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나무 '먼나무', 가까운 우리

나무 이야기로 가까워지는 일

by 제주미진

지이잉~


"부장님, 그 있잖아요. 길가에 빨간 열매 많이 달린 열매. 그거 무슨 나무예요?"

"길가예요? 지금 어디신데요?? 어디 지나고 계세요?"


"서귀포 올레시장 쪽으로 가고 있어요!!"

"아~ 그거, 먼나무예요!"


"뭔 나무라고요??"

"아니~~ 먼나무라고요."


제주가 겨울을 향해 가면 초록잎을 더욱 초록으로 짙게 만들고, 빨간 열매를 더욱 빨갛게 하는 나무. 한겨울이 지나도록 빨강을 더욱 빨갛게 하는 나무. 먼나무였다.


나무가 궁금하면 나에게 전화를 거는 몇몇 지인이 있다. 나는 나무의 이름뿐 아니라, 나무를 잘 기억할 수 있는 이야기도 전한다.



제주에서 '먼나무'는 '먹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먹'은 먹물을 상상하면 좋다. 나뭇가지가 검다는 뜻과 잎이 마르면 색이 검게 변하는 '검다'는 의미를 이름에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멀리서 보면 짙은 초록과 찐한 빨강의 어우러짐이 멋져서 먼나무라고도 하고, 잎자루가 길어서 잎과 줄기가 멀어 먼나무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전해도 금방 까먹는다는 지인의 귀여운 웃음에 나도 함께 웃지만, 이야기를 듣고 있는 순간 얼굴 속 만족감이 행복을 주기도 한다.


우리 삶에 '이야기'가 차지하는 것은 정보를 전달하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먼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이해한다. 누군가 저에게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면, 한 단어로 설명이 불가하다. 나의 기억, 현재의 관계,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자리까지 오게 된 나의 이야기를 전하게 된다.


나무 이야기를 통해 나무의 정체성도 전하고, 그 나무를 전하고 있는 나의 정체성_'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임을 밝히게 된다.


이야기는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일이다.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타인의 마음에 살며시 노크를 하고 들어 갈 수 있게 허락받는 일이다.


이야기를 하고, 듣고, 서로에게 공감이 생기면 신뢰가 형성된다. 관계 속에 이야기가 시작되고, 시작된 이야기에 얽혀 '우리'가 된다.


이야기는 사람을 움직인다. 이야기 속에 담긴 애정과 마음이 상대방의 마음이 '관점'이라는 씨앗을 심기 때문이다. 멋진 나무_ 먼나무, 나뭇가지 검은 나무 _ 먼나무, 가깝게 보이는 아주~ 먼나무. 이제는 가까운 나무.


재밌는 이야기는 사람을 행복으로 채우고, 좋은 이야기는 사람을 긍정적 관점으로 바꿔며, 넓은 이야기는 세상을 바꾸는 씨앗이 된다.


나무를 좋아하는 나는 나무 이야기를 통해 나무의 이름을 불러 정체성을 확인해 주고, 나무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순간 나의 정체성도 생각해 보는 순간이 되어 본다.



"부장님 고마워요~ 시부모님 와계신데 나무이름이 뭔지 궁금해해서, 부장님 생각이 났네요"

"궁금한 거 있으면 또 전화 줘요~ 사진 찍어서 보내줘도 되고~ 아는 것 모두 '이야기'드릴게요!"



'먼나무'이야기를 주고받는 순간 '먼' 공간에 있던 '나'와 '너'는 가까운 '우리'가 되었다.

나는 '나무를 잘 아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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