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빌고 싶은『제주에는 소원나무가 있습니다』(이보경)
제주에 올 때 힘들어서 그랬을까요? 제주에 와서 잘 살고 싶어서였을까요? 배를 타고 제주로 오는 시간 동안 마음으로 빌고 또 빌었습니다.
'모든 일이 잘 정리되길, 아이들도 적응하길'
제주에 와서 들었던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이야기 중 하나, "제주는 심들의 섬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 많은 1만 8천의 신이 사는 섬. 기록으로 이어진 이야기 들이 아니라 말로 전해온 신화입니다.
신들의 숫자는 숫자로서의 의미보다 그만큼 많다는 상징일 것입니다.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가 하늘에 제사를 지냈는데 제물을 지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거센 날씨에 모숨을 잃어 산천단을 비롯하여, 오름, 마을, 돌담, 바닷가까지 곳곳에 신들이 있다고 합니다.
숲길을 걷다 만난 푹꺼진 곳에 차려진 제물들, 마을 입구에 걸린 형형색색의 천들, 바닷가 한쪽에 태워진 초까지 구석구석 어디에나 신들이 있었습니다.
마을 어귀 팽나무를 그리고 싶은 생각이 생긴 어느 날, 팽나무 그늘 평상에 앉아 많은 신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주의 신화가 처음엔 어색했지만, 사람의 삶을 도와주고 들어주는 신들이 나의 삶을 보살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신들의 존재가 감사했습니다.
예전 종교생활을 이어가고 있진 안지만, 신은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 제주의 신들이 더욱 감사했습니다.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팽나무 그늘에만 들면 기도를 했던 것은요.
오랜 시간 마을 입구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묵묵히 듣고 있었을 팽나무도 나무신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오래전 유명했던 드라마 <도깨비>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생사를 오가는 순간이 오면 염원을 담아 간절히 빌어! 혹여 어느 마음 약한 신이 듣고 있을지도 모르니..."
저도 간절했습니다. 저를 지켜줄 그 어느 신이라도 있기를.
"신이 있다면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아무나, 제발...
드라마 대사가 이렇게 간절할 때가 있었을까요.
제주올레길을 걷다 보면 주황, 파랑 올레리본마저 올레신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바람에 힘차게 펄럭이는 올레리본을 만날 때마다 '내가 가는 길이 맞구나'싶고, 삶의 길도 이렇게 확인하며 걸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저절로 듭니다.
『제주에는 소원나무가 있습니다』속에서 마을 어귀의 팽나무 앞에서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마을 사람들을 위해 소원을 빕니다. 저도 그 소원 위에 소원을 하나 더해 봅니다. 기도했던 모든 사람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봅니다.
제주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나무가 마을마다 있습니다.
1만 8천 신이 사는 제주_신들의 섬
제주는 소원을 들어주는 섬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