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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Dec 22. 2021

2050 탄소중립과 에너지 비즈니스

김영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 본부장

전국의 축소판인 제주도에서 신재생 에너지 보급률이 늘어남에 따라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은 향후 전국 전력계통에서도 발생할 지표다. 제주에서의 초과발전 문제 해소와 신재생 에너지 수용성 확대를 위한 해법은 우리나라가 신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탄소중립 해법 마련에도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제주의 신재생 에너지 초과발전
“제발 그만해. 우리 이러다가는 다 죽어!” ‘오징어 게임’ 깐부 할아버지의 외침이 기후 변화와 온난화 문제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전 세계인의 마음속에 울려 퍼지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 없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줄이겠다는 전 세계적 목표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도민들은 매시간 평균 63만kWh의 전력을 소비하였다. 1인당 약 1kWh의 전력을 매시간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우리가 소비한 전력 중 18%는 풍력, 태양광 등의 신재생 에너지에 의해 생산된 전력이다. 그만큼 탄소배출량을 줄인 것이다. 현재 제주에는 풍력 30만kW, 태양광 55만kW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가 운영되고 있다. 제주의 평균 전력인 63만kW와 비교해 보면 얼마나 많은 신재생 설비가 운영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화석 에너지에서 풍력, 태양광 등의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에 가장 큰 문제는 발전량 조절이 어렵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발전기와 달리 에너지 소비에 맞추어 발전량을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이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태양광 발전은 태양 빛의 세기에 따라 해가 뜨고 지는 낮 동안만 전력 생산이 가능하고, 풍력 발전은 일정 수준 이상의 바람세기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계절적 특성을 가지면서 기상예보에 따라 발전량을 예측하면서 운영해야 하는 제약이 따른다.
지난해 제주 지역 평균 전력은 63만kWh, 최저수요 45만kWh였는데, 약 80만kW의 풍력, 태양광 설비가 운영되어 발전량이 전력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총 77회 발생하여 1945만kWh의 발전량 제약이 발생하였다. 이는 제주도 내 총 풍력 발전량의 3.24%에 달하는 양이다. 제주 전력계통의 초과발전은 2015년도부터 발생하기 시작하여 2018년부터 급증하였다. 또 전력수요가 낮은 봄·가을철에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시간인 12시를 중심으로 10시부터 16시까지 낮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하였다.


제주도 풍력, 태양광의 전력 공급 상황(2020.4.13. 15:58 기준)


신재생 에너지에 의한 전력수요 패턴 변화
현재 제주 전력계통에서 맑은 날의 경우 태양광 발전에 의한 덕 커브(Duck Curve)1 현상이 확연하다. 봄, 가을 낮 시간대의 전력수요는 최대 전력 대비 1/8수준까지 떨어진다. 실제 전력수요는 그렇지 않지만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에 의해 전통적인 발전기가 담당해야 할 순수요가 그렇다는 것이다.
제주 전력계통의 최대 전력 시간은 계절에 따라 한두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저녁 18~22시이다. 안타깝게도 태양광 발전량은 거의 기여를 하지 못한다. 출력 분포가 고른 풍력 발전조차 겨울철 최대 전력 시간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여름철 최대 전력 시간 기여도는 낮은 편이다. 최대 전력 증가에 맞추어 전통적인 발전 설비를 유지하고 증설해야 하는 이유다.


신재생 에너지원과 에너지 비즈니스
제주 전력계통에서 풍력, 태양광 발전량 비중은 각각 10.5%, 7.5%로 연간 18%에 불과하지만 봄, 가을 낮 시간대에는 발전량 점유율이 50%를 넘어서는 주력 발전원이다. 최우선 공급순위를 가지는 신재생 발전원을 위해 전통적인 발전원은 그저 예비력을 공급하는 비상 발전기가 된다. 이러한 상황은 용량과 수적인 면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원의 실시간 발전량을 계통운영자가 알 수가 없다는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마치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면서 속도계를 보지 않고 달리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
계통운영자인 전력거래소는 수요예측을 통하여 전력 시장 가격을 결정하고 발전 설비 운영계획을 수립한다. 전통적인 발전기가 중심 전원인 시절 전력거래소의 하루 전 수요예측 오차율은 1.2% 수준이었다. 신재생 발전원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제주 계통 수요예측 오차율은 3%를 넘어서는 날이 많아졌다. 신재생 발전량 예측은 더 어렵다. 신재생 예측 시스템을 일찌감치 구축하여 10여 년에 걸쳐 진화시켜 온 전력거래소의 태양광 발전량 예측 오차율은 5% 수준이고, 풍력 발전량 예측오차율은 10% 수준이다.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이 늘어나면서 맑은 날과 흐린 날의 수요 편차가 태양광 설비 용량의 50%까지 차이를 보이면서 계통운영자를 곤혹스럽게 한다. 평균 전력수요를 넘어서는 용량의 신재생 설비를 운영하는 제주에서의 신재생 발전량 예측은 계통운영자만의 역할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전력수요와 신재생 발전량의 예측은 고원가 발전기의 가동에 따른 시장 가격과 예비력 운영 등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향후 전력 시장에서 신재생 발전 사업자에게 발전량을 예측하고 입찰한 발전량에 대한 보장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전력 시장 개편과 에너지 비즈니스
재의 전력 시장은 전력거래소만의 수요예측으로 전력 거래 가격이 하루 전에 확정돼 버리기 때문에 신재생 발전량 변동과 수요 변동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 자원과 수요 자원에 반응을 유도할 요인이 전혀 없다. 신재생 발전원이 중심 전원이 된 전력계통에서는 예보된 기상 상황이 달라짐으로써 신재생 발전량이 예측과 달라지기 쉬울 뿐만 아니라 전력수요도 예측과 달라짐으로써 공급자 측과 수요자 측 모두 가격 신호에 반응토록 하여 수급 조절이 가능한 전력 시장이 필요하다.
신재생 발전원 확산에 따라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현재의 시장을 실시간 시장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우선 시급한 제주 지역에 먼저 적용하여 문제점을 개선하고 전국 전력계통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시간 시장에서 소규모 신재생 전원은 집합화된 VPP(Virtual Power Plant) 자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풍력, 태양광, ESS(Energy Storage System)는 물론 수요 자원도 결합할 수 있다. ‘한국형 통합 발전기’로 명명되는 VPP는 발전량 입찰을 통하여 전통적인 발전기에 부여되는 용량요금(CP)을 받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Merit Order 0’으로 높은 우선순위를 갖는다. 대신에 입찰 발전량을 준수할 강력한 의무를 갖게 되고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높은 페널티 비용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통운영자는 불연속적이고 변동성이 높은 신재생 전원의 특성과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맞는 예비력 자원을 운영해야 한다. 태양광, 풍력 발전원에 대한 현재 계통운영자의 신뢰는 사실상 0에 가까우며 그만큼 높은 예비력 비용을 소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향후 실시간 시장에서 신재생 발전원의 발전량 입찰과 유지 실패 시 페널티 부과를 통하여 신재생 발전원의 신뢰도를 높이고 예비력 비용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DR, 섹터커플링과 에너지 비즈니스
공급자 측 해법인 실시간 전력 시장 제도만으로 신재생 전원의 신뢰성이 완전히 확보되지는 않는다. 수요자 측 해법으로 신재생 전원의 발전량에 대응하는 수요반응(DR, Demand Response)이 부가되어야 한다. DR 자원은 VPP 공급자 측 자원으로 전력 시장에 참여하는 자원도 있지만, DR 자원들만으로 계시별 요금제에 참여 가능한 자원이다.
2021년 9월부터 제주 지역에서는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가 시범적으로 시행된다. 시범 적용에서는 계절 구분 없이 경부하 시간(23~8시), 중간부하 시간(9~16시), 최대부하 시간(17~22시)으로 운영된다. 참여를 원하는 전기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적용된다. 아쉬운 점은 전기 요금이 가장 저렴한 경부하 시간이 태양광 발전 시간이 아니라 새벽 시간이라는 점이다. 전력 시장에서 전력을 구입하는 한전의 입장에서 전력 시장 가격(SMP)이 낮은 태양광 발전 시간에 최저 요금을 적용하는 것이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신재생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다만, 정부와 한전은 신재생 발전 비용도 전기요금의 기후환경요금 항목으로 포함 청구된다는 점에서 고민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전력 소비 시간을 옮기는 것, 즉 전기에너지 사용 부문 내에서 부하 이전을 통한 수요 평준화만으로는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에 한계가 있다. 신재생 에너지 보급률을 지속적으로 높여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도 신재생 전력 생산량에 맞춘 소비, 초과 발전량을 활용하는 다양한 수단을 필요로 한다.
섹터커플링(Sector Coupling, 타 에너지 부문 연계)은 신재생 발전량이 많은 시간에 ESS, 전기차, 수소, 축열조 등의 다양한 수단을 통하여 전기에너지를 저장하거나 변환하고 이동하여 수송 및 열에너지 등의 타 에너지 부문과 연계 활용으로 에너지효율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잉여 전력 발생 시간에 충전하고 전력 부족 시에는 공급하는 V2G 전기차, 잉여 전력을 열로 변환하여 냉난방 에너지로 활용하거나 농작물 재배에 활용하는 P2H(Power to Heat), 봄가을이면 더욱 많아지는 잉여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하여 열병합발전, 수송 연료 등으로 활용하는 P2G(Power to Gas) 등 섹터커플링을 활용한 에너지 비즈니스 사업이 출현하도록 전력 시장 제도와 전기 요금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섹터커플링 자원에 대해 VPP나 DR 자원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과 별도의 자원으로 참여하는 방안, 일정 규모 이상은 전력 시장에서 거래를 하고 일정 규모 이하의 자원은 한전의 섹터커플링 요금제 자원으로 참여하는 방안 등을 조속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태양광 발전 전력을 쓰기 어려운 일몰 후 화력 등 다른 발전의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현상으로, 이를 나타낸 그래프가 오리와 닮았다고 하여 덕 커브라고 부른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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