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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Dec 13. 2016

S25. 애니메이티드 제주

에버필터를 통해 본 제주

아이폰 출시 후로 수많은 카메라/사진 앱들이 등장했습니다. 최근에 가장 핫한 앱을 꼽으라면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효과를 주는 에버필터 Everfilter일 것입니다. 물론 국내의 스노우나 카카오톡 치즈와 같이 -- 자사 서비스를 잘 나가는 다른 서비스에 끼워서 홍보하는 중-- 얼굴 또는 프로필에 재미있는 효과를 주는 앱들도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지만, 인물보다는 풍경 위주로 사진을 찍는 -- 그리고 얼굴 사진에 이상한 것들을 덧붙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 저로서는 스노우나 치즈보다는 에버필터에 더 눈길이 갑니다. 물론 저는 사진이란 내가 본 그대로를 가능한 표현하는 것이라는 기조를 가지고 있어서 기본적인 것을 제외한 후보정 과정을 거의 하지 않아서 이런 류의 필터를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에버필터의 재미있는 효과는 대강 찍은 일상의 풍경을 조금 간지 나는 것으로 바꿔준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효과를 주는 앱이기 때문에 실제 애니메이션의 일부분 (구름 등)을 카피했다는 저작권 논란도 있고, 불필요한 개인정보 유출 논란도 있습니다. (현재는 앱스토어에서 잠시 내려둠) 그런 논란이 없다면 참 잘 만든 앱이라 생각합니다. 딥러닝을 이용해서 유명 화가의 화풍을 모방해서 사진을 보정해주는 코드가 공개되기도 했었는데 에버필터 때문에 사용자들이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앱으로 만들어져서 좀 더 대중화될 것 같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대중성의 측면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따라가지는 못할 듯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브런치에 1300x800 사이즈로 사진을 보통 올리는데, 에버필터는 폭을 1280에 맞춰져 있어서 아래 사진들은 약간 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낮과 저녁 (일몰) 모드가 있고, 사진을 바꿀 때마다 구름이나 일몰 효과가 다르게 적용되기도 합니다. 같은 사진을 여러 번 불러오면 그냥 같은 효과만 주는 듯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비슷한 종류의 다른 앱들도 많이 나오면 사진들이 더 재미있어질 듯합니다. 하지만 죽은 사진을 기술로 그냥 살려주는 것이 사진을 즐겨 찍는 사람으로서 마냥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의 고민이 사진을 만들어주는데 그냥 기술로 커버를 해버리면...


구좌의 밭담 (데이 모드 vs  원본 사진 vs 나이트 모드)


My Photo Stream에 남아있는 지난 한 달 동안의 사진 중에서 몇 장을 골라서 필터를 적용해봤습니다.


출근길의 단풍 (나이트모드)

담장 너머의 단풍 때문에 사진을 찍었지만 디스크 공간을 불필요하게 차지하는 이런 사진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필터를 거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사실 볼품없던 장소가 추억 속의 한 장면처럼 바뀌었습니다. 현대 미술에 많은 진화가 있었지만 저는 있는 그대로를 화폭에 담아내는 수채화 느낌이 좋습니다. 에버필터의 특징이라면 하늘을 분리해서 구름이나 일몰 효과를 준다는 점이지만 가끔은 너무 지나치게 하늘을 왜곡한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제주대학교 교정의 은행나무

하늘을 보면 수채 물감으로 그린 듯합니다. 구름은 머신러닝으로 재창조했다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것을 그대로 가져와서 넣었다는 느낌이 큽니다. 그래서 실제 저작권 논란이 있습니다.

제주대학교 교정의 은행나무길
대천목장의 가을 (나이트모드)
우주의 기운이 넘치는 별빛누리공원 (나이트모드)
카카오 셔틀버스

이 사진을 찍은 이유는 멀리 뒤로 한라산이 보인다는 것인데, 필터가 하늘 부분을 추출하면서 조금 흐린 한라산도 함께 날리고 구름으로 덮어버렸다.

오래된 테쉬폰 (나이트모드)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
남원 큰엉의 한반도 (나이트모드)
제주에서 열린 촛불집회 (나이트모드) #그네아웃
동백꽃
동백꽃 (나이트모드)

같은 사진이지만 데이 모드와 나이트 모드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단지 배경 하늘을 낮에는 구름, 저녁에는 석양 및 밤하늘로 채우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 모드에서는 암부 shadow를 밝게 하면서 색조도 함께 변경하는 듯합니다.

한림의 솔섬과 비양도 (나이트모드)

원래 일몰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필터 효과를 통해서 더 멋진 일몰이 탄생했다. 나무와 구름이 겹치는 오류가 있지만 이게 오히려 수채화 느낌을 줍니다.

종달리에서 본 성산일출봉
그리고 나이트 모드를 적용한 같은 뷰
아무렇게나 찍은 밭 사진인데...

제주에서 여러 해를 살고 많은 사진을 찍다 보니 이젠 새로운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조건을 바꿔가면서 같은 장소의 사진을 찍습니다. 이른 아침이나 일몰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때로는 늦은 밤에 사진을 찍기도 하고 안개가 짙거나 눈이 내릴 때만큼 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때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필터를 사용하면 업렵게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집니다. 내가 이러려고 일몰 사진을 찍으려 그렇게 많이 제주도를 돌아다녔나라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들어... 앞으로 저의 사진은 필터가 정해주는 대로... 다른 유명 화가의 화풍을 모사한 필터보다는 그냥 수채화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런 필터 앱, 그리고 기능이 제한된 직관적인 앱도 좋지만 몇 가지 설정은 좀 더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는 그런 앱이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깁니다.


T: http://bahnsville.tistory.com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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