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한살림 제주에서 로컬 푸드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를 꿈꾸며 ‘제주담을’ 매장을 개장했다. 한살림 제주의 자회사인 ‘밥상살림’의 조상호 대표가 제주담을의 전체적인 기획과 운영에 참여한다. 밥상살림은 제주담을을 통해 한살림 제주가 추구하는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지역 순환형 로컬 푸드 사업을 본격화한다. 1485m2(450평)에 달하는 제주담을 매장 마당에서 로컬 푸드의 가능성을 실험하는데, 그 첫 주자는 공동 농부장인 ‘제주담을장’이다. 로컬 푸드의 가치를 확장하고, 더 큰 공동체를 꾸리기 위해 이미 팬덤을 확보한 지역 내 농부장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 같은 로컬 푸드 커뮤니티는 한살림 제주 조합원으로 시작해 농산물 위원, 농산물 위원장, 한살림 제주 이사, 한살림 제주 이사장 등을 거치며 10여 년간 올바른 먹거리의 길을 고민하고 모색해온 조상호 대표가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다.
‘제주담을장’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한살림 제주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집약한 형태가 ‘제주담을장’입니다. 한살림은 ‘밥상·농업·생명살림’이라는 이념과 ‘생소하나(생산자와 소비자는 하나다)’라는 가치 실현에 공감하는 이들로 이루어진 협동조합으로, 30년간 한국 친환경 농업의 지킴이 역할을 해왔습니다. 제주에는 ‘수눌음’이라는 협동 경제가 있어요. 공동체를 형성해 서로의 필요를 충족하고, 지혜를 나누는 다양한 활동을 하죠. 제주인이 오랜 세월 이룩한 협동 경제 정신은 한살림 제주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부합하더군요. ‘자연 그대로 농민장터’, ‘ALL바른농부장’, ‘제주청년농부장터’ 등 도내의 이름난 농부장을 한데 모으면 시너지를 창출하리라 생각했어요. 제주담을장 운영은 협업을 통해 이루어져요. 서울에서 ‘얼장(얼굴 있는 농부장)’을 기획해 도시 농부장의 기틀을 세운 도농문화콘텐츠연구회의 도움을 받고 구체적인 실행안을 마련했어요. 제주담을장에는 개별 농부장 외에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한살림 제주 생산자 15명이 함께합니다.
제주에 산재하는 농부장을 한데 모을 당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무엇인가요?
먼저 도내 농부장에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살폈습니다. 생산한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 확보가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이에 개별 농부장을 열 공간을 제공하기로 했어요. 제주담을 매장 마당에는 매주 다양한 농부장이 들어섭니다. 개별 농부장이 모이는 제주담을장은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 개별 농부장은 그 외 일정에 열기로 합의했죠.
또 무엇을 제안했나요?
제주담을장 농부의 물품을 제주담을 매장 로컬 푸드 코너에 진입시킬 거예요. 일정한 시기가 되면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로 전환해 한살림 제주 조합원의 먹거리를 책임지도록 역할을 부여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한살림의 생산자가 되는 것이죠. 한살림의 생산자가 되면 내년 생산물을 약정할 수 있고, 농가에서 예측 가능한 수입을 얻게 됩니다. 시장에서 특정 물품의 가격이 인하되더라도 약정한 가격대로 매기고요. 한살림 전국 조합원 70만 명의 먹거리를 2500여 개의 농가에 균등하게 나누는데, 생산 물품을 계획하고 약정해 ‘책임 생산과 책임 소비’를 되풀이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취하면 생산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죠. 제주담을 매장은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를 인큐베이팅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매달 각 농부장의 운영진이 모여 제주담을장을 위한 워크숍을 갖는다고요.
제주담을장 전후로 매달 한 번씩 워크숍을 열어요. 모두 농부장 운영 경험이 있는 터라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하죠. 워크숍에서는 이들의 다양한 경험치가 오가요. 그 과정에서 친환경 로컬 푸드 품목의 다양화와 제로 웨이스트 실천 등 공동 가치를 정립하고요. 또 생산자와 소비자가 ‘관계 맺기’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더해집니다. 제주 로컬 푸드 문화 정착을 위한 실체적 의견과 열의가 모이는 자리입니다.
코로나19로 제주담을장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을 듯합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까지는 제주담을장에 평균 1300여 명, 많게는 2000여 명이 방문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농부장에 이토록 많은 이들이 방문했다는 것은 로컬 푸드 시장에 대한 수요가 있음을 뜻하죠. 코로나19 사태로 제주담을장을 두 차례 취소했는데, 그 이후에 방문 인원이 반으로 줄더라고요. 각각의 농부장이 거느린 팬덤이 있는데, 만남을 지속하지 못하니 소원해지는 면도 있었고요. 농부장 특유의 역동적인 분위기가 사그라드는 게 안타까웠어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방법을 고민 중이에요. 온라인 제주담을장도 염두에 두고 있고요.
제주담을 매장은 여타 한살림 매장과 다르다고요.
한살림 제주의 핵심 목표 중 하나인 지역 순환형 로컬 푸드 사업을 본격화하고, 한살림의 가치와 철학을 담은 생소하나를 재정립하기 위해 만든 공간입니다. 지역 순환형 로컬 푸드는 한살림 제주가 출범할 당시부터 주요 과제로 삼았던 것인데, 도내 연중 생산 품목이 다양하지 않아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죠. 로컬 푸드 생산과 소비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주 소농이 모여 함께 자립 방향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어우러지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한살림 제주에서 자회사인 밥상살림을 출범해 제주담을 매장을 개장했고, 공간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제주담을에서는 로컬 푸드 직거래 매장과 물류센터를 비롯해 지역민과의 소통을 위해 공유주방, 농민장터, 도시텃밭 등을 운영합니다.
지역 순환형 로컬 푸드란 무엇인가요?
지역에서 나는 먹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것을 뜻합니다. 현재 제주 먹거리는 감귤과 같은 겨울 작물에 편중되어 있어요. 사계절 생산 체계가 잡혀야 지속적인 로컬 푸드 순환이 이루어지는데, 일부 작물만 취급하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 농산물을 들이게 되죠. 하지만 지리적 특성상 잦은 기상 악화로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때때로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이 발생하면 하늘길과 바닷길이 막혀 먹거리 수급에 비상이 걸립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안정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어요. 따라서 제주에는 연중 먹거리를 공급하고 소비할 수 있는 로컬 푸드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도내 파머스 커뮤니티가 이루어야 할 혁신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기후변화에 대응한 환경·생태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친환경 생산은 물론 가공과 포장에도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이 도내 파머스 커뮤니티에 필요한 혁신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제주담을장을 중심으로 실천 중이며 이와 같은 움직임이 더욱 확산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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