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몽돌 해안가
순간은 영원이 된다.
나의 고향은 경북 하양이다. 하양 읍내에서 꽤 멀리 떨어진 환상리라는 시골이다. 마을 뒤로 금호강이 흐르고 경부고속도로가 2리와 3리의 경계를 나눈 곳이다. 당연히 어릴 적 여름이면 금호강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물놀이도 하고 낚시도 하고 다슬기도 잡고... 강가의 조약돌도 좋은 장난감이었다. 물수제비의 기억도 여전하다. 얕은 강가는 세월의 흐름을 이겨낸 둥근 자갈이었기에 가능했던 놀이였다.
제주공항의 서쪽으로 해안가가 몽돌로 이뤄진 알작지라는 곳이 있다. 일전에도 브런치 초기에 알작지를 소개한 적이 있다. (참고. https://brunch.co.kr/@jejugrapher/10) 어쩌다 보니 대문 사진을 같은 걸 사용했다. 바위에 깎인 몽돌로 이뤄진 해안을 소개하기 위해서 대표적인 알작지부터 얘기를 꺼냈다. 전에도 적었지만 먼저 알작지 사진을 몇 장 올리고 다른 몽돌 해안가를 소개하려 한다. 최근에 알작지 앞으로 해안도로 공사가 한창인데, 공사가 끝난 후에 어떤 모습이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파도가 자갈 사이를 훑고 지나가는 '자갈자갈'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여름철에는 저녁 일몰 사진을 찍기에 적당하다. 시기를 놓치면 해가 떨어지는 위치가 좀 어중간해진다. 위와 같은 사진을 찍기에는 별 무리는 없지만...
애월해안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다 보면 중엄 샘물이 나오고 바로 옆으로 둥근돌로 이뤄진 바닷가가 나온다. 알작지의 몽돌은 손바닥만 한 자갈인데, 이곳은 수박만큼 큰 바윗돌이다. 참 예쁜데 잠시 정차하고 내려가서 구경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서귀포 예례리에 논짓물이라는 곳이 있다. 논짓물에서 차를 타고 동쪽 길 끝까지 가면 주상절리가 나온다. 주상절리 아래도 큼직한 바위들이 세월의 파고에 깎여 모없는 바위가 됐다. 주상절리를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찾아간 곳이지만 처음 나를 맞이한 것은 회색의 큰 몽돌 바위들이었다.
각진 바위가 순간순간 밀려오는 파도에 깎여 동글동글 영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