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건, 대개 내 마음이다
예전엔
참는 게 성숙한 거라고 믿었다.
화를 안 내는 사람이
더 어른 같아 보였으니까.
그런데 살다 보니 알겠더라.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사람도, 상황도
그 침묵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걸.
밭에서 허수아비를 보면
새들이 처음엔 망설이다가
이내 올라앉는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람도 비슷하다.
늘 괜찮은 얼굴만 하고 있으면
마음까지 괜찮은 줄 안다.
그래서 이제는
무조건 착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기분이 상하면 상했다고 말하고,
넘어온 선 앞에서는
분명히 멈춰 세운다.
인생은
달기만 해도 싱겁고,
쓰기만 해도 견디기 어렵다.
그 사이를 오가며
내가 느끼는 대로 살아가는 게
나에게는 더 맞는 방식이다.
화를 낼 줄 안다는 건
사나워진다는 뜻이 아니라
내 마음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선언 같아서.
오늘도
좋은 얼굴만 고집하지 않고
좋은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이 정도면,
나답게 잘 살고 있는 거겠지.
오늘 하루를 접으며
이 말은 남겨두고 싶다.
여기까지 온 나에게,
오늘도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