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 그렇게 아내와 제주도 이주를 결정하고 나니 해야 할 일이 뚜렷해졌다. 이제는 집중의 시간.
2024년 말 혹은 2025년 초 제주도 이주를 상정하고 나는 한국 여기저기에 전화해 가며 준비해야 할 것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확인이 필요했던 건 두 아이가 한국에서 몇 학년으로 입학이 가능한 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코로나 초기에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이라는 새로운 방식에 낯설어하고,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을 때, 한국에서도 학기제 변경 논의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도 초기에 감당해야 할 변화가 너무 커서 더 이상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 내가 아는 한, 대한민국 공교육의 학기제는 일본과는 유사한 반면 전 세계 다른 나라와는 상이하다. 즉, 미국, 중국 등 대다수의 국가들은 9월에 입학하는 학기제를 운영하고 있고, 한국과 일본만 3월에 입학하는 학기제이다. 그렇다 보니 한국에서 다른 나라의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될 경우, 일반적으로 한 학기를 건너뛰는 경우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2학년 1학기를 마친 학생은 중국 국제학교에서 2학년 2학기가 아니라 3학년 1학기로 입학을하고, 중국 국제학교에서 5학년 2학기를 마친 이후 한국에 돌아오면서 다시 5학년 2학기를 반복하게 된다.)
원래 우리 아이들은 중국 국제학교에서 3학년 1학기, 1학년 1학기로 입학했어야 하나, 영어와 중국어에 대한 사전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던 이유로 - 사전에 계획되지 않았던 일이었기에 - 오히려 첫째 아들은 2학년 1학기, 둘째 아들은 유치원으로 한 학년 늦추어 입학을 했다. 그래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오히려 한 학기를 건너뛰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대학입시를 감안하면 12학년을 모두 마쳐야 하기에, 서울 및 제주도 교육지원청과 각종 블로그 그리고 대학교 해외특례 입학 설명자료까지 여러 정보를 확인한 후 내린 결론은 '여름 방학이 끝나기 전에 당장 제주도로 이주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그 이유는 나름 복잡하다.
첫째 아들은 한국에서 2학년 1학기까지 마친 학적 기록이 있었고, 중국에서 초등학교 졸업 (Grade 6 이수)을 했기에 표선 중학교 입학 확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학력인증시험'을 통과해야 원래 나이에 맞는 2학년 2학기 입학이 가능하다는 것. 어려운 시험은 아니라고 하셨지만 국제학교의 수학 과정이 한국에 비해 쉬운 편이고 진도도 매우 (적게는 한 학기에서 많게는 2학기까지) 느리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건 둘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둘째는 일단 한국에서 학교에 입학한 기록이 전혀 없었기에 새로 입학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입학통지서를 받았는지 그리고 해외 거주로 인해 입학 면제를 신청했는지 등 나도 몰랐던 7년 전의 행정적인 부분들을 확인해야 했다. 중국 심천 국제학교에서 이제 막 5학년 (Grade 5)를 마친 상황이었고, 우리 부부의 계획대로 2025년 초에 한국으로 이주할 경우, 둘째는 중학교 입학을해야 하는 나이였다. 하지만 중국에서 초등학교 이수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중학교 진학이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이 과정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서울과 제주 교육지원청에 여러 번 연락하며 2~3주 정도 시간을 소요해 확인할 수 있었다.) 선택지는 둘 중에 하나였다. 2학기에 맞춰서 제주도로 이주하거나 혹은 중국에서 초등학교를 이수하고 2025년 가을에 중학교에 진학하거나. 이 중 후자는 첫째 아들의 고등학교 진학 시점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았다. 한 학기 (3학년 2학기)만 보내고 고등학교에 진학할 경우, 충분히 적응하고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차피 한국으로 올 거라면 그 시점을 더 빨리 가져가는 게 여러모로 알맞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방학 기간 중 제주도로 이주를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집을 구하는 게 급선무였다. IB 교육과정 도입 이후 표선 지역 내에서 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많이 보았었기에 걱정이 되었다. 급한 대로 네이버 부동산 앱에서 검색을 하던 중 마침 우리 가족에게 맞는 집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누가 들으면 인터넷 쇼핑하듯이 집을 구하냐고 하겠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 심천에 앉아있는 나로서는 이게 최선의 방식이었다.
매물을 올린 부동산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아마도 중국에서 모르는 번호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보이스 피싱 우려로 인해 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문자 메시지를 남겼고, 마침 한 부동산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정을 설명하고 8월 내에 이사가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마침 서로 날짜가 맞았고 위치도 표선초/표선중 배정이 가능한 곳이라 더 지체할 필요 없이 바로 가계약금을 입금하였다. 그렇게 정말 '인터넷 쇼핑하듯' 집을 결정하고 심천 집 정리에 들어갔다. 집을 구하기가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하늘이 도우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심천에서 짐을 정리하고 인천을 거쳐 제주도에 8월 초 입도하였다. 뜨거운 열기와 습한 기운이 몰려왔지만 기분은 정말 상쾌했다. 오랜만에 다시 마주한 제주도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마냥 여행객 모드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는 제주도에 여행하러 온 게 아니라 이제 여기에서 살게 위해 온 것이었으니. 다만, 제주의 구석구석을 천천히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는 점을 마음의 위안으로 삼고, 제주 정착을 위한 여러 행정적인 업무들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2024년 8월 제주 공항에서]
집을 계약하고, 전입 신고를 마치고 두 아이를 데리고 표선초와 표선중을 다녀왔다. 방학 중이라 학생들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학교에 방문하니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넓은 운동장, 잘 정비된 교실 그리고 선생님들의 친절한 말씀에 아이들도 긴장을 풀고 앞으로 펼쳐질 학교 생활을 기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행히 첫째 아들은 학력인증 테스트를 잘 치르었다. 반 배정을 받고, 교복을 준비해서 개학날 등교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형보다 한국어에 서툴러서 우리 부부가 더 걱정했던 둘째는 오히려 의젓하게 선생님께 궁금한 내용도 질문하고 본인이 필요한 걸 알아서 잘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두 아이 모두 표선의 IB학교에 2학기 개학 첫날 등교를 무사히 잘하였고, 이후 별다른 탈 없이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다시 이주하며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전 세계와 같이 호흡하는 시대에 한국의 학기제가 대다수의 나라와 다르게 운영되는 점은 다시 생각해 보더라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시스템이었고, 그래서 나 역시 가족들과 중국에 함께 이주할 준비를 하면서도 크게 관심을 갖고 알아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많은 반성을 했다. 결국 부모의 준비 부족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의 한국 입학 케이스는 일반적인 그것과는 좀 많이 다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학부모로서 뒤늦게라도 공부하게 된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학부모 개인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행정적인 부분들을 직접 파악해야 했던 점은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 해외 귀국 학생에 대한 원론적인 안내는 있었으나, 결국 상세한 내용은 전/입학하려는 학교와 직접 소통해야 하고 이러한 행정 업무들은 대부분 교감선생님 같은 분들이 담당하고 계셔서 매번 전화로 연락을 드리는 게 오히려 좀 미안할 정도였다. 국제학교와 비교하는 것이 적절할지 모르겠으나, 중국에서 우리가 겪었던 국제학교에서는 행정실에 전/입학과 같은 분야를 전담하시는 분들이 계셨고,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서 프로세스를 학부모와 공유하고 필요한 서류와 인터뷰 혹은 테스트 일정 등을 안내받았기에 이런 부분은 향후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바쁘게 보낸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중국 심천과는 다르게 곧 선선해질 가을이 다가올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사계절을 경험한다는 것, 변화를 마주하고 적응해 나간다는 것. 우리 가족에게 온 새로운 변화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앞으로가 기대되는 2024년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