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때였습니다. 그럼에도 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글쓰기 북클럽에 참가하여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을 읽었습니다. 여전히 3년째 글쓰기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고요. 글쓰기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좋아질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여전히 글쓰기 관련된 책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50여권의 글쓰기 관련 책을 읽은 동안 글쓰기의 시작점이 필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필사는 참으로 느립니다. 오디오북을 듣다보면 필사가 정말 느리다는 것이 피부로 와닿습니다. 소리가 빠르고 소리보다 눈이 더 빠름을 느낍니다. 느린 필사가 좋은 이유는 글자를 하나하나 따라 쓰는 동안 호흡이 느려지고 마음이 정리되기 때문입니다. 하루동안 수많은 메시지와 끝없는 정보 속을 헤매며 손끝은 바쁘지만 마음이 허전한 시간들 속에서 손글씨는 충분한 느림을 선물합니다. 느림의 미학은 필사에서도 발휘됩니다. 책 속 문장이 나를 향해 속삭이듯 다가오고, 쓰던 문장에 나도 모르게 대답하고 나의 생각이 떠오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바쁜 일상에서 스스로를 잠시 멈추게 하여 돌보는 법으로 필사를 선택하기 알맞습니다.
필사는 다정합니다. 천천히 쓰는 필사는 나에게 말합니다. 잠깐 멈춰도 된다고, 나를 돌봐도 된다고. 손끝이 머무는 곳에 복잡한 생각은 내려놓아도 된다며 나에게 다정함을 건냅니다. 이런 다정함은 혼자만의 것은 아닙니다. 책이나 글 속 문장이 내 마음이 왜 닿는 문장들을 쓰게 되는데 그 중 나를 힘들게 하는 문장보다 현재의 '나'에게 필요한 글을 선택하여 쓰게 됩니다. 그 문장에 나에게 와 닿은 이유가 담긴 단어 하나, 글자 하나, 문장 한 줄이 나에게 다정한 마음을 건냅니다. 이로 인해 위로받고 있다는 감각이 느껴집니다.
필사는 작은 습관이지만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쁜 와중에 자리에 멈춰 느리게 책을 읽는 선택은 스스로 하게 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고 내가 선택한 공책과 펜을 꺼내어 몇 줄이라도 끝까지 써낸 작은 성취감을 선물 받습니다. 따라쓰는 동안 마음도 정리가 됩니다. 속도를 늦추면서 자신과의 조용한 대화를 통해 나를 존중하는 자기존중감도 따라옵니다.
많은 작가들이 필사를 했다고 합니다. 글쓰기 훈련인 줄 알고 시작한 필사가 단순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느리지만 다정하고, 작은 습관이지만 큰 힘을 가진 필사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습니다. 오늘, 잠시 멈춰 나를 위한 한 줄을 써보길 바래봅니다. 하루를 다정하고 더 부드럽고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작은 손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