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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Nov 02. 2020

코로나 시대, 로컬의 가까운 미래 Ⅶ

CIRI 2차회의-④

*CIRI 2차회의-③편(이전글)에서 이어집니다. 




Session.2  대담

성공적인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지역과 사람이 해야 하는 일


 

지역 인재가 갖춰야 할 세 가지 역량

 

전정환: 2부에서는 지역 인재의 자질과 역량 강화 방안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토론해보겠습니다. 모종린 교수님의 지역 인재상에 대한 발제부터 듣겠습니다.

 


모종린: 앞서 이야기했던 내용을 이어서 논의해보면, 저는 성공하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자질을 세 가지로 봅니다.

 

첫째는 강한 세계관입니다. 강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애와 자기 정체성이 강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제가 쓴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에서는 부르주아, 보헤미안, 히피, 보보스, 힙스터, 노마드 등 6개 라이프스타일과 5개 대안문화를 분류를 해놓았습니다. 

로컬에는 다양성이 있습니다. 이 다양성 안에서 자기 자신의 세계관과 라이프스타일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앞서 대안교육의 세계관을 우려했던 겁니다. 단순히 교육 방식이 다른 것만으로는 학교를 나온 이후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고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가 어려우니까요. 남들과는 다른 세계관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로컬 경제에 대한 이해입니다. 즉, 상생하는 능력입니다. 앞서 말씀하신 커뮤니티 구성 및 유지 능력, 지역 자원의 이해가 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로컬에서 생존하려면 기본적으로 대기업과 경쟁하기보다는 지역과 상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기업은 전국 시·군·도, 읍·면·동마다 비즈니스 모델을 다르게 만들 수 없습니다. 지역에서는 경제 단위별로 자원을 총동원해 ‘지역다움’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대기업이 따라 할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창조성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지역 환경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야 합니다. 2000년대 제주도 이주 붐이 불었을 때 많은 인재가 들어왔습니다. 그 후 자기 콘텐츠를 만들거나 콘텐츠를 비즈니스화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리를 잡았지만, 직장인처럼 일하려는 마인드로 내려 온 사람은 적응이 어려웠습니다.

 

저는 학교와 로컬이 단어만 바꾸면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대안적 세계관이 있어야 하고, 대안경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창의성까지 갖춰야 한다는 면에서요. 대안학교 출신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 대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로컬에는 인재가 많이 없고, 연구와 교육 방식은 물론 실험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곧장 교육 현실에 적용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저자: 모종린 
출판사: 지식의숲(넥서스) 
발행일: 2020년 07월 15일 

부르주아, 보헤미안, 히피, 보보, 힙스터, 노마드 등 서구 라이프스타일의   역사에서 미래 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6개의 라이프스타일을 정의하고, 그 기원과 의미, 미래를 분석한다. 또한 해당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도시와 기업을 소개하여 라이프스타일 경제의 다양한 모델을 제시한다. 자신이 선택한 라이프스타일의 의미와 역사적 맥락을 이해할 때, 라이프스타일을   소명으로서 추구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에서 찾은 한국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라이프스타일의 근원과 본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비즈니스와   커뮤니티를 건설할 미래 세대가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시대를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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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속 여섯   가지 라이프스타일의 정의 

1. 부르주아: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무산계급(proletariat)에 대한 반동적 자의식을 가진 유산 계급. 중세 유럽의 도시에서 성직자와 귀족에 대하여 제삼 계급을 형성한 중산 계급의 시민. 근대 사회에서 자본가 계급에 속하는 사람을 뜻한다. 

2. 보헤미안: 속세의 관습이나 규율 따위를 무시하고 방랑하면서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시인이나 예술가. 15세기경 프랑스인은 집시를 보헤미안이라고 불렀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사회의 관습에 구애되지 않는 방랑자,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예술가·문학가 ·배우 ·지식인들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고, 실리주의와 교양 없는 속물근성의 대명사로 되고 있는 필리스틴(Philistine)에 대조되는 말이다. 

3. 히피: 기성의 가치관·제도·사회적 관습을 부정하고, 인간성의 회복·자연과의 직접적인 교감 따위를 주장하며 자유로운 생활 양식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을 일컫는다.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생겨나 전 세계로 퍼졌다.

4. 보보: 또는 보보스(bobos). 자본가 계급을 뜻하는 부르주아(bourgeois)와 자유분방한 예술가를 의미하는 보헤미안(Bohemians)을 합성한 신조어이다. 고급스러운 예술적 가치를 즐기는 동시에 물질적 실리를 누리는 정보화 시대의 신엘리트 계층을 뜻하며 미국 신경제의 활황으로 나타났다. 

5. 힙스터: 1940년대 미국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로서, 유행과 같은 대중의 큰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부류를 이르는 말. 스스로를 비주류로 구분 짓고 개성을 중시하며, 반문화적 성향과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띄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연친화적이며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과 예술을 가치 있게 여기고 주류를 배척하는 인디성을 추구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6. 노마드: 디지털 기기를 들고 다니며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로, 제한된 가치와 삶의 방식에 매달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어 가는 유목민이다. 공간적인 이동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 불모지를 새로운 생성의 땅으로 바꿔 가는 것, 곧 한자리에 앉아서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매달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어 가는 창조적인 행위를 지향하는 사람을 뜻한다.


김종현: 모종린 교수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실제로도 창조성을 발달시키기 위한 여러 교육방법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 해결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 역시 문제 정의, 솔루션 도출, 토론 등 많은 영역에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취향, 세계관 영역입니다. 자기 정체성이란 능동적 태도이자 자기만의 스타일과 취향을 만들어가는 방식과 연결됩니다. 그런데 취향과 세계관을 어떻게 완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는 개인이 풀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라”, “라이프스타일 중요하다”, “자기 취향이 중요하다”라고 쉽게 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지역에서는 다양한 취향을 드러내기가 어렵습니다. 지역일수록 자기를 드러내는 사람보다는 무난한 인재를 좋아합니다. 자기 취향과 자기 선호도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금기시된 일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이런 문화에서 자신만의 취향을 만들어보라는 조언은 하기도 어렵고, 와닿기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취향과 세계관을 갖기 어려운 이유

 

모종린: 한국 사회에서는 유독 대안적인 것을 선호하기가 어렵습니다. 자기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거의 비슷합니다. 저도 자칭 힙스터라고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똑같을 것이고요. 획일성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

 

전정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이주민의 유입으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도 히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이주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죠. 포틀랜드도 1970년대에 이주한 히피들과 지역민이 융화되면서 지역의 자원이 섞였을 겁니다. 이 과정에서 청년 세대가 힙스터로 자라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이 드러나고 섞이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개인이 고유한 세계관과 취향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최도인: 로컬 크리에이터의 세 가지 자질 중 세계관 이야기를 해보자면, 저와 같은 1990년대 학번들은 ‘386’[1]이라는 세계관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하기가 비교적 쉬웠다고 생각해요. 외부에서 주어진 세계관이기 때문입니다. 진보와 보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양자택일의 시대였기에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정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쉬웠던 것이죠. 현재 젊은 세대인 청년·청소년·밀레니얼 대부분은 보수·진보 중 하나로 자기 세계관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보통 라이프스타일을 취향, 즉 ‘내가 마음대로 살고 싶은 삶의 경로와 방식’ 정도로 생각하는데, 모종린 교수님이 말씀하신 라이프스타일을 세계관의 수준에서 논의하려면 이를 취향보다 더 상위의 행동가치라고 인식해야 합니다. 

 

모종린: 세계관에는 경제적 세계관뿐만 아니라 문화와 생활 세계관도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386이든 베이비부머(baby boomer)[2]든 정치 이념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나뉘어 있습니다. 386은 IT 분야, 베이비부머는 금융이나 제조 분야가 주류입니다. 

한국의 다양성 문제는 생활·문화의 문제와 연결됩니다. 취향 역시 단순한 소비 취향을 넘어 ‘내가 어떻게 일할 것인지, 어떤 도시를 좋아하는지’ 등 라이프스타일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획일적인 이야기만 쏟아 놓고 있습니다. 이를 분산해야 합니다. 

제가 언급한 여섯 가지 라이프스타일은 이념과 오버랩될 수도, 아닐 수도 있어요.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힙스터, 히피, 노마드 등의 용어는 대개 직업, 일, 여가, 소비와 연결되기 때문에 거의 세계관 수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최도인: 제 생각엔 세계관이 조금 다른 개념으로 전환된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세계관을 ‘정치 지형’으로 해석했지만, 이제는 ‘나로부터 출발하는’ 세계관을 이야기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패러다임의 전환이죠. 성공한 기업 대부분은 기존 시스템 안에서 기업을 만들고 성장했습니다. 기존의 룰 안에서 성공한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사회공헌’이나 ‘CSR’이라는 가치 기반의 고민을 시작했다면, 이제는 기업과 직업의 선택도 나의 세계관에서 출발합니다. ‘앞으로도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라는 측면을 바라보는 시각이 생긴 것 같습니다.  

 

모종린: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은 무엇인지, 나를 행복하게 하는 도시가 어디인지 생각하는 쪽으로 기준이 바뀐 겁니다.

 

[1] 386: 386 세대.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하고 1990년대에 30대였던 세대를 가리킨다. 이들 세대가 정치적·사회적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1990년대에 생긴 개념으로, '386'이란 용어는 1990년대 중반에 등장한 386컴퓨터에서 딴 것이다. 좁게는 1980년대에 대학에 다니면서 학생운동과 민주화 투쟁을 이끈 학생운동 세대로 한정하기도 한다. (출처: 두산백과)

[2] 베이비부머: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부터 1965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지칭한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소비력이 큰 사람들이다. 한국에서는 6·25 전쟁이 끝난 1955년부터 베트남 전쟁 참전 전까지인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출처: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취향과 세계관 교육은 가능한가

 

김종현: 무엇 때문에 내가 행복한가를 고민하는 깊이가 매우 얕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취향을 발견하기도 어렵고요. 사실 이 부분을 어떻게 트레이닝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청년들 역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많이 이야기하고요.

 

전정환: 세대로 나눠보자면, 대부분의 50대 이상은 위계질서 속에 살아서 취향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2·30대 밀레니얼은 취향을 생각하기 시작한 세대죠.

 

김종현: 취향은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의 선호도를 발견하면서 생기는데, 부족한 경험 자원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환경적으로는 취향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고 호응해주는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청년 세대의 딜레마에는 ‘아이가 하고 싶은 걸 통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부모 세대의 태도가 있어요. 하고 싶은 걸 통해서 행복해지거나 삶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정작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묻지 않습니다. 이런 태도 앞에서 청년은 취향과 선호도를 선택하기 이전에, 성공 가능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선호도가 없는 상황에서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다 보니 생각이 충돌하죠. 선호를 갖는 순간 성공해야 하는데, 성공에 자신이 없으니까 취향을 가지면 안 된다는 논리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런 구조에서 청년이 취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모종린: 기술 발전에 따라 디지털 노마드나 로컬 크리에이터 등 대안적인 라이프스타일의 성공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해도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죠. 히피 그룹이 기업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보이고요. 물론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에 다니고 전문직이 되는 것과 같은 주류 기준의 성공은 아닙니다. 대안적 영역에서의 성공이에요. 

 

기본 교과과정에 심리학에서 말하는 ‘행복의 기준’, ‘행복의 기술’을 가르치는 과목이 들어가는 건 어떨까요. 저는 사회과학자라 현 상태가 불행하면 사회과학적으로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는데, 요즘 청년들은 불행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마음의 기술을 생각하거든요. 마치 종교와 신앙처럼요. 이를 바탕으로 어떤 교육이 이뤄지면 좋을지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한성은: 다음 세대와 밀접하게 어울리는 일터에서 활동하다 보니 ‘취향은 비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내가 가진 세계관 혹은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으려면 내 세계와 다른 영역에 있는 것을 봐야 합니다. 그러려면 어쩔 수 없이 큰 비용이 들죠. 사실 우리는 쉽게 취향을 가지라 말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에는 취향을 만들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값이 너무 큽니다.

 

두 번째로 학생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 게 잔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아이들이 무언가 좋아한다고 하면 “대학 가서 마음껏 하라”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좋아하는 것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해줄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 보니 차이가 계속 발생하는 거죠. 

또한, 단순히 외부와의 교류 때문에 로컬 크리에이티브가 생긴다기보다는 다른 무언가를 목격하고 경험하면 감지 능력이 생긴다고 봐요. 그때 내가 가진 세계를 깨닫거나 좋고 싫음의 선호가 생기는 거죠. 이와 같은 기회의 장벽이 분명 존재합니다. 

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느끼는 지점은, 분명히 좋아하고 잘하고 원하는 게 있는데 그것이 허용된 적이 없다는 겁니다.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갑자기 취향이 생기기를 기대하는 건 잔인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창의력을 깎고, 성인이 될 때까지 억누르게 하는 언어가 통용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개인에게 취향을 가지라고 권하는 것이니까요.


저는 취향을 정의하고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꾸는 일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부 사람이 와서 동네서점을 만들어도 단순한 ‘동네서점 문화’라고 보거든요. 동네서점 지도를 만들면 제주가 찍혀 있습니다. 그게 로컬일까요? 글로벌한 넓은 의미에서 봤을 때 그게 진짜 로컬라이즈한 건지 이야기 나눠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종린: 미국에서는 창의성 교육, 다양성 교육이 이미 문화에 스며들어 있어요. 차별하지 않는 다문화 교육이죠. ‘우리나라’라는 말 대신 USA라고 부르도록 합니다. 다양성 교육이 부재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교육입니다.

 

한국에서 자란 젊은 세대의 다양한 경험이 교과서에 노출되느냐의 문제도 있습니다. 한국은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지역 사회는 제외하고 국사·세계사만 가르치죠. 반면, 미국은 지역 단위, 주 단위, 미국 단위의 역사와 세계사의 흐름을 함께 교육해요. 어떤 지역이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인풋 관점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사회는 이런 선택지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지역에 부족한 문화자본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전정환: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에 흥미로운 부분이 나옵니다. 1990년대 이태원에는 특이점이 없었다고 해요. 그런데 2010년 이후에 가보니까 소위 ‘힙’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가게가 여기저기 생긴 겁니다. 해외에서 자기만의 ‘문화자본’을 가졌던 사람들이 돌아와서 가게를 차렸기 때문이었죠. 이 사례를 보면서 문화자본이 어느 정도 축적된 후 도시가 형성되어야 해외에 나가지 않은 사람도 자기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외를 서울로 치환해 서울과 지역으로 살펴보면 문화적으로 10~20년 정도 갭이 있습니다. 제주 청년은 서울 홍대에서 내려온 ‘문화자본을 축적한 사람’들이 만든 가게를 보고 자랐어요. 당연히 서울 청년과 비교하면 습득한 문화자본의 갭이 큽니다. 과연 이 갭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로컬은 로컬만의 아이덴티티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취향으로 발전·변형될 요소가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발달된 문화자본의 영향을 누리지 못하고 소외될 가능성도 있죠.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밀레니얼과 젠트리피케이션)》 소개
저자: 경신원
출판사: 파람북 
발행일: 2019년 10월 31일 

낙후된 구도심 지역에 중산 계층이 진입하여 노동자와 원주민들이 이동하는   현상을 두고,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 명명하였다. 자본주의의 성장 이후 전 세계적 현상이 된 젠트리피케이션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고, 우리는 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어떤 사람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을까?   서울에서 자라 서울을 소비하는 새로운 소상공인들, 그들과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새로운 소비자는 누구인가?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인 밀레니얼이   몰고 온 오래된 골목길의 새로운 변화, 그 변화의 중심인 이태원에서 서울의 미래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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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중요한 지적입니다. 문화자본이나 취향이 존중 받을수록 로컬의 장점도 커집니다. 로컬만의 아이덴티티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취향을 발전·변형할 수 있는 요소가 더 많아지니까요. 반대로 서울과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지역이 소외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전정환: 그래서 제주더큰내일센터에서는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초대해 강의도 열고, 제주 이외의 지역을 여행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습니다. 직접 이주해서 살아보지 않아도 밀도 있는 경험과 커넥션이 생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요. 이 역시 문화자본을 제공하는 역할에 가깝죠. 

 

앞서 말한 이태원 문화자본 사례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화를 경험한 세계화의 세대, 즉 해외에서 문화자본을 축적해 온 사람이 이태원에 적용했다는 게 핵심이거든요. 이들은 세계와는 연결돼 있을지언정 로컬과는 잘 연결돼 있지 않았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로컬과의 연결은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구기욱: 제가 고민하는 지점도 같습니다. 문화자본이 축적돼 지역 상권이 좋아지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3]이 생기는데, 이 문제가 정치·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창의성, 개성, 로컬의 아이덴티티에 힘입어 비즈니스를 시작했지만 지속하기는 어려워지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고요. 결국 ‘연결’은 사람 간 관계이고 이를 통해 지역과 서로 동의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관계를 다룰 능력이 없으면 이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의 동의가 필요 없는 독특한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나중에는 사회적 관계에서 해체되거나 밀려나는 일이 발생하죠. 저는 이 연결의 기술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지역과 연결하는 기술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한 가지 의견을 덧붙이자면, 모종린 교수님이 설명하신 것처럼 세계관은 선택적인 요소에 가까우니 오히려 상생하는 능력,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재를 육성할 때는 집단 의사 결정 능력과 합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요. 창조성과 지능지수, 발산적 사고는 타고난 면이 크다고 봅니다. 스스로 창의성을 기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창의적이고 발산적 사고를 돕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종현: 연결성·관계성을 짚어보자면, 처음부터 로컬에 다양한 문화자본이 있기 어렵기 때문에 이와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역설적으로 보자면, 지역이 문화자본에 기여할 콘텐츠가 있어야 연결이 가능하다는 의미도 됩니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나가는 선도적인 그룹을 지역과 교류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모종린: 한국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가 리더십 교육입니다. 리더십 교육은 커뮤니티가 핵심인데, 한국 사람들은 커뮤니티를 느슨하게 생각해요. 왜 꼭 지역 커뮤니티여야 하는지 거부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지역 공동체 밖에 가상의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합니다. 지역 커뮤니티 만큼 리더십 훈련에 좋은 실험의 장도 없는데 말이죠.

 

앞서 다양성 이야기가 나왔는데, 리더는 사회의 대표적인 샘플 안에서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한국의 리더십 교육이 무너지는 것은 가상 커뮤니티의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SKY 대학과 특정 지역은 과대평가되어 있어요. 그 안에서만 통용되는 언어를 잘한다고 해서 대중적인 리더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국가든 지역이든 대표성을 가진 공동체 샘플 안에서 리더 훈련을 해야 하고, 그에 앞서 자기가 사는 동네와 학교에서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리더를 양성할 수 있습니다.

 

정치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지만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자원을 사람, 문화, 특산물과 연결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훈련을 하기에는 로컬이 좋습니다. 로컬에서 성공한 후 세계로 진출하면 됩니다. 평생 로컬에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모든 대기업은 다 동네 가게, 즉 지역 환경에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시작합니다.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때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지도 않고요. 일례로 이케아(IKEA)[4]는 시골 농촌에서 통하는 가구점이라는 비즈니스 모델 그대로 중산층을 겨냥해 글로벌화한 사례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저는 우리가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고 봅니다. 로컬을 훈련장으로 쓰지 않거든요. 정치 리더, 경제 리더 등 각 분야의 리더십 교육을 명문 대학 등 특정한 장에서만 실행할 뿐 지역을 활용하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은 경제나 문화의 표준을 강남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로컬을 리더십 실험장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주의 깊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3] 젠트리피케이션: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

[4] 이케아: 스웨덴의 조립식 가구 및 생활용품 브랜드. 1943년 잉바르 캄프라드가 설립했으며 본사는 네덜란드 레이던에 있다.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소비자가 직접 운반하고 제작해 조립과 배송 비용이 없는 DIY 제품 판매로 발전하고 유명해졌다.



우수한 지역 인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전정환: 저는 강남 중심의 세계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다가 최근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문화자본의 관점에서 보니 세계화의 흐름을 성공적으로 타지 않았다면 한국이 지금과 같은 위치에 있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외에서 유입된 문화자본이 강남을 중심으로 섞이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이제 로컬에도 다양하게 접목되는 시점입니다.

현실적인 면을 보자면, 로컬에 사는 사람들은 지역의 텃세, 다양성 부족, 존중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김철성 선임은 제주 이주 3년 차로 이주민이 가장 많은 지역인 애월에 살고 있습니다. 김철성 선임은 인재가 성장하는 장으로서 지역의 가능성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김철성: 저는 지역 인재의 역량에서 창조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수평적 전개로의 확장에 중점을 둔다면 로컬에서는 수직적 전개가 필요합니다. 특히 0에서 1을 만드는 창조 과정이 중요합니다. 세계관과 로컬에 대한 이해가 창조성으로 이어지면 지역만의 특별함과 차별성이 도출되고, 그 안에서 지역과 연결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전정환: 애월 지역은 이주민이 많고 이주의 역사도 길죠. 기존의 로컬 자원이나 사람과 이주민을 연결했을 때 창조적인 무언가가 실제로도 나오고 있나요? 

 

김철성: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이주민들이 지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때 기존에 살던 주민들과 융합이 잘 안 된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기존 주민들은 이주민에 대한 반감이 있고, 이주민도 기존 주민과 교류하기보다 본인의 가치관을 중시하며 일을 추진하다 보니 시도는 하지만 잘 연결되기가 쉽지 않죠. 중간에 가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좀 더 잘 되었을 수도 있지만요. 

그래도 지역에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조그마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동네마다 이장님과 대화해서 지역 특색에 맞는 커뮤니티 지도를 만드는 기획을 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주민과 거주민의 대화가 늘고 장벽이 낮아지면 분명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기욱: 여기에는 ‘누군가가 다리가 되어주면, 촉진하는 무언가가 있으면’이라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연결에서의 이슈는 당위성보다 ‘실현’에 있다고 봅니다. 물리적으로 같은 장소에 존재한다고 해서 연결이 아닙니다. 정보를 교환하며 발전해나가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케아의 비즈니스 모델 뒤에는 수많은 전문가가 함께 상의하며 큰 그림을 그리는 논의의 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여기에서 도출된 합의가 기반이 되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졌고요. 이 프로세스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우리가 꿈꾸는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과정을 실현할 인재를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시드머니 투자사업으로 투자를 결정한 곳 중에 구좌읍 하도리에 있는 카카오패밀리[5]와 안덕면 사계리의 재주상회[6]가 있습니다, 재주상회는 이주민으로서 지역 기반 콘텐츠를 생산하며 지역민을 연결하고, 나아가 커뮤니티 공간도 만든 케이스입니다. 카카오패밀리는 카카오를 활용한 식품을 만드는 곳입니다. 제주 출신 창업자가 육지에서 여행 온 사람과 결혼한 후 과테말라에서 7년간 거주하며 카카오의 활용 가치를 발견하고 제주로 귀향한 케이스입니다. 지역 마을과 관계가 좋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다섯 명의 자녀에게 진학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게 했어요. 또한 함께 지역의 여러 커뮤니티를 경험하며 그 안에서 촬영과 공연 등 창의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커뮤니티 조성 문화를 보고 배웠기 때문에 자녀들은 잘 성장할 것 같아요. 하도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 커뮤니티는 늦게 시작되었지만, 창의적 사업과 지역 커뮤니티를 만드는 탁월한 리더가 있어서 애월보다 변화가 빠를 것 같습니다.

 

구기욱: 우수한 커뮤니티 결속력을 만들려면 리더는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까요? 

 

김종현: 우선, 비즈니스 고도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지점에서 지역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는 연결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퍼실리테이션 역량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5] (주)카카오패밀리: 제주 구좌읍 하도리에서 카카오 식자재를 활용한 식료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 빈투바 초콜릿(Bean to Bar, 카카오 빈을 커피처럼 로스팅해서 갈아 만든 초콜릿)에 제주의 지역 가치를 담은 프리미엄 상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선보인다.

[6] 콘텐츠 그룹 재주상회 : 제주를 기반으로 한 문화 콘텐츠 전문 크리에이터 집단. ‘살아보는 여행’을 표방하는 리얼제주매거진 iiin[인] 발행을 시작으로 콘텐츠 제작 협업, 작가 에이전시, 전시와 공간 디자인, 브랜딩, 제주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브랜드 <수윔제주Swim Jeju>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주를 이야기하는 창작자들의 플랫폼을 지향한다.


 

지역의 다양성과 외부 연결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최도인: 청년 입장에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봐도 좋겠습니다. 만19~34세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2017 제주특별자치도 청년  실태조사>에 재밌는 설문이 있었어요. 제주 청년들이 제주에 계속 살고 싶은지를 묻는 설문이었는데요. 54%는 “제주에서 계속 살 것”이라고 답했고, 46%는 “떠날 수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떠나고 싶은 이유로는 “더 나은 문화⋅여가생활을 위해서”,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서”가 각각 21.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그 외에도 “더 많은 경험과 경력을 쌓기 위해서”, “더 많은 가능성을 얻고자”라는 답변도 있었다고 해요.



2018년 열린 <제주플러스 일자리 포럼>의 발제자로 나선 제주청년협동조합 박경호 이사장은 청년 20인을 대상으로 일자리 관련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서울에서 3년 이상의 경력을 쌓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자란 저도 유학을 다녀오지 않았고,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해외와 교류했는데 비슷한 갈증이 있었거든요. 제주의 청년들도 이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폭이 너무 좁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3년이라도 다른 도시에 나가 살면서 다른 경험을 축적하고 싶고, 그 경험치를 통해 제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 욕망이 반영된 결과로 보였습니다.  

 

김종현: 다른 지역에서 경험을 쌓고 제주로 돌아오겠다는 청년들의 응답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제주에 사는 사람을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타지역으로 이주했다가 귀향한 사람, 이주 경험 없이 계속 살고 있었던 선주민, 아예 다른 지역에서 넘어온 이주민.

 

최도인제주의 다양성은 결국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의 다양성에서 나옵니다. 자기 인생의 고유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 많아야 다양한 카페와 서점이 생기고 라이프스타일 기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재주상회도 서울에서 구축된 문화자본과 네트워크를 가져온 케이스입니다. 제주에서 로컬 비즈니스를 하지만 서울의 기업과 일하기도 하고요. 카카오패밀리처럼 제주에서 태어났지만 다른 삶의 조건을 가진 사람이 결합해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기도 합니다.


지역 인재 육성 측면에서 다양한 경험자본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도 중요합니다. 제주가 글로벌과 접속할 수 있는 모든 자본을 제공해주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을지, 아니면 그보다는 느슨하게 거리를 두고 제주와 제주 바깥을 연결하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지를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합니다.

 

지역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 측면에서 서울이 어떤 유리한 조건을 가졌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서울에 있는 큰 공연장을 컨설팅하는 빅 프로젝트가 있었을 때 영국 회사와 작업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테크니컬 씨어터(technical theater) 컨설팅 회사가 없기 때문에 영국 회사와 같이 작업 하면서 국제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죠. 굳이 영국까지 가서 씨어터 컨설팅을 공부하지 않아도 이런 경험이 가능했던 이유는 제가 서울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주라면 어떤 경험을 연결할 수 있는지, 이 그라운드와 바깥을 연결할 수 있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아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종현: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7]할 어젠다나 이슈가 있는지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서울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돼 있고 환경적으로도 다양한 이슈에 노출돼 있어서 지역보다 글로벌한 경험을 할 기회가 많죠.

 

전정환: 지역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다양성과 연결성을 누리지 못한 사람은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제주 지역의 생태계가 떠오를 때 이 흐름을 타고 앞서간 사람이야 괜찮지만 이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 이미 제주에 이주했지만 뒤처진 사람들은 불안하죠. 청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센터에서 채용을 할 때 제주의 대학을 졸업한 20대에게 육지에서의 경험이나 육지 출신의 친구가 있는지 질문하면 대부분 없다고 대답합니다. 제주의 다양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연결에는 여전히 취약합니다. 청년들이 불안하고 고립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종현: 그래도 교류성은 전보다 많이 나아졌습니다. 제주도는 이주민이 많은 지역 중 하나라 과대 교류의 장점이 있습니다. 오히려 심각한 부분은 앞서 최도인 본부장님이 언급하신 통계치가 보여주는 지점입니다. 제주에서 살고 일하겠다고 답한 케이스가 왜 55%나 될까요? 설문 대상이 19세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대학 진학을 계기로 창조성이 있거나 학습 능력이 뛰어난 청년들은 도 외로 갔습니다. 남아 있는 청년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선택했거나 능력, 집안 환경을 이유로 제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밖으로 나갈 용기가 부족해서 이 지역에 있기를 선택해요. 그중 용기를 낸 사람이 3~4년 정도 나가겠다는 선택을 한 결과가 수치로 나온 겁니다. 전체적으로 학습 역량과 창조 역량의 관점에서 보면 지역에 남아 있는 청년의 역량이 전체 평균 역량에 비해 낮을 수 있습니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엘리트를 키울 것인지, 평균 역량을 올릴 것인지 방향을 선택해야 하니까요.

 

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천적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그렇고요. 달리기도 열심히 하면 실력이 늘듯, 분명 창조성을 키우는 일도 방법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중요한 건 그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만드는 일이겠지요. 지역일수록 창조성 교육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창조성은 다양성 경험이나 협업을 통해 나옵니다. 지역 창조성의 총합은 지역 창조 역량의 총합과 같아요. 천재 몇 명을 키우는 것보다 평균 역량을 올려야 상호 피드백을 거쳐 창의적인 결과가 나옵니다. 창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 역시 지역에 주어진 숙제 같습니다.

 

[7] 글로컬라이제이션: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란 세계화를 의미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과 지역화를 의미하는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의 합성어다. 



지역의 가능성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

 

한성은: 지역에 자리 잡은 외부인은 지역의 가능성을 읽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에 사는 학생에게 무조건 서울로 가는 기회를 주기보다는 특색있는 지역의 아이템,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읽어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거꾸로 캠퍼스와 교류하는 일본의 교육기업 아이클럽(i.club)[8]의 사례를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본은 소도시가 많고 장인문화와 특산품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그런데 지역에 사는 고등학생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지역을 벗어나 도쿄로 가고 싶어 하는 니즈가 있었습니다. 도쿄 토박이였던 아이클럽 대표는 몇백 년간 오징어포를 생산해 온 한 지역의 산업에서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 일을 해나가는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고등학교로 가져왔고, 커리큘럼을 짠 후 현업 종사자들과 학생들이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하고 나서 지역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지역에 남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생겼어요. 학생과 현업의 네트워크를 지역 기반으로 이어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김종현: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촉진자의 역할이죠. 한편으로는 개인이 자기만의 취향을 가지려면 자존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역 자체에 자존감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남아 있는 사람도 서울로 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거나 서울과 멀리 떨어진 시골에 산다는 걸 한탄하는 데 그치겠죠.

 

전정환: 작년에 입사한 직원 중에 제주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에 진학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입사할 때 물어보니 본인은 도시 브랜딩을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제주가 좋은 곳인 줄 몰랐는데,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가자마자 제주가 좋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친구들을 통해 보는 제주는 또 다른 모습이라 자신이 가진 자원의 가치를 알게 된 거죠. 결국 문화자본을 통해 내가 가진 자원으로 차별성을 만들 수 있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모종린: 생각보다 문화자본의 확산은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보통 창업한 사람의 비율을 보면 1/3이 이주민, 1/3이 귀향민, 1/3이 선주민으로 균형이 맞습니다. 골목상권에서 창업한 사람은 대부분 선주민이에요. 경주 황리단길 창업자도 대부분 그 지역 청년이죠. 우리가 통계 자료를 보지 않고 걱정부터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전정환: 최근 흐름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지역 인재 육성 과정에서 성장 기회를 잡지 못하는 케이스도 상당 부분 있을 겁니다. 제주더큰내일센터와 같이 무언가 촉진하고 교육하고 육성하는 곳이 있는 지역은 잘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곳은 성장 속도가 더뎌지거나 잘 안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8] 아이클럽: 지역 기업의 현안을 고등학교와 연계하여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청소년의 지역 이탈과 지역 산업의 쇠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혁신 교육기업



지역 다양성 확장의 열쇠는 무엇인가

최도인: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2009년에 동남아인 이주노동자가 많은 안산 원곡동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인터컬처럴 시티(The Intercultural City: Planning for Diversity Advantage, 상호문화도시)》[9]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과거 유럽의 멀티컬처럴리즘(multiculturalism)[10] 논의가 깊이 있었던 이유는 인종 갈등, 소득 양극화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양극화로 극단적 싸움이 벌어졌던 사례가 있어서 다문화주의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컬처럴시티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이뤄지는 소통을 중요하게 봅니다. ‘사회적 안전’은 담쌓고 지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계속 소통해야 확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책에는 ‘다이버시티 어드밴티지(diversity advantage)’라는 키워드가 나옵니다. 다양성이 주는 이점을 가리키는 단어인데요. 우리가 다문화도시나 다양성을 이야기할 때 보통 공공선(公共善) 차원에서만 논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다이버시티 어드밴티지는 결국 다양성을 갖춘 도시가 가진 장점을 말합니다. 도시 경쟁력 차원에서도 인터컬처럴리즘[11]이 중요하게 언급되는 거죠.

지난 10년간 제주의 다양성을 이야기할 때, 습관적으로 ‘제주는 이주민이 많아서 다양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부터가 제주더큰내일센터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제주에서 자란 친구들이 경험하는 다양성의 가치는 자존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봅니다. 기업에 입사를 하든 창업을 하든, 그 자존감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이것이 경험과 일로 연결되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이주민에 의한 다양성 확보 차원을 넘어서 이곳에서 자란 사람들의 다양성이 형성될 때 비로소 제주의 다양성이 확보된다고 생각합니다.


모종린: 이민과 비슷합니다. 이민 가면 1세대끼리는 통합이 불가능합니다. 한국사람끼리 게토(ghetto)[12]에 모여 살아요. 2세대부터는 학교에 다니면서 통합됩니다. 제주에서는 이주민과 거주민이 같이 학교에 다니면서 어떤 변화가 나타났나요?

 

김종현: 가장 큰 변화는 ‘말’이죠. 학교에 가면 사투리를 배웁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학교가 이주민과 거주민의 접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제주도는 이주문화가 발달했어요. 이주 열풍 전에도 제주 인구의 40%는 이주민이었습니다. 이주 가정 안에는 육지문화가 있는데, 이주 가정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지역문화를 받아들이면 두 문화가 융합되기 시작하죠. 

 

구기욱: 한때 절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이때 많은 정보 접촉면이 생겼어요. 절에 들어가기 전에는 이제 세상일은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보니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더군요. 제주 역시 비슷한 효과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전정환: 제주더큰내일센터나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겐 그 효과가 더욱 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소외되는 제주 청년이 있는 거죠. 


구기욱: 앞서 최도인 본부장님 말씀처럼 서울과 같은 글로벌 도시가 갖는 이점이 있습니다. 일례로 제가 캐나다 여행을 갔을 때 고무바퀴가 달린 지하철을 보고 고정관념이 깨지는 경험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키(key)는 ‘접촉’이 아닐까 합니다. 연결의 일차원적 개념이 접촉인데, 단순한 접촉 이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밀도 높은 접촉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거나 집단 의사 결정 또는 집단 지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입을 추진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CIRI 자체도 개입주의적입니다. 경영도 리더 육성도 개입주의를 바탕으로 논의하기 때문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개입할 것인지 깊게 들여다보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한편 이 논의의 맥락이 코로나19 시대를 전제로 삼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글로벌 경제 악화로 로컬 경제가 무너지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로컬과 로컬 인재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임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9] The Intercultural City: Planning for Diversity Advantage(Charles Landry, Phil Wood 공저. Stylus Pub Llc. 발행. 2007.10.30.)

[10] 멀티컬처럴리즘: 한 사회 안에 혼재하는 여러 이질적인 문화를 소외시키거나 배제하지 않고 모두 수용하며 공존과 관용을 지향하는 입장

[11] 인터컬처럴리즘(inter-culturalism): 상호문화주의 또는 간문화주의. 다문화를 인정하는 것을 넘어 다문화 간 서로 교류하고 개입하는 것을 지향하는 입장

[12] 게토: (흔히 소수민족들이 모여 사는) 빈민가, (과거의) 유대인 거주 지역. 본문에서는 한인이 모여 사는 거주지를 지칭하는 의미로 쓰였다.



코로나19 시대, 디지털 혁명이 만든 학습 공간의 확대

 

전정환: 올해는 제 또래의 자녀들이 대학에 막 들어가는 시기였습니다. 한 친구의 자녀가 미국 명문대에 합격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가지 못하게 됐어요. 그래서 지역에 머무르며 원격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이 사례를 보니 한편으로는 원격 수업을 바탕으로 그 친구가 자기주도적 학습을 설계한다면, 제주 로컬을 연구해 해외 대학에 발표하는 연결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이 제주로 향할 테고, 지역에서도 이 학생의 학습 실천 사례가 교육방법론이 될 수 있겠지요. 코로나19가 원격교육과 로컬의 커뮤니티가 더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도인: 저는 거꾸로캠퍼스가 제주에 오면 좋겠습니다. 청소년기 진입 단계부터 다양한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해 보입니다. 제주에 있는 일부 고교와는 또 다른 트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성은: 올해 거꾸로캠퍼스는 코로나19 여파로 강제 온라인 개학을 했습니다. 저희는 주체적으로 학습 계획을 세우는 걸 역량의 기본기로 생각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연차가 있는 친구들은 개학 지연으로 학습 계획이 망가지는 것 같다는 좌절감이 있었고, 신입생은 어렵게 거꾸로캠퍼스를 선택했는데 개학이 미뤄지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학생들은 학교라는 오프라인 공간 기반 학습에 비용을 지불할 의지가 조금 더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불안에도 불구하고 엑시트한 학생이나 대학생들을 보면 오히려 로컬 기반 학습이나 커뮤니티가 강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코로나19의 여파가 이어져 오프라인 수업이 어려울 때는 학생 개개인이 상주하는 공간 기반의 학습 기회가 강화될 것 같습니다.

 

김종현: 자기주도성이 훈련된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을 때 적응이 빠른 편인가요? 자기주도적 학습을 해 온 학생들은 스스로 소통하는 방법을 만들기 때문에 지식 전달 형태가 중요하지 않지만, 지식 전달 중심의 기존 교수법에 익숙한 학생들은 전달 강도와 밀도가 떨어지면 적응이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성은: 두 번째 모듈까지 온라인 커리큘럼을 운영해보니 통제하는 입장에서는 꽤 힘이 든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교실에 2~30명이 있으면 잠깐 딴짓하는 것도 보이거든요. 여기서 통제가 어려워졌다는 말은 교사가 교실 분위기를 읽고 컨트롤하는 역할을 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뜻입니다. 스크린만으로는 학생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학생 입장에서는 몰입도가 높아지고 학습에 들이는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저희의 온라인 수업 정책 중 하나는 오프라인으로 수업할 때보다 수업시간을 줄인 겁니다. 오프라인과 동일한 시간으로 온라인 학습을 진행하면 학습의 강도가 더 높았어요. 

 

김종현: 재택근무와 성과에 대한 연구가 있는데요. 자기주도성이 강한 사람에게서는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고, 통제·성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딱 정해진 성과까지만 퍼포먼스를 낸다고 합니다. 일 처리를 빨리하면 새로운 일이 또 주어지니 기간에 맞춰서 일하는 거죠. 자율성이 점점 늘어난다는 측면도 있지만, 동기부여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퍼포먼스가 낮아지는 현상도 있었습니다. 

결국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동기부여 방식이 더 중요해지고, 역설적으로 취향이 요구되며, 자기주도적으로 개척하는 능력이 필요해질 겁니다. 이러한 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는 방식과 새로운 교육 방법이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동기부여입니다. 직접 해보면 만만치 않죠. 개인 학습 통제의 열쇠는 자존감에 있습니다. 자신이 무언가 할 수 있다고 인정받거나 효능감이 생기면 몰입하는 겁니다. 지역 자부심도 중요합니다. 제가 들었던 말 중에 “교만과 콤플렉스는 같은 것이다.”라는 게 있어요. 자신을 과대포장하는 것과 과소포장하는 것 모두 현재를 인정하지 않는 행동이라는 거죠.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에 자부심이 없으면 외부의 것을 따라가게 돼요. 도시 규모를 확대하려고 하고, 인구를 늘리려고 하고, 큰 빌딩을 세우고, 서울 강남에 있는 커피 전문점을 들이려 합니다. 이것은 콤플렉스를 해소하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보다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 훨씬 가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개인의 자존감을 통한 동기부여, 지역 자부심을 통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심리적인 부분이 전제되어야 이후 인재 육성과 지역 사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구기욱: 정리하자면 코로나19 시대의 글로벌과 로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디지털 역량을 더해야 한다는 점에도 모두 동의하고 있습니다. 관련 연구 논문도 나오고 있고 각자의 경험으로도 알고 있는 부분이죠.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코로나19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이 표면적이고 피상적이라는 점입니다. 결과물을 통제할 수 있는 일은 재택근무로도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영역에서는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에 갈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스킨십이 줄어들면서 기본적인 정서를 충족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디지털 유행은 경계해야 합니다. 로컬을 이야기할 때도 디지털을 포함하되 경계심을 늦추지 말자는 생각입니다. 

장거리 이동이 어려워져서 로컬의 생활 밀도가 높아진 것 또한 사실입니다. 로컬의 밀도가 높아진 이때, 지역을 더 미시적으로 바라보면 엄청난 다양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을 깊게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연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는데요. 접촉이 일어나면 무언가 자연스럽게 생겨날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적극적 개입을 통해 서로 다른 다양성을 만나게 해 사고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창의적인 비즈니스가 나오고 지역 협력의 결과도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모종린: 저는 사람은 굉장히 합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개방적으로 변하고 스스로 연결도 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기업 생태계 중심으로 로컬 경제를 잘 편성해야겠지요. 여기서 성공모델이 나오면 이주민과 거주민이 협력해서 더 좋은 기업이 나올 수 있고,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사람이 변한다고 봅니다. 이익과 인센티브를 활용해 생태계를 관리하면 정부가 다양한 일을 할 수도 있고요. 

 

저는 그동안 지역 및 로컬 브랜드 연구를 해왔는데요. 지역에 관심 많은 우리조차도 로컬 브랜드의 형성 과정과 발전 방안에 대한 고민을 이제 막 시작했다고 봅니다. 일자리와 경제의 연결을 궁극적인 목표로 두고, 나머지 부분은 서포트하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정환: 인재가 지역을 변화시키고, 지역이 변화하면 인재가 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은 이들 사이에 어떻게 선순환 고리를 만들 것인가에 있습니다. 지역 인재는 앞으로 있을 모든 논의에서 핵심 연결고리가 될 것이고요. 앞으로 CIRI에서 다뤄질 주제와 제이커넥트데이에서도 지역 인재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논의했으면 합니다.



*CIRI 2차 회의 마지막편 입니다. 



*게재된 글이나 자료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허락 없이 무단 복사전재하는 것을 금합니다


* 2020년 제주 지역혁신 싱크탱크 협의체(CIRI) 아카이브 북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 완성본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http://www.jccei.kr/archive/community.htm?act=view&seq=7599



기획 지역혁신팀 이경호최소영

제작 더스토리B

 

편집 이다혜배주희 

사진 이성근

일러스트·디자인 고경훈

교정·교열 박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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