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사회·경제 활동 전반에 자리 잡았다. 온라인 업체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요즘, 코로나19 위기는 로컬의 위기라 할 수 있다.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해 중앙정부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지난 정책을 짚어보며 로컬 중심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단계적 보완점과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불과 수개월 만에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사태는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두려움까지 들게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바이러스 전염이라는 공포는 생활 환경 면에서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 활동 방식을 강요하게 되었다. 바로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 두기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하는 건 비대면 생활 방식이다. 이로 말미암아 가장 큰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은 온라인 관련 업체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업체는 소비자와 대면해야 하는 오프라인 사업체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새벽 배송’, ‘총알 배송’ 타이틀을 앞세운 온라인 쇼핑몰업체가 압도적으로 성장해온 만큼 비대면 생활의 장기화는 지역 상권을 넘어 지역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위기는 곧 로컬의 위기다. 실제 경기연구원이 조사한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도 신용카드 매출 감소와 시사점(2020년 6월 기준)’에 따르면 비필수적 성격이 강한 소비 품목과 대면 접촉 다중 이용 서비스 업종의 매출 감소율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과 교통 부문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23.8%, 의류와 잡화는 21.9%, 미용은 20.8%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 국민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논란 끝에 지난 4월,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그리고 지역 내 상권에서 사용 가능하고, 다양한 결제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최초의 로컬 소비형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적용했다. 재난지원금 집행 효과는 즉시 발생했다. 6월 3일,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BC카드 매출 데이터를 활용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효과 분석’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전년 동기 매출을 100%로 가정했을 때, 재난기본소득 가맹점의 매출이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시작된 15주 차(4. 6~12) 118.2%를 시작으로 17주 차(4. 20~26)에는 140%, 20주 차(5. 11~17)에는 149%로 6주 평균 3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제의 일환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용되었고, 지역 내 소비를 원칙으로 해 기본 소득과 소비 심리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긴급재난지원금 집행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 요인 중 하나로 2주 만에 97%에 달하는 세대에 지급 가능할 만큼 발달한 디지털 산업을 꼽는다. 대다수 국민이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다양한 지불 수단을 손쉽게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IT 강국인 한국의 강점 덕분이다. 이 같은 성과를 근거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서너 차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 1년간 버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시적, 제한적 효과를 나타낸다는 재난지원금의 한계점에 대해서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듯 보인다. 실제 한국신용데이터가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65만 곳의 카드 결제 정보를 종합한 결과,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추락했던 매출은 5월에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되었다가 6월 들어 하락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5월 11일 이전인 4월 셋째 주의 매출 지수는 0.91(1.0이 전년과 같은 기간의 매출과 동일)이었고, 긴급재난지원금 소비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5월 셋째 주 매출 지수는 최고치인 1.06을 기록했으며, 이후 점점 하락해 6월 셋째 주는 매출 지수가 0.94로 낮아졌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추가 지급 여부는 미지수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 추가 지급이 가능할 수 있어 재원 논란보다는 지급 방식을 중심으로 한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1. 소비 촉진에 중심을 둔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이 더 효과적
올해 4월 군산시는 모든 시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10만 원씩 지급했다. 소요 예산은 269억 원이었다. 모두에게 지급했기에 시민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고, 지역 상권도 지급된 예산만큼 매출이 증가했다. 만약 ‘군산사랑상품권 10% 할인율’로 예산을 집행했다면 2690억 원의 지역 상품권이 발행되고, 발행된 규모만큼 지역 상권의 매출이 증가했을 것이다. 실제로 할인율 4%는 정부 지원으로 진행 가능하고, 시 예산으로는 6% 할인율만 지원하면 되기에 약 4000억 원의 지역상품권 발행이 가능하다. 이처럼 재난지원금을 기존처럼 저소득층에만 일부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지역상품권 등 다양한 소비 촉진 지원금으로 사용한다면 엄청난 경제 효과가 뒤따른다. 만약 8조 원의 예산을 소비 촉진 인센티브로 사용한다면 무려 80조 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매출이 늘고, 고용 유지 효과를 불러오는 것은 물론, 일자리도 창출될 것이다. 군산에서 로컬 소비 촉진 정책을 추진한 결과, 불과 10개월 만에 무려 4500여 명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그것도 1만 명의 대규모 실직자가 발생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2. 로컬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 개발에 집중해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지역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뿐 아니라 소비 촉진을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지난 4월, 부산 남구청에서 시도한 마스크 교환 정책은 매우 바람직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마스크 50만 장을 준비해 남구 내 골목 상권을 찾은 시민들이 2만 원어치 영수증을 가져오면 마스크 1장으로 교환해주는 정책을 추진했는데, 한 달도 안 돼 마스크 교환율이 90%에 이르렀다. 즉 최소 90억 이상의 매출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이 교환 정책은 남구에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소비와 방역을 모두 잡은 이번 사례는 군산에서 지난 2018년 한시적으로 추진한 정책과 비슷하다. 군산사랑상품권 가맹점을 이용해 20만 원어치 영수증을 모아 오면 2만 원권 군산사랑상품권을 지급했다. 시민들의 참여와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지역을 살리고자 하는 시민들의 애향심까지 더해져 상상 이상의 소비 효과를 거두었다. 인구 26만의 도시, 그것도 주력 산업이 붕괴된 도시에서(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 가동 중단, 2018년 한국 GM 군산 공장 폐쇄 등) 한 달 만에 군산사랑상품권 1000억 원 판매가 가능했던 핵심 동력 중 하나가 바로 로컬 소비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이었다. 긴급재난지원금의 한시적 지급을 통해 보여준 로컬 소비 정책의 성과는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지난 2018년 주력 산업이 붕괴된 군산의 상황이 현재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각 지역사회의 상황과 유사한 만큼 로컬 소비를 중심으로 한 과감한 소비 촉진 정책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3. 로컬 소비 촉진을 위한 온라인 판매망의 필요성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비대면 생활은 강화되고, 지역의 온라인 소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전국 최초로 군산에서 시작한 공공 배달 앱 ‘배달의 명수’는 음식업종에 제한하지 않고, 다양한 지역 내 상품을 판매해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고민한 결과다. 온라인 구매 욕구에 대한 지역 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온라인 소비가 지역 상권을 집어삼키고 말 것이다. 온라인판 로컬 소비 촉진 지원 정책의 개발 역시 절실하다.
2018년 주력 산업이 붕괴된 군산의 상황이
현재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각 지역사회의 상황과
유사한 만큼 로컬 소비를 중심으로 한
과감한 소비 촉진 정책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황경수 인간과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연구하는 소셜 저널리스트다. (사)자치분권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당시 전 행정자치부 장관 정책보좌관, 대통령 소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2018년 민선 7기가 들어서던 해에 고용·산업 위기 도시로 지정된 군산시의 정책 기획 전문위원으로 1년간 군산의 회생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했다. 현재는 강연과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로컬소비는 어떻게 상권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했을까?>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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