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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Apr 20. 2018

도시문화가 제주의 미래

글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전임교수

9월 초 알래스카 출장을 다녀왔다. 예상대로 좋은 여행지가 아니었다. 정말 큰 맘 먹고 낚시, 크루즈, 또는 캠핑 여행을 가면 모를까 출장 일정에서 짬을 내 즐길 수 있는 여행지는 아니었다. 앵커리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회의 장소인 리조트로 이동했고 돌아올 때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적어도 마지막 날은 시내에서 지내고 싶었는데 모든 사람이 만류했다. 앵커리지 도심에서 할 일이 없다고 했다.



알래스카 알리에스카 리조트 호텔


라이프스타일이 가능한 도시로 산업의 이동현상 
제주는 많이 다를까? 아쉽게도 제주 역시 아직은 도시 여행자에게 좋은 관광지가 아니다. 도심과 떨어진 숙소에 머물면서 버스나 자동차를 타고 관광지를 찾아가는 전형적인 리조트형 관광지다. 현대 여행자에게 도시 문화의 부재는 치명적인 결함으로 다가온다. 도시의 번잡한 거리와 경적 소리, 숨을 턱 막히게 하는 스모그, 마음이 답답해지는 과도하게 경쟁적인 도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자연을 찾아 여행을 떠나지만, 막상 도착하면 곧 금단 현상의 고통으로 괴로운 사람이 도시 여행자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세계적인 관광지는 모두 매력적인 도시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카멜, 뉴포트비치, 하프 문 베이, 멘도시노 등 미국 캘리포니아의 해안 관광지는 걸어서 쇼핑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작은 골목 도시다.

제주와 자주 비교되는 하와이, 발리도 그들만의 특색 있는 도시 문화를 자랑한다. 이들 휴양지가 자연과 리조트만을 내세워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해변과 산 못지않게 독특한 도시 문화로 여행객을 끌어들인다. 호놀룰루 도심 상권과 바로 연결된 와이키키 비치뿐 아니라 노스비치의 조그만 해변에서 아기자기한 가게가 들어선 작은 마을을 만날 수 있다. 발리도 마찬가지다. 갤러리, 공방, 맛집이 모여있는 우붓의 도시 문화가 발리를 가고 싶은 도시로 만든다. 

도시 문화는 관광 자원에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의 모든 도시가 매력적인 도시 문화로 창조 인재와 그들이 도전하는 창조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한다. 우리가 선망하는 실리콘밸리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판세는 실리콘밸리에 불리하다. 젊은 인재들이 선호하는 도시문화를 창출하지 못해 하이테크 산업의 주도권을 샌프란시스코에 뺏기고 있다. 미래 인재들이 전원적인 실리콘밸리보다는 도심에서 살고, 일하며,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 가능한 샌프란시스코를 선호한다. 기업들도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적응한다. 실리콘밸리 기업이 통근 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핀터레스트 등 일부 기업은 본사를 실리콘밸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옮겼다. 우버, 트위터,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은 아예 처음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했다. 
이들의 성공에 힘입어 샌프란시스코 도심은 새로운 벤처 중심지로 떠올랐다. 

제주 원도심의 풍부한 매력 
다행히 도시 문화의 ‘변방’이었던 제주가 최근 변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중심은 제주시 원도심이다. 개성 있는 가게들과 제주의 젊은이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원도심이 과연 미래 인재와 창조기업이 모이는 창조도시로 발전 할 수 있을까? 필자는 <골목길 경제학, 다산북스, 2017>에서 도시 문화 분석틀로 C-READI 모델을 제시했다. 성공한 도시 문화 중심지는 공통적으로 문화 인프라(Culture), 임대료(Rent),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접근성(Access), 도시 디자인(Design), 정체성(Identity) 등 6가지 조건을 만족한 지역이다. 6 단어의 영어 이니셜을 조합해 만든 문구가 ‘문화적으로 준비해야 성공한다’로 해석할 수 있는 C-READI(Y)다. 

C-READI 모델을 제주에 적용하면 도시 문화 중심지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원도심이다. 문화, 상업, 골목 자원이 풍부하고, 정부와 민간의 도시 재생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원도심의 C-READI 여건이 가장 우수하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와 문화재에 기반한 정체성은 다른 지역에서 임의적으로 재생할 수 없는 문화 자원이다.







*본 게시글은 2017년 J-CONNECT 가을호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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