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커넥트 Jun 26. 2020

모두를 위한
퍼실리테이션

민원을 소통의 기회로 여기며 잘 소통하기 위해 공부하는 공무원 프로혁신러가 있습니다. 지금 공공에 필요한 혁신을 들어봅니다. 


제주도청 강정윤 팀장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제주의 ‘프로혁신러’를 만나는 꼭지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되었어요. 제주도청 행정에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을 적용하고 있다고요. 

저도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참인데, 프로혁신러라니 쑥스럽네요. 퍼실리테이션 교육을 통해 공무원으로서 일하는 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또 공무원뿐만 아니라 모두가 퍼실리테이터가 된다면 우리 사회의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고요. 


공무원이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행정은 주민의 생활과 맞닿아 있습니다. 공무원의 일이란 주민들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죠. 모두를 위한 최선을 고민해 정책을 세워도 이해관계가 다른 주민들은 반대를 합니다. 자칫 서로 자기주장만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는데, 이때 퍼실리테이터로서 개입한다는 건 각 주체가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을 넘어 다음 단계를 생각해볼 수 있게 이끄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의견에 따를 때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떤 결과가 돌아올지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각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도 전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거지요. 다른 부서나 기관과 소통할 때도 필요한 기법입니다.


퍼실리테이션 교육은 어떻게 받게 됐나요.

평소 꿈꿔온 교육이었어요. 퍼실리테이션의 개념은 몰랐지만, 공무원으로서 일하면서 줄곧 이런 교육이 있었으면 했거든요. 갈등이 정말 많은 시대를 살고 있지 않습니까. 강정 해군기지부터 제2공항, 대정풍력발전단지까지 제주에도 갈등 요인이 많죠. 오랫동안 잘 소통할 방법을 고민해왔는데, 그게 퍼실리테이션이더군요. 때마침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공공혁신아카데미’를 진행한다더군요. 잘 만났다, 하고 교육에 참여했죠. 


교육받기 전과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요.

‘적극 행정’을 추구하게 됐어요. 처음 공무원이 되고는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요. 그런데 행정이라는 게 법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보니 현실적인 제약이 많더라고요. 주민들의 요구가 법과 제도를 넘어설 때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답답했는데, 교육을 통해 최덕림 전 순천만국가정원조성본부장을 만나게 됐죠. 그가 법과 제도를 바꾸며 혁신적으로 행정을 펼쳐온 이야기를 듣고, 나도 도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분명하다면 현재의 법제에 머물지 말고 적극적으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청에서 맡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1월부로 저탄소정책과에서 ‘탄소 없는 섬 2030’ 프로젝트를 맡고 있습니다. 제주를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이 혁신적으로 적은 섬으로 만드는 것이 저탄소정책과의 주요 업무입니다. 제주에는 공장이 적은 편이지요. 전기차를 보급해 자동차가 배출하는 매연을 줄이고, 전기 생산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하는데, 저는 그중 전기차 보급을 위한 정책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에서 ‘적극 행정’을 실천한 예가 있을까요.

그럼요. 발령 나고 6개월도 안 됐지만, 이곳에서 많은 일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냈습니다. 현재 도내 중앙 행정 기관과 산하에 있는 공기업, 출자·출연 기관을 총망라해서 MOU 협약을 맺고 있습니다. 저탄소정책에 발맞춰 기관 차원에서 운용하고 있는 공용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협약입니다. 51개 기관이 모두 참여하도록 협상을 이끌어내는 과정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공공부터 전기차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추진했습니다. 도민들에게만 전기차를 쓰라고 할 게 아니라 공공이 좋은 선례를 만들어가야지요. 


동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MOU를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그게 쉽게 될까? 가능할까?’ 하는 반응도 있습니다.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방법을 고민해봐야죠. 일을 추진하다 보면 뜻밖의 돌파구가 생기기도 하고요. 회의적인 동료들마저 납득하게끔 설득하려고 노력합니다. 실제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미세먼지, 자연재해 등 제주 역시 그 영향을 실감하고 있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처지가 되지 않도록 다양한 정책으로 기후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저탄소정책과 공무원으로서 제 소임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가장 고민하는 사안은 무엇인가요. 

전기차 보급 정책을 펼치다 보면 반대급부가 따릅니다. 현재 도에 등록된 37만 대 중 약 1만9000대가 전기차로, 비율이 4.9%입니다. 17개 시도 가운데 최고 실적이죠. 2030년까지 도내 수송 차량의 100%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게 목표인데, 문제가 있어요. 탄소 배출은 줄어들지만 주유소나 내연기관 차 정비소 등 일이 없어지는 곳이 생깁니다. 아직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어요.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지혜로운 출구 전략을 마련해 공공으로서 할 일을 해야죠. 


공공에 가장 필요한 혁신은 무엇일까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적극 행정을 이야기했습니다만, 공무원들이 적극 행정을 펼치기 어려운 구조가 있습니다. 최덕림 본부장처럼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부족한 법과 제도를 고쳐가며 행정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기존 법을 이유로 안주하죠. 이때 퍼실리테이션 교육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법과 제도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공무원이 융통성을 발휘하면 퍼실리테이션을 통해 마찰을 줄이고 일이 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교육이 지금보다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 ‘촉진’이란 뜻으로, 개인이나 집단으로 하여금 내부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나 비전을 스스로 도출하도록 자극하고 돕는 일련의 활동.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작가의 이전글 제주의 드론 스타트업-드론오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