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내라는 이름 옆에, 내 이름을 나란히 두기로 한 날
57세. . .
‘누구의 엄마’로만, ‘누구의 아내’로만 늙어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되돌아보면 11년 전,
마흔여섯의 저는 참 세상물정 모르는 주부였습니다.
남편에게
“딱 3년만, 내가 해보고 싶은 걸 해볼게.”
그렇게 말하며
1년에 50만 원만 내 손으로 벌어보겠다고 했습니다.
왜 50만 원이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깊이 계산한 숫자도 아니고,
대단한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 정도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때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눈빛을 보냈습니다.
좋은 집, 좋은 차,
남편의 울타리 안에서 편하게 살면 되지
왜 굳이 고생을 하느냐고.
맞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그때의 저는
존재감이니, 자립이니
그런 단어로 제 마음을 설명할 만큼
정리된 상태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내가 무언가를 해서
내 이름으로 돈을 한 번 벌어보고 싶었습니다.
낮에는 뜨거운 흙을 만지고,
밤에는 서툰 타자로 마음을 눌러 썼습니다.
한 줄 쓰고 지우고,
또 고치고.
아이들 챙기고
집안일 마친 뒤
그제야 시작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말했던 50만 원은
생활을 바꿀 돈도,
세상을 뒤집을 선언도 아니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확인해보고 싶었던
서툰 몸짓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리하지 않고,
자존심 세운다는 거창함 없이,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그렇게 11년이 흘렀습니다.
이제 저는
엄마라는 이름도,
아내라는 이름도
지우려 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옆에
내 이름을 나란히 두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보다
“아, 그런 마음이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삶.
쉰일곱의 저는 오늘도
흙을 만지고,
글을 쓰며,
조용히 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