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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Dec 22. 2021

재생 에너지 확산을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할 발전량 예측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다. 그러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발전량 예측이 필수적이다. 식스티헤르츠는 전국의 재생 에너지 발전소의 발전량을 예측하는 햇빛바람지도를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 시대에 재생 에너지 확산을 위해 시작해 이제 막 1주년이 된 소셜 벤처 스타트업 식스티헤르츠를 만났다.





식스티헤르츠 창업 전에도 에너지 분야에서 일하고 계셨죠? 이전 경력에 대해 들려주세요.
저는 태양광과 관련된 일을 해왔어요. 재생 에너지 중 가장 보편적인 게 태양광 발전인데, 그 외에 풍력 같은 다른 발전 자원들도 빠르게 확산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에너지 전환 시대에 전기차라든가 스마트 가전 같은 것들이 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잘 동작할 수 있도록 이 분야를 확장해보고 싶은 마음에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주 사업 분야인 VPP와 햇빛바람지도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VPP는 태양광, 풍력, 전기차, 스마트 가전 같은 소규모 분산전원을 IT 기술로 연결하고 관리하는 기술이에요. 식스티헤르츠의 메인 아이템인 햇빛바람지도는 전국에 있는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지도 위에 표시하고 발전량에 영향을 미치는 기상정보를 시각화하여 제공하는 서비스예요. 전국 재생 에너지 발전소의 발전 예측량을 제공함으로써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하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발전량 예측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발전량을 잘 예측하면 에너지가 남는 시간대가 언제인지 미리 알 수 있어요. 그러면 재생 에너지가 과잉 생산될 때 발전소를 그냥 끄는 게 아니라 다른 대안들을 생각할 기회가 생기는 거죠. 예를 들어 에너지가 남는 시간대에 전기차를 충전시킬 수 있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화력·가스발전소 가동을 줄일 수 있어요. 이외에도 다양한 해결책이 창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데 그것들의 전제는 예측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햇빛바람지도의 발전량 예측 정확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예측 정확도는 발전소의 데이터를 많이 모을수록 정교해져요. 6GW 정도의 발전소를 대상으로 다음 날 발전량을 예측했을 때 3% 이하의 오차가 나왔습니다.


재생 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는 햇빛바람지도


공개된 데이터만으로 전국 발전소의 발전량을 예측하고 있어요. 이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크게 기상 예측과 발전소 시뮬레이션, 이 두 가지가 결합 됐을 때 발전량 예측이 가능합니다. 기상 데이터 같은 경우는 미국 해양대기청과 한국 기상청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두 가지 모두 공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발전소 시뮬레이션도 전 세계에 있는 국립 연구소들이 개발해서 오픈 소스로 공개해 놓은 게 많이 있어요. 그래서 오픈 데이터와 오픈 소스를 결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데이터가 다 공개되어 있는데 그전까지 모든 발전소를 통합하는 서비스가 없었던 이유는 뭘까요?
첫 번째로, 데이터는 많이 공개되어 있는데 그걸 활용하는 데 있어서 편의성이 좋은 편이 아니에요. 중복되는 것들을 제거하고 잘못 입력된 것들은 고치는 등 정제 과정이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죠. 식스티헤르츠도 여러 소스로부터 데이터를 취합해서 일련의 처리 과정을 거친 다음에 쓰고 있고요. 그래서 다른 곳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게 아닐까 싶어요.
두 번째로, 우리는 소셜 벤처이기 때문에 이런 정보가 시민들에게 공개되는 것이 유용하다고 생각해서 만들었지만 당장 수익 모델을 떠올리기 쉽지 않아서 영리 기업들이 시도하긴 어려웠을 거예요. 햇빛바람지도로 수익을 얻는 건 전혀 아니든요. 물론 그 이후에 여러 제안이 와서 비즈니스로 연결되긴 했지만 처음에는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공익을 목적으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우리가 우리의 것을 잘 해내고 보여주면 사업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고요.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놀랍네요.
식스티헤르츠는 소셜 벤처 기업이에요. 소셜 벤처는 꼭 시장이 있어야만 시도하는 게 아니라 미션이 있기 때문에 사업을 영위하는 조직이거든요. 시장이 없는 곳에서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도 우리의 사명 중 하나입니다.
회사를 어떻게 유지하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예전과 달리 지금은 투자 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요. 임팩트 투자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지지하고 투자해 주셨고, 국가 R&D 사업 같은 걸 통해서도 지원받을 수 있고요. 이런 투자와 지원이 회사 운영을 뒷받침해주기 때문에 우리 같은 소셜 벤처가 우리만의 미션을 할 수 있는 거죠. 시장이 없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바로 그 일 말이에요.


시스템을 고도화시키고 있는 김종규 대표와 식스티헤르츠 직원


제주도에서는 전력 공급 과잉 시간대에 재생 에너지를 사용할 경우 혜택을 주는 ‘전기차 충전기 활용 플러스DR 시범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식스티헤르츠의 사업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아주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전력망은 공급과 수요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해요. 그런데 재생 에너지 발전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측 기술이 필수적이죠. 예측을 정확하게 하면 에너지가 남을 때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바로 플러스DR이에요. 우리 같은 회사들이 예측을 더 정교하게 하면 플러스DR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업자들이 더욱 유용해져요. 가령 언제 플러스DR이 발령될지 미리 알 수 있으면 충전이 필요한 분들을 모집할 때 이점이 있겠죠. 플러스DR은 발전량 예측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 사업과의 연결고리가 분명합니다.


제주도는 재생 에너지가 전국에서 가장 활성화되어 있고 분산에너지특구 지정 등 제도적으로도 규제를 완화하고 있어요. 에너지 기업으로서 제주도는 어떤 특징이 있는 지역인가요?
제주도는 육지에서 겪을 일들을 선행해서 겪고 있어요. 현재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출력제한 같은 일들은 근 미래에 육지에서도 똑같이 벌어질 일들이에요. 육지는 제주도에 비해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지 않은데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그 비중을 20%대로 올리겠다고 했기 때문에 지금의 제주도처럼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길 수 있겠죠. 그래서 제주도에서 현재 규제특구를 통해 실험하는 것들이 중요한 데이터가 돼서 향후 육지에서 정책을 만들 때 기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주도에서 서비스할 생각도 있나요?
물론이죠. 식스티헤르츠는 지금 목포에 지사가 있어요. 전라도에 재생 에너지 발전소가 많이 있기 때문인데, 나중에 경상도나 제주도에도 지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특히 제주도는 에너지 분야에 있어서 기회가 많은 곳이라고 생각해서 항상 주시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하고 있는 규제특례들도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하게 해준다는 거니까 더욱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뿐 아니라 다른 회사와의 협업 등으로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화석연료가 재생 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긴 어려울 거라 보기도 해요. 대표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는 에너지 전환이 과학이나 기술의 문제 같지는 않아요. 시민들의 의지와 관련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빨리 원하면 더 빨리 실현될 수도 있고 원치 않으면 그 반대일 수도 있고요. 결국에는 시민들이 결정할 문제이고 기술은 그들이 원하는 그림을 만드는 데 협력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요?
사람들의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재생 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해요. 유해하다거나 비싸다거나 하는 오해가 많거든요. 당장은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멀리 보면 절대 그렇지 않고 현재도 그 비용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요.


시민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서 스타트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 활동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소셜벤처 임팩트 IR, 소셜벤처 경연대회 등 여러 대회에서 상을 받았는데 얼마 전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공공데이터 활용 BI 공모전에서 대상인 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금을 청년기후긴급행동에 기부했어요. 작은 회사인 우리 입장에서 큰돈이었지만 의미 있는 일에 쓰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입니다. 그 후 왕중왕전을 치렀고 거기서도 우승해서 대통령상을 받았어요. 그 상금도 기부하려고 준비하고 있고요. 대중에게 환경 문제를 제대로 인식시키는 데 기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상을 수상한 범정부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 (사진출처:행정안전부)


식스티헤르츠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계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일환으로 재생 에너지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 우리는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재생 에너지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확대하고자 합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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