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필사

내 안에 울림을 주는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필사.

by 제주미진

본격적으로 필사를 시작한 시기는 23년 10월이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진행 중인 필사챌린지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한 줄씩 쓰는 챌린지였기에 그날그날 읽은 책의 내용 중 마음에 드는 문장 한 줄을 적었습니다.


'책 읽기도 바쁜데 필사를 할 시간이 있나?' 하면서 스스로 바쁜척하였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에 한 줄이면 딱이다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책이 재밌기도 했었고, 글쓰기 책에 집중해서 읽었기 때문에 그때 골랐던 문장들은 대부분 '동기부여'에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글을 쓰면 좋다.

오늘을 살아가라.

나를 인정하라.

솔직히 써라. 등등


그냥 생각해도 알 수 있는 내용들이었지만, 책 속에서 말을 걸어오는 문장들이 사랑스러웠습니다. 필사만 하다가 필사에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1) 직접 따라 쓰기 형


원문이 한쪽에 있고, 따라 쓰는 공간을 보통 오른쪽 페이지를 비워둔 형태입니다. 원문을 보면서 직접 글을 써보는 데 초점을 잡은 책이지요. 글씨 쓰기 연습도 되고, 바로 보고 쓸 수 있으니 집중이 쉽고, 뭘 쓰나 고민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자신이 쓴 글들이 한 권으로 모아져 남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저기 써서 자료가 흐트러질 일이 없지요.


(2) 생각 쓰기형


원문을 인용하고, 필사란에 필사를 쓰고 나서 생각이나 감상을 적을 공간이 주어진 형태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성찰할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감정을 기록하고 나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각이 생깁니다.


일상의 쉼을 좋은 글과 생각 정리로 만들어내는 귀한 시간이 되지요.


(3) 좋은 문장 수집형


작가가 특정 목표를 두고 제시한 문장들이 모아져 있는 형태입니다. 삶의 균형, 쓰기의 좋은 점 등 여러 권의 책이나 매체에서 좋은 인용문들을 엮어 낸 것이지요.


혼자는 알 수 없는 영역의 내용까지 접할 수 있었서 표현력 향상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됩니다. 좋은 문장을 모으고 쓰는 행위가 소중함을 알 수 있게 해 준답니다.


(4) 문학 작품 필사형


문학 작품 원문을 필사할 수 있게 해 둔 것으로 필사용 공백이 조금 많은 편입니다. 문학 작품을 필사하면 문학적 감수성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혹 감성적인 글을 쓰고 싶다면 윤동주, 헤르만 헤세 등의 문학작품을 따라쓰면서 자신만의 문체를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5) 심리 명상형


좋은 문구들을 모으는 것도 맞고, 따라 쓰게 하는 공간이 있는 것이기도 하고, 감정 기록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심리 명상형의 구분 점은 필사를 심리 안정, 힐링, 명상의 수단으로 본다는 점이지요.


쓰다 보면 문장 자체가 주는 안정감을 통해 스트레스 완화가 되고 마음이 정리됩니다.


다양한 필사책들을 접하면서 책이라는 매체만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과연 우리는 책이나 글로 된 형태의 문장들을 필사할 수 있는 것일까? 문학작품만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생긴 겁니다.


그리하여 저는 그림책을 필사하기 시작했고, 필사의 좋은 점을 강의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시, 소설, 수필 그리고 그림책 이후 어떤 내용들이 필사되었을까요?


함께 필사하는 사람들에게 세상 모든 것을 필사해도 된다는 극단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점점 새로운 내용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광고문구, 드라마 대사, 뮤지컬 넘버까지.


책을 필사하면 문체와 글의 구조, 이야기의 서사를 배울 수 있고, 영화나 드라마의 대사를 필사하면 대화체와 감정을 익히기에 좋았습니다.


제가 한 그림책 전체 필사는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옮겨 적으면서 문장의 리듬, 반복 구조, 여백을 느끼는 힘이 생겼습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여백도 꼬박꼬박 확인했습니다. 그림책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책 필사를 알게 된 다른 분은 그림을 그리고 필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책 전체를 고스란히 옮기는 것이지요. 그림책 작가를 꿈꾸면서요.


뮤지컬 넘버를 필사하다가 트로트 가사까지 등장했습니다. 음악에 존재하는 글들을 필사하니 시와 같은 좋은 점이 있었습니다. 리듬감을 익히고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이렇게 되었지요. 광고문구로는 센스가 넘치는 핵심적인 문구 쓰기 감각이 늘었습니다.


시각적 언어와 청각적 언어가 있는 필사를 통해 많은 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일상의 모든 것이 필사가 되는 마법을 느끼고 매력에 폭 빠져 여전히 필사의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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