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은총, 땅엔 축복, 제슈엔 사랑이
식물공부를 제주 곶자왈에서 했습니다. 곶자왈은 원시의 숲 형태가 많이 남아 있는 깊은 숲입니다. 공부한지 얼마되지 않아 제 기준은 곶자왈 식물입니다.
평소 화원에 잘 가는 사람도 아니고, 꽃과 친하지 않기 때문에 원예종에 관한 관심이 적었습니다. 그림도 늘 자연스럽게 숲과 길에서 만나는 식물을 그렸습니다.
어제는 함께 그림그리고 식물을 알아가는 모임에서 원예종을 마주했습니다. 헬레보루스. 국명이 따로 없고 영어로 크리스마스 로즈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 쯤에 꽃을 피운다고 하더라고요.
추운 겨울에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나는 겨울정원의 여왕답습니다. 우리 눈에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고 진짜 꽃잎은 꽃 안에 작은 꿀샘이라고 합니다. 꽃받침이 튼튼해서 오래 간다고 하더라고요.
꽃과 잎, 뿌리 전체에 독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병을 치료하는 데 썼다는데 독을 잘 다스리면 약이 될 수 있다는 우리 한의학도 생각이 났습니다.
원예종을 잘 몰라서 그렇지 싫어하는 것이 아니었네요. 저는 늘 자연환경에 인간의 개입이 없는 상태의 자생종이 좋다고 말했거든요.
반대급부처럼 원예종이 싫은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늘 알면 알아갈수록 사랑스러운 식물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한달에 한번 모이는 독서모임 종강을 위해 애정하는 밥 술집 '제주슈퍼 1963'(이하 제슈에 들어섰습니다. 한동안 바빠서 자주 못뵌 주인 두분이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자주 안갔다고 싫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멀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상황이 그러했고, 그러한 상황을 이해해 주는 주인장들의 마음이 따스했습니다. 알면 사랑하고 보면 가까워집니다. 잠시 뜸했다고 멀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감사하기만 했습니다.
온기가득한 밥술집 제슈에 그림을 선물하고 나왔습니다. 하얀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 마스였습니다.
하늘엔 은총, 땅엔 축복, 제슈엔 사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