테슬라의 공통점은 에코 시스템입니다. 아이디어 발굴과 개발, 인력 공급을 담당하는 기업, 연구소, 대학 등 이들 주체의 역할 수행을 위한 물리적 공간과 연구 인프라, 상호 네트워킹과 협력을 유도하는 기관, 미디어, 코칭과 멘토, 그리고 사업 지원 시스템,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 가치, 법적 규범까지, 정형화할 수 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에코 시스템이 형성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중요한 건 지자체의 역할입니다. 다행히 2012년 5월부터 시작된 제주의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계획은 중단 없이 추진되고 있고, 지자체의 의지 또한 명확하죠. 규제자유특구에 포함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선 작지만 견고한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며, 의미 있는 에코 시스템을 갖춘 테스트베드로 성장시켜야 합니다. 제주의 최종 목표는 도내 에코 시스템 구축이 아닌, 국내 타 지자체 혹은 해외로의 에코 시스템 이식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인재가 정주할 수 있고, 제주를 중심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센티브와 정책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기를 강력히 희망합니다.
결국 모든 산업 에코 시스템의 중심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차두원 인간공학 기술사로, 일본자동차연구소 방문연구원, 현대모비스연구소 휴먼머신 인터페이스 팀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정책위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겸직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이동의 미래: 모빌리티 빅뱅,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기술>, <초연결 시대: 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의 미래> 등을 집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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