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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Aug 04. 2020

세대가 스타트업을 이끄는 법

20년 만에 다시 부는 창업 붐의 한가운데에서 다시 세대를 분석한다.


한국에서 최초로 본격적인 창업 열풍이 분 것은 1990년대 말 외환 위기 직후였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나온 대기업 출신이 창업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2020년 현재 국내 IT업계를 이끄는 큰손들이 존재감을 드러낸 것도 이즈음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삼성SDS 입사 동기였다. 김 의장은 1997년 삼성SDS를 나와 한게임을 창업했고, 네이버는 이 창업자가 같은 해 삼성SDS에서 ‘한국형 검색 엔진’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사내 벤처였다. 그 역시 1999년 회사를 나와 네이버를 설립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과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도 이때부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주목받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벤처 붐은 사그라들었지만, 이 시기는 국내 IT 산업의 지형을 구축한 중요한 태동기로 평가받는다.




IT 산업 태동기를 이끈 X세대, 

새로운 창업 붐의 주역 MZ세대


2010년대 말, 다시 창업 열풍이 불었다. 붐을 이끈 주역은 ‘MZ세대’다. 1990년대 말의 창업자들이 IT나 소재·장비 등 기술 집약적 분야에 관심을 두었다면 MZ세대 창업자들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경향을 보여준다. 이들 세대의 특성 자체가 ‘규정하기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세대 담론이야 늘 있어왔지만, MZ세대는 이전의 어느 세대와 비교해도 흥미로운 분석 대상이다. 틀을 깨는 사고방식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파급력에서 남다른 이들을 다루는 각종 연구가 줄 잇고 있다.



MZ세대 창업자들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경향을 보여준다.
이들 세대의 특성 자체가 ‘규정하기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세대 담론이야 늘 있어왔지만, MZ세대는 이전의 어느 세대와
비교해도 흥미로운 분석 대상이다.


날카로운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재빨리 실행에 옮기는 행동력은 MZ세대 창업자의 가장 큰 무기다. 미디어업계에서 요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회사는 뉴스레터 스타트업 ‘뉴닉’이다.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에 20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1994년생 김소연 대표와 1995년생 빈다은 이사가 창업자다. 뉴닉은 기존 미디어업계가 공략하지 못했던 MZ세대를 제대로 겨냥해 친절하면서도 똑똑한 뉴스레터를 지향한다. 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두 공동 창업자의 사회생활 경험은 창업 전 인턴 경력이 전부로, 이들은 단지 뉴스 소비자로서 그간 느껴온 불편함과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아이템을 구상했다고 말한다.



X세대와 MZ세대 

스타트업의 몇 가지 차이


X세대에 비해 MZ세대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해외 경험이 많은 라이프스타일이 한몫한다. 스펙을 쌓기 위해서든, 욜로(YOLO)에 기반한 가치관 때문이든 이들은 어느 세대보다 경험에 투자한다. 그 때문에 창업 아이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성공 가능성을 미리 점쳐 움츠러들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의 문화와 트렌드가 국내에 신속하게 전파되는 현상도 이들 세대의 이런 특성과 관련 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스타일쉐어’의 윤자영 대표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공대생이었다. 뉴욕처럼 패션 산업이 발달한 도시를 여행하며 사업 기회를 잡았다. 미국·유럽에서는 패션 정보를 소셜미디어로 공유하는 것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었고, 윤 대표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패션 정보 공유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출시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외국어에 능통한 MZ세대는 해외시장 진출을 겁내지 않는다. 글로벌 무대 또한 국내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며 사업 초기부터 해외시장에 도전장을 낸다. 영상 메신저 ‘아자르’를 만든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의 매출 중 95%가 해외시장 매출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이 서비스는 현재 230개국에서 19개 언어로 출시됐고, 임직원의 30%가 외국인이다. 1인 피자를 만드는 피자 스타트업 ‘고피자’, 명함 애플리케이션으로 유명한 ‘리멤버’의 드라마앤컴퍼니 등 역시 해외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MZ세대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해외 경험이 많은 라이프스타일이 한몫한다.
스펙을 쌓기 위해서든, 욜로(YOLO)에 기반한 가치관 때문이든 이들은
어느 세대보다 경험에 투자한다. 그 때문에 창업 아이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성공 가능성을 미리 점쳐 움츠러들지 않는다.

‘본캐(본래 캐릭터, 본업)’가 있는데 ‘부캐(본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 부업)’로 창업을 하는 MZ세대도 눈에 띈다. 미용 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는 의사 출신 홍승일 대표와 박기범 부대표가 만들었다. 홍 대표는 의학 전문 대학원 본과 1학년 때 온라인 커뮤니티 ‘메드와이드’를, 2학년 때는 의학 전문 대학원 수험서를 제작·판매하는 출판사를 운영했고, 이듬해 동기 박 부대표와 현재 회사를 세웠다. 이들은 부캐도 본캐만큼 훌륭하게 소화한다. 미래 시장의 큰손인 MZ세대 소비자를 가장 잘 파악하는 것도 MZ세대 창업가다. 온라인 취미 플랫폼 ‘클래스101’, 유료 독서 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 등은 회사와 소비자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 서비스 기획자가 주요 이용자와 같은 세대이고 취미를 공유하기에, 복잡하게 타깃을 분석하는 대신 내가 소비자로서 제일 잘 쓸 것 같은 서비스를 지향한다.



새로운 세대가 만들어갈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MZ세대는 이제 국내 스타트업업계를 이끄는 명실상부한 주역이다. 한두 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이들이 이전 세대와 어떤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른지, 이들이 만들어갈 스타트업 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점쳐보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가까이에서 이들을 취재하며 이 흐름에 참여하는 한편, 20년 전 벤처 붐이 닷컴 버블로 끝났던 악몽을 되새겨보게 된다. MZ세대에 대한 분석을 내놓는 것만큼이나 도전 정신과 창의력으로 무장한 새 세대가 실패하지 않게, 정확히는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할 수 있게 판을 깔아주는 것이 기성세대와 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미래 시장의 큰손인 MZ세대 소비자를 가장 잘 파악하는 것도 MZ세대 창업가다.
온라인 취미 플랫폼 ‘클래스101’, 유료 독서 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 등은
회사와 소비자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 서비스 기획자가 주요 이용자와
같은 세대이고 취미를 공유하기에, 복잡하게 타깃을 분석하는 대신
내가 소비자로서 제일 잘 쓸 것 같은 서비스를 지향한다.





하선영 중앙일보 기자로, 현재 산업기획팀에서 벤처·스타트업과 국내외 IT 기업을 취재한다. 넉넉한 자본과 화려한 스펙 없이 성공한 밀레니얼 세대의 창업가의 성공 법칙을 분석한 <밀레니얼 슈퍼리치>를 썼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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