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커넥트 Jun 05. 2018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

제주청년의 영국 인턴십 체험기

제주대학교 고예지 학생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김영준 팀장의 멘토링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한 결과 스카우트 활동의 시초인 영국 Scout Adventure의 인턴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현재 그는 Woodhouse Park Center에서 Activity Instructor로 일하고 있다. 고예지 학생은 이곳에서의 체험기를 제주센터로 보내왔다.



Why not? I can do it!

오래전부터 해외에 나가 일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영어도 못하고 자격증도 없는 평범한 대학생이었기에 바람으로만 묻혀두고 살아왔다. 그러던 중 겨울방학 때 제주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김영준 팀장님에게 멘토링을 받게 되었다. 현재 내가 처한 상황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김영준 팀장님은 “Why not?”이라는 답변을 해주었다. 그 이후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나라고 왜 안 되겠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바로 지금, 꿈에 그리던 영국에서 인턴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나는 영국에서 숙식과 7만 원 정도의 주급을 제공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식사는 식재료를 주문해 함께 생활하는 친구들과 직접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으며 지내고 있고, 한 달에 한 번은 ‘Social’이라는 친목 모임을 통해 나들이를 나가 외식도 한다. 


이곳 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였다. 영국 생활 초반에는 영어를 잘 못하다 보니 자신감이 없었고, 대화 중에 상대방에게 다시 되묻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영어로만 대화하며 생활하다보니 점점 귀가 틔고 회화가 쑥쑥 늘기 시작했다. 심지어 셰프님은 이곳에서 생활한지 3일 만에 영어실력이 늘었다며 칭찬해주기도 했다.




Activity Instructor로서의 생활

내가 일하고 있는 기관은 스카우트 활동의 시초인 ‘Scout Adventure (www.scoutadventures.org.uk)’로

 영국 전역에 12개의 센터를 가지고 있다. 학창시절에 스카우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알고 있을 꿈에 그리는 곳일 거다. 나는 현재 12개의 센터 중 Bristol지역에 위치한 Woodhouse Park Center에서 Activity Instructor로 일하고 있다. 센터는 주로 초등학생을 대상(가끔은 성인도 온다.)으로 한 Climbing, Bushcraft, Archery, Crate Stacking 등 약 20여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나는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Scout’라는 동아리에 가입한 학생들은 2박 3일 동안 센터에 머물며 함께 활동을 하게 된다. 교육은 한 프로그램 당 1시간 30분정도로 진행하며 하루에 총 4개의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된다.


Woodhouse Park Center는 14명의 Activity Instructor와 7명의 Line Manager가 함께 근무하고 있다. Activity Instructor는 인턴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영국인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외국인이다. 한국에서 온 나를 포함해 멕시코, 아르헨티나, 독일, 방글라데시, 우간다 등 세계 전역의 또래 친구들이 함께 모여 일하고 있는 것이다. Line Manager는 모두 영국인이며 정직원이다. 주로 예약, 센터관리 등 사무적인 일을 맡고 있다. Woodhouse Park Center는 다른 센터보다 사람이 적어 더 똘똘 뭉쳐 지낸다. 서로를 “New Family”라고 부를 정도로 가족같이 대한다. 이곳에서 나보다 어린 친구가 6명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서툰 영어가 귀여운지 동생들이 오히려 나를 막내처럼 잘 챙겨주고 있다. 장난치고 놀릴 때면 친구 같은 동생들이지만 아직은 낯선 이곳에서는 의지가 많이 되는 새로운 가족들이다.


규모가 작은 Woodhouse Park Center의 Activity Instructor는 로프파트, 양궁파트, 사격파트 등 모든 파트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Activity Instructor가 되기 위해서 3주간의 훈련을 받고 실기시험을 보게 된다. Activity Instructor는 학생들의 안전문제와 직결된 업무이기 때문에 이 시험을 통과해야만 함께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안전장치를 끼우는 방법, 밧줄 설치 방법, 각종 장비 이름 등을 실제 교육을 하듯이 설명하며 시험을 본다. 영어가 미숙하다 보니 시험을 준비하는 3주가 정말 힘들었다. 스카우트 연습을 하면서 동시에 영어 스피킹 테스트를 준비해야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실기시험에 합격해 즐겁게 일하고 있다.


저녁시간의 브리스톨 동네의 모습 : 영국은 대부분 저녁 6시가 넘으면 집에서 가 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이 시간에는 동네가 조용하다.
트레이닝 센터 앞에서 : 함께 교육을 받은 약 50여 명의 Activity Instructor와 함께
Leap of Faith라는 Activity를 하는 모습 : 높이 12m의 나무에 올라가 나무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봉을 잡는 Activity이다.
훈련을 받기 전 그룹에서 규칙을 정한모습 :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판단하지 말기, 존중해주기였다. 이 규칙 덕 분에 어려운 상황에도 서로에게 ‘You Can Do It!’이라고 





매일이 새로운 영국에서의 인턴 생활

이곳에서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친구들, 매니저,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과 깨달음 등 그날의 모든 일들을 일기에 담아내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제일 많이 한 생각은 사소한 행동과 말투 하나에도 문화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스카우트 시간 중에 학생들에게 안전장치(Harness)를 착용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안전장치(Harness)를 끼울 때에는 요령과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변의 Instructor가 도와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생들을 도와주기 위해 저는 “Can I help you?”라고 물어보며 아이들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덴마크 친구는 “Do you need help?”라고 묻는데, 개인적으로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단지 “학생들을 도와줘야지”라는 생각만 했던 나와는 달리 덴마크 친구는 “도움이 필요하니?”라는 말로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스스로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건네는 말의 사소한 차이가 아이들의 행동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꼭 하늘을 바라본다. 어제는 핑크빛 노을이 정말 예뻐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걷고 또 걸었다. 앞으로 이곳에 있는 1년 동안 매일매일 바라볼 하늘이겠지만 붉은색 노을로 물들여진 날, 수많은 별들이 하늘을 수놓은 날, 비가 와서 먹구름을 바라보는 날 등 매일 다른 하늘이 다른 생각과 꿈을 꾸게 할 것이다. 그리고 매일 변하는 하늘처럼 이곳에서의 삶 역시 새로운 일들로 꽉 채워질 것이다. 매일 다른 학생들을 만나 같이 어울리고, 나의 New Family인 동료들과 많은 추억도 만들고, 아플땐 가족이 그리울 것이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보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나면 다시오지 않을 반짝반짝한 하루를, 빛이 날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도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본 게시글은 2018년 J-CONNECT 봄호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게시하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준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