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파도처럼, 늘 한자리에 우직한 나무처럼
책을 보다 보면 그 안에 유명한 위인들의 말이 종종 인용되어 있을 것을 봅니다. 괴테는 꿈을 간직하면 반드시 실현할 때가 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가끔 '간직'이라는 단어가 너무 무거울 때가 있습니다.
꿈이 맑고 밝은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꼭 이뤄야 할 책임처럼 느껴져서 말하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루지 못하면 실패자처럼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글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하고는 글 쓸 때마다 잘하고 있는지 고민스럽고, 어떤 날은 업로드하기가 민망할 때가 있거든요.
브런치 연재 약속을 꼭 쥐고 있으니 어떤 날은 손에 땀이 나고 어깨가 뻐근합니다. 실패자가 되기 싫거든요.
브런치 글쓰기에 알람 기능이 있어서 설정해 보았습니다. 알람 이름은 "매일 쓰자"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빈 노트와 마주합니다. 빈 노트가 주는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외면해 보지만, 결국 노트 앞에서 펜을 듭니다. 컴퓨터 화면 앞에서 자판에 손을 얹습니다.
날마다 그냥 쓰면 된다. 하루 몇 줄이라도 글을 남긴다면 꼭 책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더라도 꾸준함 뒤에 찾아오는 행복한 결과와 마주할 수 있다.
- <날마다 그냥 쓰면 된다> 중에서
나의 글쓰기도 두려움이 앞서기 전에 제주의 파도처럼, 우직한 나무처럼 나아가길 바라봅니다. 매일 반복될 때 비로소 다듬어지는 것을 천천히 알아가기 시작했거든요.
필사를 하는 것이 시동 거는 일이 되었습니다. 매일 반복하기 위해 시작할 수 있는 습관이 된 것이지요. 필사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 브런치에 걸어두고는 필사에 관해 매일 고민합니다. 뭔가 나만의 시각과 생각이 들어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기대와 두려움을 안고 글쓰기가 무서워지던 어느 날, 아무 기대 없이 몇 줄 쓰고 노트를 덮었는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오늘도 썼다'는 사실이 저를 도닥였습니다. 두려움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래서 매일 씁니다. 매일 좋을 글을 필사하고, 나의 생각과 맞추어 표현해 보는 것이지요.
반복이 행복한 결과와 마주하는 날을 생각해 보면 어느 독자가 나의 글을 손으로 옮겨 적는 날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은 제가 필사의 이유를 연재하는 글 사이에 배달한 어느 문장이 위로를 전해주는 날일 수 있고요.
<날마다 그냥 쓰면 된다>라는 책 제목이 저를 허락해 줍니다.
잘 쓰지 않다고, 멈추지 않아도 된다고.
제주에서 부는 서툰 바람 한 점이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닿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