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공원 (봉개동)
제주의 현대사는 4.3을 떼놓고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처음 제주에 내려와서 -- 어리석게도 -- 제주 사람들이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벌써 반세기 전에 일어났던 일로 왜 저렇게 난리를 부리냐? 이젠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했습니다. 아직은 제주의 아픔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육지것의 어리석음에서 기인했습니다. 요즘 위정자들의 사악한 논리를 그대로 답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글을 적는 오늘 (2015.12.29)은 이 정부가 치욕적인 한일위안부합의를 한 다음 날입니다.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지 못하는 민족에게 과연 미래란 무엇일까요?
제주의 여행지/출사지를 연재하는 글이지만 오늘만은 제주 여행이 아닌 제주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봉개동에 있는 제주4.3평화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감히 말합니다. 제주에 내려와서 살겠다고 하시는 분이라면 이곳을 필히 방문해 보라고... 그리고 제주를 떠나시는 분이라면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곳을 방문하라고... 여행객이 아닌 정착민이라면 제주의 아픔을 이해하지 않고 제주를 생활 터전으로 삼는 것은 모순입니다. 제주는 겉으로 보이는 멋진 풍광과 맑은 공기 그리고 따뜻한 기온도 있지만, 이곳은 거친 폭풍우와 눈보라의 땅이고 또 그 안에 4.3이라는 아픈 기억을 품고 있는 땅입니다.
국가 권력에 의해서 희생된 많은 분들과 여전히 아픈 기억을 가진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국가는 잘못을 해도 여전히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논리대로 4.3이 빨갱이들의 짓이라 하더라도 과연 희생된 모든 분들에게 빨갱이라는 타이틀을 갖다 붙일 수 있을까요? 희생된 분들 중에는 2세, 3세의 영유아도 포함돼있습니다. 과연 그들도...? 화가 납니다.
반세기가 넘어 노무현 정부 때 겨우 과거사를 인정하고 평화공원을 조성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두 정권이 지나면서 4.3추모 행사에 대통령은 참석하지도 않습니다. 여전히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는 요원합니다. 이런 정부가 일본과의 위안부협상을 졸속으로 합의한 것을 보며 더 분노합니다.
지금은 까마귀들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평화공원 주차장은 사려니숲길을 찾는 방문객들을 위한 무료 셔틀이 정차하는 곳인데, 잠시 이곳을 들러보면 더 뜻깊을 것 같다. 경건한 장소지만 사람들이 더 많이 자주 찾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4.3을 모르면 제주의 근현대사를 이해할 수 없다.
글을 공개하는 오늘은 제주 4.3이 발생한지 68년이 지난 다음 날이고 어제(4.3)에 이어 오늘도 제주에는 봄비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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