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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Aug 04. 2016

S21. 무더운 7월의 끝

7월 마지막 주말의 기록

참으로 더운 2016년 여름을 지나고 있습니다. 

방안에 있으려 해도 덥고 밖에 나가려 해도 덥습니다.

오히려 사무실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그리워집니다.

전기세가 무서워 에어컨과 선풍기를 교차로 틀었다 껐다 합니다.

그렇게 무더운 7월의 마지막 주말의 기록입니다.

그해 여름은 참으로 더웠노라. 그리고 아름다웠다.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섭니다. 딱히 정해둔 곳은 없습니다. 최근 몇 주동안 여러 곶자왈/숲길을 찾아다녔는데, 이번 한주는 쉬기로 했습니다. 목적지도 없이 그냥 자동차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습니다. 구름이 한라산을 조금 가렸지만 1100고지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1100도로를 오르는 도중에 안개가 짙습니다. 아, 오늘도 실패구나... 그냥 서귀포로 가자.

1100고지 휴게소

이 사진을 찍으려고 1100고지로 향했던 거였습니다. 안개 때문에 포기를 하려 했지만 막상 정상에 이르니 구름 한 점 없습니다. 한라산을 기준으로 북쪽으로는 구름이 끼고, 남쪽으로는 화창한 그런 날입니다. 사실 이 사진을 찍고 싶었던 이유는...

겨울의 1100고지

이 사진 때문입니다. 겨울에 찍었던 1100고지의 휴게소 사진을 녹음이 울창한 여름에도 찍고 싶었습니다. 기회를 기다리고 1100도로를 몇 차례 지나갔지만 제대로 된 순간이 없었습니다.

안개낀 날의 1100고지

딱, 2주 전에도 같은 시도를 했었는데, 짙은 안개 때문에 실패했더랬습니다. 사진을 찍고 서귀포/중문 쪽으로 계속 전진했습니다. 일단 자동차 기름을 넣어야겠기에 그냥 중문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길을 가던 중에 예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던 갯깍주상절리대로 향했습니다.

논짓물과 중문 사이에 있는 갯깍주상절리
주상절리 사이로 큰 동굴도 있습니다.

다시 길을 돌아 나와서 논짓물 사진을 찍었습니다. 몇 차례 찾아왔던 곳이지만 제대로 된 사진을 남긴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논짓물

논짓물은 서귀포/중문 쪽으로 향하는 개천의 끝을 인위적으로 막아둬서 동네 아이들이 물놀이하도록 만들어둔 야외 수영장입니다. 물이 깊지가 않지만 시원해서 여름에 피서지로 제격입니다. 그리고 지난해에 가을걷이가 끝난 뒤에 존재를 알았던 서귀포에 있는 하논분화구로 향했습니다. 

하논 분화구의 논

하논분화구는 국내에서 유일한 마르형 분화구입니다. (억새로 유명한 산굼부리도 마르 분화구라고 하네요.) 원래는 수풀이 울창한 습지였지만 지금은 제주에서 유일하게 논농사를 짓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곳이 한반도에서 가장 큰 분화구이기도 합니다. 제주시로 넘어오기 위해서 516도로를 타기로 했습니다.

돈내코/원앙폭포 상류 (HDR)

바로 아래에 원앙폭포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에서 보듯이 계곡에 흐르는 물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래로 내려가면 원앙폭포와 돈내코 계곡에는 물이 가득합니다.

원앙폭포

원앙폭포에는 사람들이 많고 삼각대를 가져가지 않아서 많은 사진은 찍지 않고 계곡 물에 발도 담그지 않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516도로 숲터널

숲터널에는 갓길이 없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선루프를 열어두고 뒤로 카메라를 들어 올려서 보지 않고 그냥 셔터를 눌렀습니다. 남은 토요일 오후는 방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낮잠을 청하고, 늘 그렇듯 무한도전으로 토요일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금릉해변

이른 아침에 금릉해변을 찾아서 사진을 좀 찍고 더 더워지기 전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방에서 무더운 낮을 보내고 저녁이 되어 일몰을 보기 위해서 좀비처럼 다시 밖으로 향했습니다. 이호방파제로 갈려고 길을 나섰지만 가는 중에 내도동 알작지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오메가와 한치잡이배

일몰이 아름다운 날은 아니었지만, 선명한 오메가를 볼 수 있는 운이 좋은 날입니다. 그런데 제가 가진 장비로는 오메가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기에 그냥 이 정도로 만족합니다. 돈을 모아서 200mm 이상의 망원렌즈를 하나 구입해야 할 텐데...


알작지를 찾은 이유는 일몰을 보고 싶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알작지의 몽돌 사이에 부서지는 파도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습니다. 노을 색이 조금만 더 아름다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일몰 후의 장노출 파도 사진은 언제 봐도 몽환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장노출 파도 사진

그런데 하루가 지나 8월이 되자 마법처럼 비도 내리고 더위가 물러가고 있다.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사진도 찍어주세요/올려주세요.)

T: http://bahnsville.tistory.com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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